퇴사 말고 복직 인터뷰 시리즈 3 _ 이유진 님을 만나다
얼마 전 회사에 복직원을 냈습니다. 복직일은 10월 1일입니다. 정말 복직이 눈 앞에 다가온 듯한 느낌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퇴사 말고 복직>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이 이야기가 크게 와닿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시작하게 될 저의 복직에 큰 힘을 주시는 복직 선배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https://brunch.co.kr/@tham2000/234
작년에 제가 주로 만났던 분들이 남성 휴직자 분들이시다 보니 인터뷰 대상자들도 대부분 남성 분들이셨는데요. 너무 남성 편향적인 인터뷰인 듯 하여 이번에는 어렵게 여성 휴직자 분을 뵙고 왔습니다. 아이들 육아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지만 그 속에서 자기 꿈을 찾고 새롭게 도전하는 삶을 살게 된 이유진 님이 바로 세 번째 만나볼 분이십니다.
내가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자기혁명캠프> 덕분이었다. 정작 수업을 같이 들을 때에는 거의 대화가 없었는데, 수업이 끝나고 같이 달리기를 하고, 글을 쓰고 독서 모임을 하면서 친해졌다. 나와 비슷한 성향도 있어 응원하는 마음도 컸다.
그녀 또한 작년에 휴직 중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들 돌봄에 할애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휴직 이야기가 궁금했고, 제대로 듣고 싶었다. 코로나라는 상황이라서 직접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었지만 서면 인터뷰와 카카오톡 대화를 통해 그녀의 휴직 이야기와 꿈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대화를 통해 진짜 그녀의 이야기를 알 수 있게 돼 더 친밀해진 느낌도 들었다.
Q1. 자기 소개부터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이유진이라고 합니다. 여섯 살, 네 살 두 아들을 키우고 있고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저는 <퇴사 말고 복직>에 그동안 나오신 다른 분들과는 달리 출산을 하면서 동시에 휴직을 하게 된 케이스인데요. 직장에 대한 고민이나 번아웃 등이 와서 휴직을 한 건 아니고, 아이들을 키워야 해서 어쩔 수 없이 휴직을 하게 됐어요. 아이 둘을 낳고 연달아 휴직했고, 중간에 잠깐 복직한 몇 개월을 제외하고 4년 연속 휴직을 하고 올해 초 복직 했어요. 지금은 6학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Q2. 휴직 기간 동안 두 아이 돌보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아이들이 4살, 6살이면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휴직에 대한 인터뷰를 하려고 생각해보니 제가 한 4년의 휴직 기간은 육아로 점철되어 있는 것 같아요. 복직하기 직전까지 둘째를 기관에 보내지고 않고 가정보육을 했던 터라 뭔가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갑자기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청울림님을 알게 되고 그의 수업인 자기혁명캠프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이 바뀌게 됐고,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자는 생각을 그때부터 하게 됐어요.
그래서 새벽 3시 반에 일어나게 됐어요. 3시 반에 일어나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유튜브를 동영상을 만들었어요. 소위 말하는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일을 시작하게 된거죠. 물론 그렇다고 지금 대단한 콘텐츠를 보유하게 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라 생각하고 꾸준히 만들고 있는 중이에요.
오해가 있을까봐 말씀드리는데, 물론 지금은 3시 반 일어나는 건 아니고 5시 정도에 일어나서 아침을 보내고 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그 시간에 일어나는 건 무리겠구나 싶더라고요.
Q3. 지금 5시에 일어나시는 것도 대단한데, 작년에는 새벽 3시 반에 일어나셨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데요. 그렇게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는 대단한 결의가 필요할 것 같아요.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요?
앞에서 말씀드린 자기혁명캠프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그 수업을 들으면서 꿈이 생겼거든요. 그 꿈을 위해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이들 보육하면서 시간을 낸다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선택한 시간이 새벽 시간이었어요. 어떻게 해서든 서너시간을 잘 활용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새벽 3시 반에 일어나게 되었어요.
하지만 새벽 3시 반에 일어나는 게 엄청난 결의를 필요로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어느 정도의 다짐이 작용한 것은 맞지만 생활패턴을 바꾸면 누구나 가능한 일이긴 하거든요. 저의 경우 새벽시간을 얻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저녁 시간을 포기한 것이었어요. 아이들 재우러 들어갈 때 저도 모든 준비를 마치고 같이 들어가서 아이들과 함께 잠들었거든요. 이전까지는 아이를 재우고 나서 힐링 타임을 즐기기 위해 맥주도 마시고 TV 드라마도 봤었는데 그런 저녁의 힐링 타임을 아침으로 옮겨온 것이지요. 그리고 새벽이 주는 고요함이 제게 심적으로 큰 위안을 준 것도 사실이었고요.
잠은 충분히 잤다고 생각해요. 9시에 자서 3시 반에 일어났으니 하루 6시간 정도 잔 셈이니까요. 아 그리고 주말에는 몰아서 잘 때도 있었어요. 둘째 낮잠 잘 때 같이 잔 적도 많았고요. 꾸준히 한다고는 했지만 하루도 거르진 않아야겠다는 그런 마음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더 꾸준할 수 있었고요.
Q4. 그래도 저녁시간을 포기한다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유진 님의 "꿈"이 궁금해지네요. 어떤 꿈을 갖게 되신 건가요?
웃지 마세요. 제 꿈은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겠다는 거에요. 진부할 순 있지만 아이들에게 그런 가치를 심어주고 이를 통해 아이들이 즐겁고 가치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 주고 싶어요.
사실 이런 꿈을 처음부터 꾸었던 건 아니었어요. 초등학교 교사라고 하면 아이들 교육에 대한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들 생각하시겠지만 직장인으로서 살아가다보면 그게 크게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어요. 휴직 전 저도 그랬고요. 그리고 사람들의 생각이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그랬던 제가 자기혁명캠프 수업을 들으면서 저를 돌아보게 되었고, 그 속에서 제가 진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새벽 3시에 일어나서 하나씩 제 꿈을 위해서 할 것들을 실천에 옮겼어요. 우선 저를 돌아봤고, 그 속에서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게 됐어요. 그게 바로 글과 유튜브였어요. 글을 쓰고 유튜브 채널을 만든 건 참 재미났어요. 글을 쓰면서 스트레스가 많이 해소됐고, 유튜브를 하면서 영상 편집에 재미를 붙일 수 있었어요.
새벽마다 만든 글과 동영상은 그녀의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하는 그녀의 꾸준함이 그녀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단어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꾸준함을 무기로 하는 그녀의 콘텐츠들이 사람들에게 빨리 퍼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들었다. 특히 유튜브 채널에 소개된 아이들 책소개 영상이 그랬다. 90개 가까운 책들을 저학년용, 고학년용, 청소년용으로 나누고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소개하는 책이라 그런지 신뢰감도 더 크게 들었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책을 선택할 때 참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유진 님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D3w2IQSFkf7abjb-rp_YlA
Q5. 휴직이 끝날 때쯤인 작년 12월, 산티아고를 1주일 동안 다녀오셨다고 들었어요. 굳이 거기까지 가야 하나 싶을 정도로 힘든 일정이었던 것 같은데, 여행은 어떠셨어요?
휴직이 끝날 때쯤 꼭 저를 위한 선물로 여행을 가고 싶었어요. 남편도 아이도 없이 저 혼자만 가는 여행을요. 그리고 남편도 제 이런 마음을 이해해 주었어요. 때마침 함께 하는 프로젝트에서 1주일 정도의 여행을 갈 예정이었고, 남편의 동의를 받아 남편은 휴가를 내고 아이들을 보고, 저 혼자서 프로젝트 멤버들과 12월에 산티아고에 가게 됐어요.
산티아고 일정은 힘들었어요. 100km를 걷는 일정이었는데, 날씨도 좋지 않아서 매번 비를 맞아야 했거든요. 그런데 여행은 정말 좋았어요. 신기하죠?
우선 같이 갔던 분들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함께 간 분들과 프로젝트를 하면서는 크게 친해지지 못했었는데 산티아고 여행을 하면서 엄청 가까워질 수 있었거든요. 고생을 같이 해 봐야 친해진다더니 딱 그랬어요.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라 대화도 잘 통했고요. 덕분에 좋은 언니, 오빠, 동생을 만날 수 있었단 게 좋았어요. 제가 얻은 큰 자산이란 생각도 들었어요.
걷는 것 자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것도 참 좋았어요. 저에 대해서 정말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속에서 제가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의미"에 집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도 큰 가르침이었어요. 이번 여행 때도 그랬거든요. 가서 뭐라도 얻어와야지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몸이 너무 힘드니까 그런 의미에 대해서 생각할 겨를이 없더라고요. 그저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게 오히려 더 재미난 경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뭐든 무겁게 다가갈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죠. 정말 어깨도 무겁고, 발도 너무 아팠는데 머리는 가벼웠어요. 그래서 더 감사한 여행이었어요.
https://brunch.co.kr/@hailoo1/121
Q6.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최근 코로나로 인해 아무 곳도 여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때의 추억이 물론 고통스러운 부분도 있겠지만 지지대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런 여행에서 느꼈던 것들을 글로 표현하고 그것을 나의 삶에 연결시키려는 것이 참 좋아 보여요.
그래서 올해 초 복직을 하게 됐죠? 복직하자마자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겪으시면서 꽤나 힘드셨겠어요?
처음 복직을 해서 학교에 나갔을 때만 해도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4년 만에 직장에 다시 가는 것이었고, 새로운 꿈을 갖게 되니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사실이 너무 신이 나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제가 얻은 가치를 전달할 생각을 하니 흥분도 됐고요.
그런데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개학도 제대로 못하게 되고 온라인 수업이라는 해보지도 않은 것을 준비하면서 멘붕에 빠지긴 했어요. 그나마 1년간 유튜브를 했던 게 크게 도움이 됐어요. 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했던 경험 덕분에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는 게 크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정말 다행이었죠.
Q7. 그랬군요. 그런 거 보면 무엇이든 해 놓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당장 쓸모 없어 보이는 것들도 언젠가 그 가치를 발휘하는 것들이 크고요. 물론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 만나긴 하지만 오랜만에 아이들을 만나서 기분 좋으셨을 것 같은데요. 복직하고 나서 아이들과 만난 기분은 어땠어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정말 좋았어요. 물론 마스크를 쓰고 일주일에 두 번 본 게 고작이긴 했지만 제가 교사라는 게 느껴져서 좋더라고요. 제가 느끼고 배웠던 것들을 조금씩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고요.
학교 선생님들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참 좋았어요. 지난 1년 간 자기계발을 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 것과든 사뭇 다른 느낌이었어요. 물론 처음은 쉽지 않았어요. 제가 6학년을 맡고 있는데 저희 6학년의 다른 반 선생님들이 다들 90년대 생이시더라고요. 80년대 생인 제가 제일 나이가 많아서 황당했었는데요. 세대가 달라서 그런지 서로에게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잠깐의 적응기를 거치고 나니 훨씬 편하고 좋았어요. 젊은 세대라 그런지 온라인 수업 준비도 잘 하셔서 배운 것도 많았고요.
Q8. 복직이 기다려졌던 것 같은 인상도 받게 되는데요. 휴직 전과 뭐가 많이 달라진 것 같으세요?
마음이 정말 단단해진 것 같아요. 작년에 했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됐어요. 덕분에 단단해진 저와 마주할 수 있었고요. 저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졌고, 그래서 그런지 뭐든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
목표도 뚜렷해졌어요. 학교 선생님들에게 제가 가진 경험을 나누고 싶어졌어요. 유튜브나 글쓰기와 같은 ,기록을 남기는 일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지식만 전달하는 사람이 아닌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 알려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그런 가치를 담은 재미있는 동화책을 써보고 싶어요. 천천히 경험을 쌓아가면서 하나씩 해보려고요.
Q9. 유진님이 만든 동화책, 벌써부터 기대되는데요. 마지막으로 본인의 휴직에 대해서 한 마디로 정리해 보실 수 있을까요?
아이들 육아를 하는 것도 참 보람찼지만, 지난 1년간 좋은 기회를 통해 많은 배움을 얻었고 인생의 후반부를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그때 만난 다양한 분들이 제게는 큰 자산이 된 거 같아 감사했고요. 그래서 휴직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기도 하지만, 후회하진 않는 것 같아요.
다른 여성 휴직자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아이들 키우는 게 힘도 들겠지만 그 속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어떻게든 확보하고 나를 위해서 그 시간을 투자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숨통이 트이는 것 같더라고요.
서면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그녀의 블로그와 유튜브의 기록들을 하나씩 읽고 시청했다. 작년 한 해동안의 글과 동영상에서 그녀의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몸부림이 느껴졌다. 자신이 가졌던 허물을 벗어내려고 하는 노력이 보였고, 달리기 하면서 찍은 동영상에서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꾸준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같이"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느껴졌지만 그녀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경험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했고, 함께 성장하는 것에 큰 기쁨을 늒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가 더 오래갈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도 잘 아는 현명한 사람이기도 하고.
혼자 가면 멀리가지만 함께 가면 오래 간다 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그녀 또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오랫동안 자기의 꿈을 위해 달려갔으면 한다.
동화책 작가로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이유진 작가님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