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말고 복직> 인터뷰 - 9. 김준호
작년 10월 31일에 인터뷰 글을 올리고, 어쩌다 보니 <퇴사 말고 복직> 인터뷰가 끊겼습니다. 핑계는 많았습니다. 제가 조금 바빴고, 주변에 휴직을 하시고 복직하신 분을 섭외하기 조금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끈을 놓지는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이어가야 겠다는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자기혁명캠프 동기이자 휴직기간 저와 많은 모임을 함께 했던 준호님과 서면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복직 후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의 휴직을 다시 들여다 볼 수 있었고, 복직 후 그의 생각을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퇴사 말고 복직> 이야기, 이번 편은 아홉 번째 이야기로 김준호 님의 휴직과 복직 스토리를 담아봤습니다.
Q1. 우선 자기 소개부터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IT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김준호라고 합니다. 개발자로 12년을 딱 채우고 재작년 11월부터 1년 동안의 알찬 휴직기간을 보낸 후 작년 12월 복직했는데요. 현재는 국내 기업에서 고객과의 접점 채널 중 하나인 온라인 사이트의 시스템을 관리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Q2. 12년 동안의 회사 생활을 마치고 선택한 휴직이었는데요. 왜 휴직을 선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휴직 전 저는 책을 읽고 몇 개의 강의를 듣고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직장 밖 새로운 세상을 접하다 보니 직장에 대한 한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직장에서 주는 월급에 100% 의지해 살고 있지만, 그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이 나를 배신하기 전 뭔가 대비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때마침 다양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분들을 접하게 됐습니다. 저 또한 제가 원하는것을 찾아, 내 이름을 건 무언가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되었습니다. 직장에서가 아닌 직장 밖에서 저만의 수입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직장에서 잠시 떨어져 있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큰 전진을 위한 쉼을 택했다고 해야 할까요?
Q3. 휴직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고픈 준호님의 바람이 느껴지는데요. 아내 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셨나요? 설득하는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놀라긴 했지만 다행히 아내는 휴직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 휴직을 반기는 눈치였습니다. 맞벌이라 아이 돌보는 게 힘들었는데 제가 휴직을 하면 아내의 부담이 줄고 제가 집안에 더 충실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 듯 합니다. 덕분에 아내도 편하게 회사를 다닐 수 있었고 저 또한 아이를 돌보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가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Q4. 휴직하면서 가장 집중했던 일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는요?
앞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저는 돈을 벌어보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수익을 만들어서 회사에 복직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가장 집중한 것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는 데 제약이 컸던 터라 아쉬웠는데, 그 아쉬움을 휴직을 하자마자 풀 수 있었습니다. 강의를 통해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덕분에 제가 살아왔던 방식과는 조금 다르게 살아온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휴직 전보다 훨씬 바빴고 정신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난 코로나 때문에 그것도 중단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온라인으로 만나는 게 전부였는데, 그것에 익숙해지는 데 꽤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에도 시행착오가 필요했는데 휴직기간 동안 그런 시행착오를 겪느라 목표한 바에 비해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는 못해 아쉬웠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돈을 벌어보고자 하는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였는데요. 물론 소액을 벌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었지만 원대했던 목표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거늘 휴직을 마칠 때 쯤에는 보잘것없는 저의 수익이 실망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코로나가 원망스럽기도 했고요.
Q5. 휴직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경험은 무엇이었을까요?
수 많은 새로운 경험을 했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마케팅 관련 수업을 들었던 일을 꼽고 싶습니다. 사실 마케팅을 배우려고 했던 것은 제 마음의 조바심을 극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할 까봐 조급하던 찰나에 한 마케팅 수업을 알게 되었고 거금을 투자해 그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수업은 실망스러웠고 사기까지 당해서 추가금을 지불해야 했는데 수업에 대한 환불은 받지 못했지만 사기 당한 것은 다행히 환불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극적으로 겨우겨우 말이죠. 그때 수업을 통해서 마케팅에 대해서 배우고 느낀 것도 있지만 너무 큰 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그 이후 저는 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고 제가 조바심을 내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 때 제게 나타난 것이 바로 다원재능심리학이었습니다. 심리학의 한 분야인 다원재능 심리학을 접하고 제게 맞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더욱 깊게 공부해 삶에 적용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을 돕는 활동을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제가 진짜 파야할 분야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휴직이 준 수확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익을 창출하고 싶었다는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직장인이라면 그런 고민을 한 번쯤 해 보지 않았을까? 그래서였는지 그가 느낀 조바심도 이해가 됐다. 하지만 그 조바심이 그에게 큰 비용을 지불하게 한 것은 안타깝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물론 돌아 돌아 그가 집중해야 할 부분을 만난 것은 반가운 일이었지만 말이다.
Q6. 작년 11월에 복직했다고 하셨는데요. 복직하는 날 기분은 어땠나요? 그리고 복직 후 하시는 일에는 만족하시나요?
복직하는 첫 날 몸도 마음도 꽉 찬 상태였습니다. 에너지도 넘쳤어요. 물론 제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분야를 알게 되어서인지 복직하는 것이 실패한 휴직같이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참 다행이었죠.
일은 휴직 전 원래 하던 일을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조금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원래 하던 일이라 그런지 적응하기 수월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 중 상당부분이 다른 회사 분들과 함께 하는 것들이었는데요. 일은 같았지만 같이 일하는 다른 회사 분들이 거의 다 바뀌어서 새로운 사람들과 일을 해야 했는데요. 그것이 제게는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걱정도 됐지만 설렌 것도 사실입니다.
Q7. 아무리 비슷한 일을 한다 해도, 회사 생활을 1년만에 다시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힘들진 않았나요? 혹시 힘들었다면 어떤 점이 힘들었을까요?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작업 환경이 많이 바뀌지 않은데다 1년이 지났지만 신기하게도 기억에 다 남아 있어서 쉽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같이 일하게 된 새 팀장님이 저와 잘 맞았고 협력업체의 실장님도 저와 성향이 잘 맞았습니다. 사람이 잘 맞았고 업무도 크게 어렵거나 힘든 부분이 없어서 괜찮았습니다.
다만 야근도 잦아지고, 주말도 나와서 일을 하는 경우가 생기다 보니 제 사적인 시간이 줄어들게 되었다는 것은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개인적으로 하려 했던 저만의 복직 목표가 조금 빗나가 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휴직 때 하던 일들을 점점 놓게 되는 것 같아 조금 답답했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적응 되어 균형을 맞춰가고 있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회사 일을 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까지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최근까지도 느끼고 있습니다.
Q8. 휴직 전 후 회사에서 일할 때 본인이 달라진 게 있나요? 있다면 어떤 게 달라졌나요?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요. 우선 하나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제가 그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약간은 성숙해졌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입니다. 제 느낌적인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제 기질과 성격에 대해 휴직을 통해 이해하게 되면서 여유가 조금 생긴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일상에서 마주하는 일들에 대한 제 태도 또한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마냥 피하기 보다는 그것을 직접 마주하게 되었고, 그런 어려움 속에서 저 스스로 삶의 사명을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 또한 들었습니다. 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냥 제 자리에 머물렀을 텐데 제가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역시 제 느낌적인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또 다른 하나는 지금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도 내가 함께 가져가야 할 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휴직 전에는 지금 일을 당장이라도 때려치고 새로운 일을 벌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1년여간의 경험을 통해 사업이 얼마나 힘든지를 몸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하고 있는 일들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신 트렌드를 익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의 장점도 보였고 이것을 하면서 사이드로 다른 일을 벌이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Q9. 복직 후 회사에서 목표가 생겼다면 어떤 것일까요?
개발 역량을 조금 더 기르는 것입니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IT 개발업무를 담당했고 총 경력의 절반을 개발자로 생활했습니다. 회사를 옮기면서 개발보다는 운영, 관리 업무를 더 하다보니 재미도 없고 실력이 느는 것 같지도 않고 시간만 간다는 느낌이 많았습니다. 복직 후 동일한 업무를 맡게되면서 동일한 시간을 보냈지만 다행히도 업무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개발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새롭게 일하는 느낌도 들고, 덕분에 다시 공부를 하면서 제가 가진 업무에 대한 열정을 끌어 올릴 수 있엇습니다.
적어도 사내에서는 예전의 영광을 회복하여 그래도 개발 좀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해 볼 예정입니다.
Q10. 멋지십니다. 회사에서 일에 목표가 생겼다는 게 참 좋아 보여요. 복직은 생각지도 않았던 휴직이었는데 복직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회사 생활을 하신 것 같네요. 그런 점에서 커리어가 끊겼다는 면에서 휴직이 후회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혹시 후회한 적은 없으신가요?
절대 후회한 적 없고, 지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휴직을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휴직이 없었다면 저는 계속 휴직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감에 사로잡혀 무기력하게 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휴직을 하고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고 또 새로운 것들을 많이 접했습니다. 그리고 짧지만 긴 그 1년동안의 경험이 저를 변화시켰습니다. 힘들었지만 충분히 가치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언제 오직 나 자신을 위해 이렇게 시간을 쓰고 생각할 수 있을 수 있을까요?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들이였고 내가 건강해지는 시간이였고 가족이 건강해지는 시간이였습니다. 이런 시간을 가졌다는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뭔가 돌아 돌아 제 자리에 온 느낌이 들었다. 그가 좋아하는 개발 업무를 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펼쳐 보이고 싶은 그의 포부를 들으며 휴직을 하면서 세웠던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가 보낸 시간이 헛되지는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조급한 마음에 힘든 시간도 겪었지만 그런 힘든 시간 덕분에 그가 더 달라질 수 있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오직 나 자신을 위해 쓰는 시간이 분명 사치스럽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 너무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나에 대해 집중하고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 우리는 너무 없었다. 더 늦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확보했으면 좋겠다. 준호님의 휴직이 그에게 큰 가르침을 줬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