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도 없다

내면

by 여름


바람에 나부끼는 여린 풀잎

그 가녀린 몸짓


희고 작은 어깨 위

흩날리는 머릿결처럼


한없이 한없이

흔들리고 만다


어서 내게 오라고

어서 와서 날 안아주라고


한 번도 지치는 기색 없이

한 번도 무너진 적 없던 것처럼


조용히 조용히

스러지듯 외친다



아무리 거센 바람이 불어와도 풀잎은 결코 꺾이는 일이 없다. 바람을 피해 납작 엎드려 그 바람이 지나가길 기다릴 뿐이다. 힘들어도, 지쳐도, 그저 버티며 바람에 몸을 맡긴다. 폭풍우가 지나간 뒤, 풀잎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일어선다.

나는 그런 풀잎을 닮았다. 흔들리면서도, 스스로 일어서야만 했던 수많은 날들. 하지만 그 내면 어딘가에는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가 나를 안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럼에도 결국 혼자였던 순간이 사무치도록 아프다.


풀잎도 어쩌면 누군가의 품을 기다리지는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