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재생

by 여름


소리도 냄새도 닿지 않는

깊고도 고요한 심해 속으로

처절히 가라앉는다


그곳엔 오직

나와 차가운 물뿐


우린 서로 엉켜 붙은 채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된다


너에게 하고픈 말은

투명한 유리알 되어

산산이 흩어지고


허우적거림도

무의미해진 듯

네게 몸을 누인다


발끝이

그 심해 어딘가에 닿는 순간,


번쩍-

감았던 두 눈이 커지고

모든 감각이 되살아난다


나 여기 있다고

세상밖에

크게 소리치고 싶어


몸서리치듯

머나먼 빛을 향해

쉼 없이 내달린다




누구나 한 번쯤은 심해 같은 깊은 어둠 속에 가라앉곤 한다.

그러나 철저히 빛이 차단되었다고 여겼던 그곳에서조차 삶은 희미한 빛을 품고 있다.

심해는 끝이 아니라, 다시 빛으로 차오르기 위한 시작이다.

그 희미한 빛을 향한 작은 몸짓 하나가 다시 살아가려는 첫걸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