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mentis Jun 06. 2024

브랜드 디자인의 힘

감정과 자세를 빚어내는 보이지 않는 의자

지난달 다녀온 일본 여행이 문득 떠올랐다. 특히 후쿠오카에서의 하루가 선명하게 기억난다. 무더웠던 그날, 나는 캐널시티의 무인양품 매장에 발을 들였다.


한여름 열기와 여행의 피로를 안은 채 매장 문을 열었을 때, 예상치 못한 안식이 나를 맞이했다. 시원한 실내 공기, 은은한 조명, 그리고 나무의 향기가 뒤섞인 공간. 그곳에서 나는 잠시 여행자가 아닌, 이 공간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인양품 소파에서 깨달은 브랜드 디자인의 힘

매장을 둘러보던 중 발견한 낮은 소파에 앉았을 때의 감각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치 일본 온천에 몸을 담근 것처럼 피로가 녹아내리는 듯했다. 소파의 부드러운 감촉과 적당한 단단함, 그리고 귓가에 들리는 잔잔한 음악이 어우러져 완벽한 휴식을 선사했다.


그때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이 편안함이 단순히 소파 때문만은 아닐 거라고.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가 만들어낸 전체적인 분위기, 즉 브랜드 디자인이 나의 감정과 자세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의자와 브랜드 디자인의 유사성

이 경험은 브랜드 디자인과 의자의 유사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의자가 우리의 자세와 감정에 미치는 영향처럼, 브랜드 디자인도 우리의 행동과 감정을 은근히 유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의자의 다양한 스타일과 형태는 각기 다른 자세와 경험을 만들어낸다.


안락의자의 부드러운 쿠션과 넓은 팔걸이는 몸을 깊숙이 파묻게 하며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게 한다. 반면 사무용 의자의 곧은 등받이와 조절 가능한 높이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게 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바 스툴의 높은 좌석은 앉은 사람의 시선을 높이고 활발한 대화와 상호작용을 촉진한다. 흔들의자의 부드러운 흔들림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사색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왕좌 스타일 의자의 높은 등받이와 화려한 장식은 앉은 사람에게 권위와 위엄을 부여하며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게 만든다. 


이처럼 각각의 의자는 그 형태와 기능에 따라 우리의 자세와 감정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의자의 특성은 단순히 개별 가구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공간 전체의 디자인에도 적용된다. 무인양품 매장은 이러한 원리를 전체 공간에 확장시킨 좋은 예다.



무인양품의 공간 디자인, 브랜드 경험의 총체

무인양품 매장은 마치 자연 속 산장 같은 분위기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부드러운 조명과 나무 소재의 따뜻함, 곳곳에 배치된 식물들이 생기를 더해주었다. 이곳의 가구들은 대부분 낮고 편안한 형태로, 방문객들이 여유롭고 편안한 자세로 제품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카페 무지', '무지북스', '무지 서포트' 등의 공간은 각각 다른 스타일의 의자와 가구를 통해 독특한 경험을 선사했다. 카페의 편안한 좌석은 "쇼핑은 천천히... 여기서 커피 한 잔은 어때?"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북스의 아담한 의자들은 무인양품의 철학이 담긴 책을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고, 무지 서포트에서는 내 생활에 맞춘 관심 어린 제안을 체험할 수 있었다.


Copyright © ahneunju All Rights Reserved


브랜드 디자인, 감정과 자세를 빚어내는 보이지 않는 의자

이러한 경험은 우리가 선호하는 브랜드가 우리에게 어떤 감정과 자세를 만들어주는지, 또는 기업이 의도하는 소비자 경험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브랜드는 마치 특별히 디자인된 의자처럼, 소비자의 신체적, 감정적 자세를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한다.


결국, 성공적인 브랜드 디자인은 의자가 우리의 자세를 지지하고 편안함을 제공하듯, 소비자를 포용하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며, 그 브랜드만의 독특한 세계로 안내한다. 이는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소비자와 깊은 감성적 연결을 만들어내는 브랜드의 힘을 보여준다.


우리가 좋아하는 브랜드 공간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즐거움은, 결국 그 브랜드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보이지 않는 의자'의 편안함일지도 모른다. 무인양품은 나에게 나무로 만든 안락의자 같은 편안한 자세를 만들어주었다. 당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는 어떤 자세와 감정을 만들어주는가? 혹은 당신의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가? 그 경험은 브랜드가 의도하는 자세와 감정인가?


이처럼 브랜드 디자인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서, 사용자에게 자연스럽게 그들의 방식을 느끼고 생각하도록 이끄는 감정적인 자세를 만들어내는 강력하고도 섬세한 도구이다. 브랜드 디자인의 힘은 바로 이렇게 우리의 감정과 자세를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의자로 작용하는 데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