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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사쁨 Jul 27. 2024

맘모톰은 시술이 아닙니다

(*2023년 11월 이야기 입니다. 휴대전화가 고장난 상태라 기억에 의존한 기록이에요. 내용에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맘모톰은 억울하다.

맘모톰은 유방에 있는 종양이나 혹을 제거하는 시술이다? NO. 아니, 틀렸다. 맘모톰은 유방에 있는 종양이나 혹을 제거하는 장비를 만든 회사의 이름이다. 브랜드 이름, 무려 글로발한 기업 되시겠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맘모톰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상당히 억울하겠다. 맘모톰 홈페이지게 들어가보면 그 마음이 전해진다. 무려 25주년을 맞은 회사라는데 국제적인 기업인데 아무도 모른다. 맘모톰을 받은 사람도 모른다. 앞으로는 '맘모톰으로 조직검사를 했어' 또는 '혹이 있어서 맘모톰으로 제거했어'라고 표현하도록 해야겠다


일반적으로 4mm에서 7mm되는 얇은 관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몸에 찔러 넣는다고 생각하면 얇다고 말하기에 다소 부담스럽다. 물론 산 체로 하지 않는다. 마취를 한다. 초음파로 위치를 잡은 후 관이 들어가고 표적 조직을 빼낸다. 조직을 떼어낸 빈 공간은 콜라겐으로 채우고, 수술용 본드(라고 했던 것 같다)로 피부를 접합한 후 밴드를 붙여주면 끝. 시술 부위로 혈액이 모이기 때문에 가슴을 단단하게 압박한 후 바닥에 쿠션을 받쳐 놓고선 그 위로 엎드려 있어야 한다. 엎드려서 잠도 조금 자고 휴대전화도 만지작 거리다 보니 퇴원시간이 되었다.


모든 과정이 수월했다. 집에 돌아온 후에도 특별한 이벤트 없이 상처는 잘 아물었다. 유방암을 경험한 고쌤은 맘모톰으로 조직 검사를 하는 과정이 가장 고되었다고 했다. 수술보다 더 힘들었다고, 정말 너무 아팠다고, 그게 제일 아팠다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씀하셨다. 온 얼굴에 그 때의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나는 만세하고 누워 있다가, 엎드려 있다가, 핸드폰 좀 하다가 퇴원한 것이 전부인데 이 시술이 그렇게 아플 수 있다니. 이 또한 감사하다.



중요한 건 조직검사 결과이다.

정말 못된 애였을까? 암이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남아 있었다. 고쌤은 0기로 진단 받는 게 낫다고 했다. 진담금에 뭐에 뭐에 보험금이 다 나온다고. 0기라고 한들 뭐가 좋을까. 보험금 많이 나온다고 그게 뭐가 좋을까 싶었다. 아무리 0기여도 암인 걸. 생각만 해도 몸이고 마음이고 한껏 쫄아붙을 것만 같다. 드러난 곳이 전부일지, 다른 곳은 성할지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고 끝도 없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일주일이 채 안되어 결과가 문자로 전송됐다. 명불허전, 선생님이 예측한 그대로였다. 양성종양(암은 악성)이나 뭔가가 나쁘다는 설명이(정확히 기억이 안나요) 있었고 병원에 방문해 '경화성 선증'이라는 정확한 이름을 들었다. 선생님의 설명과 그 이후 찾아본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 조직 자체가 암이 되는 것은 아니나 이러한 조직을 가지고 있을 때 유방암 발병율이 유의미하게 높아진다고 정리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https://youtu.be/mjYnrGZIbLQ?si=E6YPWCtmVcld1kmk

출처 : 유튜브 채널, 암찾는 의사 이원경


그 못된 애가 왜 내 몸에 생겼을까?

유튜브에서 유방암을 검색하면 영상마다 하나같이 '폭증'한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주원인은 (1)가족력이 대표적이나 (2)에스트로겐 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진 점(초경의 시기가 앞당겨짐, 임신과 모유수유 기간의 부재 또는 축소, 피임약 복용, 갱년기 치료 등), (3)서구화된 식생활과 그로 인한 비만, (4)건강검진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에 따른 조기 발견 마지막으로 (5)유해한 화학 물질이나 환경오염 물질에의 노출 정도인데 나는 과연 어느 항목에 해당되었던 것일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배달음식이다. 결혼 전과 지금을 비교해 봤을 때 나의 일상에서 가장 달라진 부분이 식생활인데 배달음식을 섭취하는 비율이 네 배 이상 늘었다. 영혼의 양식, 치킨은 못해도 한 달에 두 번, 엽기적인 떡볶이와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떡볶이도 최소 월 1회는 된다. 겉바속촉 탕수육도 빠질 수 없다. 치킨을 제외하고는 모든 음식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진다. 한 달 단위로 주문하는 반찬 가게도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데 주문 구력이 이미 5년을 넘었다. 한 김 식혀 포장해 주셨을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종이컵. 종이는 물에 젖지만 종이컵은 물에 젖지 않는다. 특별한 처리를 했기 때문인데 문제는 뜨거운 물이 닿는 순간 엄청난 양의 미세 플라스틱이 용출된다는 것. 그걸 매일 마셨다. 매일 아침 약처럼,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처럼 매일. 믹스커피는 종이컵에 마셔야 맛깔이 나니까 그래서 그랬다. 미세 플라스틱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그래서 그랬다. 


마지막으로, 나는 비만이다. 깜빡할 뻔했다. 체중은 47~48kg을 오가지만 체지방율은 30%를 넘는 마른 비만이자 경도 비만. 역시나 눈에 잘 안 보인다.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비밀스러운 비만인. 


눈에 보여야 한다. 환경 호르몬이니 미세 플라스틱이니 다 알고 익히 들어봤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가벼워진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듯, 시각화가 목표 달성의 중요한 도구이자 동기를 유지하는 힘이 되는 것처럼 보여야 힘을 받는다. 눈으로 확인해야 뇌가 말을 듣는다.      


담배를 줄여야 합니다.

술을 끊어야 합니다.

커피를 줄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녀를 먼저 잊어야 합니다.


제목도 모르는 90년대 어느 노래에서는 그녀를 잊어야 담배도 술도 커피도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뭘 잊어야 설탕과 밀가루와 튀김을 줄이고 끊을 수 있을까. 지금이 기회인 것 같은데 뭘 해야할지,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사진출처 : 맘모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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