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막만한 얼굴에 목소리가 아주 까랑까랑하니 말이 속사포다. 1.3배속 되는 듯한 속도로 말이 쏟아져 나오는데 '나 야무지기가 어마무시합니다'라고 쓰여있다. 영상의학과에서 유방을 세부전공하며 3천회 이상의 케이스를 경험했다고 했다. 정상 조직을 착하게 생긴애, 예쁜 애라고 부르고 문제가 의심되는 조직은 못 되게 생긴애, 나쁜 애라고 칭하며 이론과 경험, 케이스 삼박자를 고루 갖춰 똑 떨어지게 설명한다.
https://youtu.be/Z2vWsdkNbUU?si=60-RmcE8EnAeVtm6
암 찾는 의사 이원경 선생님을 만나야겠다.
마침 건강검진을 해야 했다. 2년 전 검진에서 혹이 많다고 했었고 1년 후 한 번 다녀가라고도 했었는데, 그것 마저도 안 했다. 갑자기 너무 반성이 된다. 예약을 잡으려 했더니 세상에, 아직 인허가가 나지 않아 영업 대기 중인 상태라는데 나 말고도, 나 보다 먼저 찜을 해 놓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매체의 영향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다들 나처럼 그녀에게 반했나보다.
문이 열리네요. 그녀가 들어오죠. 오전 수업은 모두 교환했고 5, 6교시 동아리 활동만 2시간 하면 되니 마음이 가볍다. 9시 반 예약에 간신히 시간을 맞춰 도착하고 문진표 작성에 몇 가지 설명을 듣고 나니 10시는 되었던 것 같다. 내 딸이라면 요요 마르고 작은 게 어떻게 그렇게 공부도 잘하고 일도 잘하는지 볼 때마다 신통방통 하다는 말이 나올 것 같았다. 친근하고 친밀감이 느껴지는 말투는 아니었지만 초음파 화면에 보이는 것들에 대해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유튜브 이야기를 조금 나누었는데 선생님의 영상이 터지면서 강남, 송파 지역에 있는 영상의학과 선생님들 모두 6개월치 예약이 완료되었다고 하니 바야흐로 유튜브의 시대구나 했다.
암일까
영상에서 불리던 못 되게 생긴 애다. 두 개가 걸렸다. 버튼을 누르는 건지 어떻게 작동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순간 색이 바뀌며 반짝 거리는 것이 보였는데 그건 혈류가 조직으로 흐른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고 크기가 앞으로 커질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 역시 생기기도 몬~쉥겼지만 가로로 죽죽 늘어선 유방 조직을 가로질러 즉 여러 조직에 걸쳐 올록볼록한 조롱박 모양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단호했고 명쾌했다. 첫째, 조직검사를 하면 100% 암이 아닌 것으로 나올것이다. 둘째, 하지만 결코 좋은 성질의 조직이 아닐 것이다. 셋째, 어차피 조직검사 해 봤자 제거 소견이 나올 것이므로 조직검사 비용 아낀다 생각하고 오늘 제거하자. 너무 익숙한 설명이다. 영상에서 접했던 사례와 너무 똑같아서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듣겠다. 완벽히 이해가 되었다. 다행히도 다음 예약자가 내원하지 않아 시술도 바로 가능하다고 했다.
"시술은 한 5분? 10분? 저니까. 저는 워낙 많이 해 봤으니까 진짜 뭐 10분? 아니 10분도 안 걸려요. 진짜 금방 빼거든요. 저니까."
나보다 동생일 것이 분명한 유튜버 선생님의 깨알같은 자기 홍보 멘트가 귀엽다. '저니까.'
그래, 선생님이니까.
그래, 일단 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