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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잇다 Jul 25. 2020

아이와 은행을 함께 가야 하는 3가지 이유

나의 일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으로 기억합니다.


처음 엄마 손을 잡고 들어간 은행은 모든 것이 마냥 신기했습니다.

번호표를 손에 쥐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다 제각각이었고 맑은 옷차림에 일하는 은행원이나 지점 구석에 놓인 정수기마저도 낯설고 신기하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적막을 깨는 '띵동'소리는 어린 저의 모든 관심을 집중하기에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한글을 띄엄띄엄 겨우 읽는 저에게 제 이름이 찍힌 통장을 생긴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뭐... 통장이 정확히 어떤 용도로 쓰는 건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오롯이 내 것이 생겼다는 것이 중요할 뿐. 센스 있는 엄마는 새 통장에 만 원을 넣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용돈이 생기거나 집안 어른들에게 받는 돈이 있으면 바로 쓰지 말고 통장에 잘 모으라는 말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정말 돈 모으는 개념조차 없던 어린 저는 매번 돈이 생길 때마다 마법에 홀린 듯 은행을 찾아가곤 했습니다. 특히 통장 정리할 때 들리는 '찌이찍~~ 찌이찍~~' 프린터 소리는 아직까지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통장에 돈이 쌓일 때마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지곤 했습니다. 역시 애나 어른이나 돈이 제일 중요하다는..


초등학생 혹은 중고등학생 아이를 둔 부모님이라면 한 번쯤은 꼭 은행을 함께 방문해서 아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주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물론 공부하는 시간이 더욱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나 저도 뒤늦게 깨닫고 있지만 살면서 '금융'을 알고 모르고는 큰 차이가 납니다. 오히려 공부보다 더 중요할 때도 있죠.


성인이 되어서도 은행 상품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은행원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록 미미할지라도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은행 거래를 하고 조금씩 은행에 익숙해지면 최소한 이런 오류는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절약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습니다. 백날 아껴 써라고 말로만 하면 아이들에게는 아무 소용없습니다. 하지만 통장에 쌓인 돈은 쉽게 쓰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순전히 자기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은행 거래를 통해 금융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어렸을 때 만들었던 통장에 돈이 쌓이면서 이자가 쌓이는 경험을 해보면서(소액이긴 합니다. ㅎㅎ) 막연하게나마 이자는 많을수록 좋은 거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어린 시절 그렇게 신기해 보였던 은행에서 저는 지금 은행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문득 처음 통장을 만든 날이 기억이 날 때면 기분이 묘해지기도 합니다.


일을 하면서 지치거나 고객들에게 상처 받는 일도 있지만, 은행을 처음 찾은 어린이 고객들에게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소중한 장소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금 힘을 내곤 합니다. 역시 일에서 겪는 어려움은 일 자체에서 보람을 찾는 것이 가장 좋은 치유 방법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왠지 은행 가기 좋은 날인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오늘 꼭 아이와 손잡고 은행에 방문해서 통장 하나씩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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