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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Mar 18. 2023

환상 속의 그대

 망상, 공상, 허상, 상상, 환상...

모두 ‘생각 상想’ 자가 들어 있는 단어다. 긍정적인 의미를 주는 단어도 있고 그렇지 못한 단어도 있다. 어느 쪽이건 생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시 말해 생각, 그러니까 존재하지 않는 무엇에 대한 머리 혹은 마음속의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망상에 빠질 때도 있고 공상에 허우적거릴 때도 있고 허상을 쫓다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았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환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 현실을 도피해 본 경험도 있다. 요즘은 SNS라는 공간을 환상인지 상상인지 허상인지 여하튼 뭔지 모를 마음으로 헤매고 있다.



 개인적으로 SNS를 이르게 접하기도 했고 늦게 접하기도 했다. 유지가 되고 살아남았다면 어쩌면 ‘페이스북’을 넘어섰거나 아니 애초에 페이스북이 나올 수도 없었을 ‘싸이월드’가 내 삶의 첫 SNS다. 물론 SNS라는 게 사회적인 네트워크, 그러니까 포괄적으로 이야기하면 사회를 이루고 있는 인간 사이의 관계라고 하는 부분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 즉, 굳이 인터넷 망을 통한 네트워크가 아니어도 인간관계망은 존재해 왔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싸이월드를 첫 SNS라고 할 수는 없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싸이월드에 올리겠다고 디카로 사진 찍어 올리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땐 그랬다.


 당시 사회에서 광풍 같았던 싸이월드는 내 삶 속에서 찻잔 속의 태풍이었는지 한 번 훅 하고 불어 닥치고 말았다. 그 이후로 이렇다 할 SNS를 하지 않았다.(우린 보통 SNS를 한다고 표현한다. 카톡 해? 유튜브 해? 페이스북 해? 인스타 해? 트위터는? 등등등) 돌아보니 일반적인 의미의 SNS를 하지 않았을 뿐 오히려 그보다 더 깊은 사회관계망 속에서 20대를 홀랑 날려 먹었다. 다름 아닌 게임을 그것도 우리말로 해석하면 표현도 어려운 ‘다중접속역할게임’ 즉, mmorpg를 정말 무진장 폐인 소리 들어가며 열심히 했다.



 mmorpg유형의 게임은 게임 속에 나만의 아바타를 만들어 게임이라는 환상의 세계 속에서 많은 사람들과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나름의 성과를 낼 수 있다. 해서 당시에 상당한 사회적 문제점을 야기하기도 했다. 게임을 너무 오래 해서 사망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당시의 나는 게임을 하다 죽고 싶지는 않아서 폐인처럼 게임을 했지만, 게임방에서 밤을 새우는 게 일상다반사였지만 게임하는 중간중간 일어나 몸도 풀고 물도 마시고 밥도 먹어 가면서 했다.


 나름 변명을 해 보자면 당시의 20대는(참고로 나는 98학번이다.) 대한민국 게임 1세대다. 이전에 없던 놀이 문화, 게임이라고 하면 오락실에서 뿅뿅거리던 게 전부였던 시절에서 그야말로 정말 꿈같은 환상의 세계인 게임으로 들어가게 된 세대였다. 그러니 빠져들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90년대 후반 대한민국에 게임방이 깔리기 시작하면서부터 2000년대 전체를 대한민국 게임계의 르네상스라고 하기도 한다.



 지금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난리인데 당시의 한류를 담당했던 1순위 축은 게임이었다. 만화라고 하는 문화를 죽여 봤던 정부는 게임도 비스무리한 방법으로 죽이려 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잘 몰랐지만 여하튼 그랬다. 내 삶에 정말 광풍 같았던 게임은 30대 초반이 되어서야 시들해졌다. 시들해졌다기보다는 할 만큼 해서 바람이 잦아들었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게임 이후론 정말 이렇다 할 인터넷상에서의 SNS를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참고로 내가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한 해가 2014년이다. 2014년 당시까지 모토로라 ‘RAZR’를 7년인가 8년 간 써 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카톡을 주고받고 유튜브나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던 시기에 난 당당히 2g 폰으로 전화와 문자만 주고받았다. 그전 2011년에 커피 일을 하면서 카페 사장님이 페이스북으로 홍보 좀 해 보자 해서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었고 역시 같은 시기에 드라마 ‘궁’에 나오는 윤은혜에 빠져 혹시 트위터를 하면 연예인과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망상에 빠져 트위터 계정을 만들기도 했지만 그게 다였다.


 2014년에 커피학원에서 강사로 활동하면서 프랜차이즈 카페 오픈 교육을 했다. 오픈 당일에 카페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사진을 찍어 올려야 되는데 도저히 2g 폰으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다. 그래서 별 수 없이 스마트폰으로 바꾸게 됐다. 스마트폰에 너무 관심이 없어서 첫 스마트폰은 TV홈쇼핑을 보고 가장 저렴한 보급형 스마트폰을 샀다. 스마트폰 자체 용량이 8기가 밖에 안 됐고 한 달에 쓸 수 있는 데이터는 500메가 정도밖에 안 되는 기존의 2g 폰에서 카톡이나 하고 사진이나 찍을 수 있을 정도로만 업그레이드가 된 폰이었다. 사진을 찍어 바로바로 올릴 필요는 없었기에 많은 데이터는 필요 없었다.



 첫 스마트폰의 2년 약정이 끝나고 비로소 스마트폰의 세계에 진정으로 눈을 떴지만 그럼에도 비싼 최고급 프리미엄 폰은 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언제나 항상 프리미엄 폰 바로 아래 버전을 샀다. 그래도 사용하는 데 전혀 문제는 없었다. 여하튼 두 번째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하던 2016년부터 드디어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 배경엔 아내가 있었다. 난 기본적으로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걸 싫어했다. 너무 답답했다. 지금도 영화는 스마트폰으로 보지 않는다. 이런 내가 스마트폰으로 보통 영상인 유튜브를 보게 된 건 아내가 유튜브를 보는 모습을 보면서 따라 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아내는 유학시절에 먹방을 보면서 타국에서의 외로움을 달랬다고 했다.



 7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난 스마트폰으로 글도 쓰고 유튜브도 보고 인스타도 하고 페이스북도 하고 트위터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영화는 아직 보지 않고 앞으로도 안 보겠지만 게임도 얼마 전부터 열심히 하고 있다. 첫 스마트폰의 용량 8기가와 500메가의 데이터는 128메가와 무제한 데이터로 발전했다. 당시엔 기억에 의하면 500메가도 다 쓰지 않았던 거 같은데 지금은 한 달에 쓰는 데이터가 60기가 정도가 된다. 무제한 데이터인데 월 초에 쓰던 대로 데이터를 쓰면 통신사에서 알람이 온다. 너무 쓰신다고 조금 줄이시라고... 그럼 난 그 알람을 비웃듯이 더 쓴다. 왜 무제한이니까! 난 그 돈을 냈으니까! 웃기지 마 더 쓸 거야 이러면서 쓴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SNS활용을 더 하게 된 거 같다. 글을 쓰기 전엔 유튜브, 웹툰, 포털의 기사 정도를 보는 게 다였다. 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브런치도 만나게 됐고 쓴 글을 홍보하기 위해 계정만 파 놨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도 흔들어 깨웠다. 인스타그램도 쓴 글을 홍보하기 위해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즈음해서 보기만 했던 유튜브를 직접 해 보겠다고 채널을 만들기도 했다.



 글을 쓰려는 여러 이유 중에 하나가 경제적 자유를 위한 파이프라인의 구축이었다. 즉, 괜찮은 책을 하나 내서 팔 수 있다면 노동소득이 아닌 자본소득에 준하는 소득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상당히 요원한 일이지만 당시 생각은 그랬고 그렇게 될 거 같았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 영상도 만들어 올려 보자 하는 쪽으로 생각이 자연스레 흘러갔고 채널을 만들어 영상을 올렸다. 처음엔 일주일에 2~3개씩 올린 거 같다. 유튜브 채널을 키우는 여러 방법 중에 가장 많이 나오는 내용이 일주일에 영상을 하나씩 꾸준히 올리라는 거 다. 2~3개씩 올렸으니 처음 열정은 나름 대단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열정은 나만 있는 게 아닐 거다. 대부분 그렇게 불타오르다 언제  그랬나 싶게 사그라들었을 것이다.



 영상을 잘 만드는 것도 아니고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 보니 보는 사람이 없었다. 버텨내어야 할 부분이긴 하지만 조회 수는 50은 고사하고 30을 밑도는 게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힘이 빠지고 또한 엉성한 영상을 하나 만들어 올리는 데도 생각보다 많은 품이 들었다. 나름의 대본을 쓰고 녹음을 하고 내 모습을 촬영할 게 아니라면 삽입할 이미지나 영상을 찾아야 하고 프로그램을 통해 편집을 하고 등... 해야 될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혹은 의도에 의해 유튜브 영상 업로드 하는 일은 흐지부지되고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들어가는 글쓰기에 더 집중을 하게 됐다.



 글은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편한 서식에 타자를 두드려 내용을 작성하고 복사 붙이기를 통해 바로 게시하면 그만이었다. 보통은 글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 자체에서 글을 써 바로 올릴 수도 있었다. 더 쉽게 이야기하면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여러 과정 중에 하나인 대본만 써서 올리면 되는 일이었다. 그 순간 ‘그래! 내가 하고 싶은 것들 중에도 우선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그래야 포기할 가능성이 낮아지지.’하는 생각으로 더더욱 글쓰기에 집중했던 것 같다.



 그렇게 지금 브런치 작가에 이르렀다. 그 와중에 글을 보다 많은 곳에 공유를 함으로써(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거의 개설만 해 놓았던 네이버 블로그를 다시 불러 세웠고 거의 관심도 없었던 다음, 이제는 카카오의 티스토리도 시작을 했다. 그로로라는 곳에도 글을 공유하고 있고 오딕이라는 쓴 글을 음성으로 작업해 올려주는 곳에도 공유하고 있다. 이전부터 카카오스토리에도 공유를 하고 있으나 거의 효과는 없는 듯하다.) 나름의 홍보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팟캐스트도 시작을 했는데 여기저기 벌려 놓은 것들이 많아 영 귀찮아 이제 겨우 2개의 글을 정리해 올렸을 뿐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사실 거의 죽어 있던 유튜브 채널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쇼츠를 만들어 올리게 됐다. 쇼츠는 일단 길이가 짧아 많은 내용을 담을 필요가 없어 이전 영상 제작보단 용이했다. 게다가 최근 편집 프로그램들의 편의성이 거의 사기에 가까워져서 이전보다 영상을 만들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그렇게 쇼츠를 몇 개 만들어 올렸는데 쇼츠라서 그런 거겠지만 처음 만들어 올린 5~10분 길이의 영상과는 수준이 다른 조회 수가 나오고 있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최초에 만들었던 일반 영상은 정말 많아 봐야 50회 안쪽이었으나 쇼츠는 그 영상들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몇 백의 조회 수가 나오고 있다. 쇼츠라서 그런 거라고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지만 기분이 과히 나쁘진 않다. 그래서 최근 쇼츠 영상 만들어 올리는 게 상당히 재미있고 브런치 글을 여기저기 공유한 것처럼 유튜브 쇼츠 영상도 여기저기 공유를 하면서 그날그날 반응을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슬슬 나도 모르게 SNS의 환상인지 허상인지 뭔지 모를 구렁텅이로 빠져 드는 거 같은 느낌이 최근 들기 시작했다.



 이 정도 조회 수 이거 많은 것도 아닌데, 매일 확인한다고 당장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틈만 나면 확인하고 매달리는 모습이 뭔가 경계를 해야 될 거 같은 신호를 주는 거 같았다. 그래서 스스로 ‘이거 아무것도 아니야. 이 정도는 누구나 조금의 관심만 있으면 다 할 수 있는 거야. 그런데 여하튼 이전보단 많은 조회 수와 나름의 반응이 오고 있잖아. 좋아, 그렇다면 처음엔 거의 한 달 만에 포기해 버렸지만 이 번엔 조금 더 버텨 보자. 두 달은 버텨 보자. 두 달 후에 손톱만큼이라도 의미 있는 발전이 있다면 또 한 달을 버텨서 세 달을 채워 보자.’ 이렇게 다짐하고 있다.



 분명히 지금은 ‘생각 상 想’ 자가 들어가는 모든 단어의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의미만 부여잡고 있는 게 맞다. 잘 잡아채서 현실로, 눈앞에 가져다 놓을 수 있다면 나중에 상상이나 환상 같은 긍정적인 의미의 생각들이었다고 이야기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그냥 뭐 공상, 망상을 넘어 허상을 쫓다 만 거지 하면서 한 숨이나 쉬게 될 것이다.



 자! 어느 쪽이 될지 스스로 결정지어 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muBZ8Kidw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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