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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Apr 04. 2023

이야기하는 늑대 89101112131415/2461

2023년 3월 27일 ~ 4월 3일

아 하하하하하하하하하


 3일 밀린 일기를 썼는데 이어서 일주일을 넘게 밀려 버렸다. 역시 시작이 어렵지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아주 쉽다. 지난주 월요일부터 밀린 일기를 하루하루 정성 들여 다 써 보려 했는데 뭘 했는지 세부적인 것들이 생각이 나질 않아 과감하게(이럴 때만 과감함) 다 생략하고 일주일 치 일기를 한 방에 몰아서 써 볼 작정이다.



 지난주에 일기가 밀린 나름의 이유는 있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듯이 밀린 일기에도 분명히 핑계는 있다. 지난주는 뭐랄까? 많은 부분에 있어 감정적 그리고 신체적으로 코너에 몰린 기간이었다. 벌려 놓은 건 많은데 되는 건 없고... 마음이 힘드니까 몸도 힘들어진 건지, 몸이 피곤하니까 마음도 힘들어진 건지 명확하진 않지만 어느 쪽이든 힘든 건 매한가지였다. 일을 마치고 들어와 해야 될 그 모든 것들이 부질없어 보이고 몸만 마음만 축 내는 거 같아 다 놔버리고 싶은 생각이 상당히 강렬하고도 격렬하게 들었던 한 주였다.



 글을 쓰자고 마음먹은 이래로 매일 글을 쓴 적도 있고 띄엄띄엄 쓴 적도 있다. 당연한 건지 모르겠지만 후자, 그러니까 띄엄띄엄 쓴 기간이 훨씬 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와 관련해서 한 가지 마음속에 자리 잡은 감정이 하나는 있다. 불안함. 글을 쓰지 못할 때의 불안함. 안 그래도 글을 쓰기 전부터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친구처럼 끌어안고 살았는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성격의 불안함을 친구 사귀듯이 끌어안아 버렸다.



 글을 쓴다고 당장 삶이 나아지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역시 당장 삶이 뭉그러지는 것도 아니다. 사실 지금만 생각한다면 글을 쓰건 안 쓰건 삶에 별반 차이는 없다.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먹고사는 데 별 문제가 없다. 오히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글을 매일 쓰네 마네, 습관이 들었네 어쩌네, 이렇게 해서 나중에 정말 멋들어진 책을 내는 작가가 되긴 할까 하는 혼자만의 실랑이로 삶이 더 번잡스러워졌으면 졌지 평온해 지진 않은 거 같다.



 글을 쓰고자 했던 여러 이유 중에 하나가 내가 누구인지? 내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털어 내고 알아 내자였다. 그런 과정을 글로 기록해 묶어 버리면 책을 낼 수도 있겠다! 어쩌면 팔아먹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내가 누구인지, 내 속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자는 지극히 근본적이고 철학적이며 숭고할 수도 있는 과정을 통해 잘 만 하면 돈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커다란 꿈을 품고 쓰기 시작한 글인데... 있는 불안함을 털어 내기는커녕 이상한 ‘글을 안 쓰면 불안해...’라는 없던 병만 얻은 거 같다.



 치유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글을 그만 쓰는 것과 매일 쓰는 것. 두 가지 방법이 뭐 이리 극단적인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해결방법은 간단명료하다. 선택을 하고 실행만 해내면 된다. 문득 매일 쓰기를 실천하기 위해 일기라는 형식을 빌었는데 작심삼일이라는 커다란 벽을 넘어선 이튿날부터 밀려 여기까지 와서 글을 쓰네 마네 하는 꼬라지가 참 가관이란 생각이 든다.



 변명을 조금 추가하자면 지난주에 물리적으로 힘들었던 두 가지 이유도 있었다. 업무적인 그리고 개인적인 각각의 이유에 의해 금요일과 토요일에 서울에 올라갈 일이 있었다. 차를 끌고 다니는 걸 싫어하지 않아 직접 차를 끌고 가도 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되는 별 일 아닌, 엄청나게 멀지 않은 서울을 가는 일이 지난주엔 영 힘이 들었다.



 벌려 놓은 게 많아 몸도 마음도 번잡한 반면에 돌아오는 건 없어 영 불편하고 피곤한 상태였다. 거기에 더해 요즘 유행하는 말로 누가 칼을 들고 협박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가 좋고 원해서 이미 이전에 잡아 놓은 일정이지만 그런 일정들조차 마음이 힘든 상황에 공교롭게 몰려 버리니 금요일 아침에 버스를 타기 위해 일어나는 그 순간까지 얼마나 마음과 몸이 힘들던지 정말 모든 걸 때려치우고 싶었다.



 고맙게도 몸은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불평 없이 앞으로 나아가 결국 힘들어하는 마음도 돌려세워 줬고 일주일 내내 내가 그걸 왜 한다고 했지? 왜 간다고 했지? 하는 한숨도 잦아들게 해 줬다. 돌아보면 별 일도 아니고 결국 다 지나갈 일이었는데... 몰라서 그러는 건 아니고 상황이 몰리면 마음이 구석으로 밀려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뿐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 와중에 가족과 함께 봄꽃을 놓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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