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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Jun 26. 2021

라이킷이 중요한 게 아니야

나는 브런치 작가다.

작가.

제2의 인생을 작가로 살아 보고 싶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0개월 정도가 됐다.

아직은 신변잡기, 일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래도 매일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줍지 않게 주워들은 바로

매일 쓰는 연습을 하라고 해서 매일 쓰고 있다.

초등시절 일기나 잘 쓸 걸….

일기를 제대로 쓰지 않은 걸 이렇게 후회할 줄이야.

하기야 다 때가 있는 거니,

지금이 나에겐 글을 쓸 때이다.

잘 쓰고, 못 쓰고는 둘째 문제이다.

물론 잘 써야 된다.

잘 쓰려고 매일 쓰기를 하고 있고,

제2의 인생을 글을 쓰며 살고 싶으니,

잘 써야 한다.

왕년에 공부 좀 했고,

그만큼 방황도 했고,

어려서부터 무슨 책임감인지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고,

이렇다 할 능력도 없었는데,

지방대 출신 주제에 취직은 바로 됐다.

30대 초반까지 딱히 놀아 본 적이 없다.

40대 초반인 지금까지의 삶 속에 백수생활은

딱 11개월이다.

나름대로 부족하지만 열심히 살아왔다.

그런데 뭐가 없다.

이렇다 할 성공도, 돈도, 뭐도 없다.

물론 일을 하고 있고,

그 일을 통해 먹고살고 있고,

감사하게도 결혼을 했고,

결혼이 감사한 이유는 최소한 한 명은

나를 믿어 줬다는 사실 때문이다.

귀여운 딸아이도 있다.

부족할 것이 없다면 없는 삶이다.

그럼에도 속이 자꾸 비는 느낌이다.

지금 이게 맞는 건가?

계속 이 일을 해야 되는 건가?

보다 자유로운 삶은 없는 건가?

아이 크는 거 아내랑 같이 보면서 살 수는 없는 건가?

일 마치고 밤늦게 들어와 아이 자는 것만 보는

아빠가 되긴 싫은데,

돈도 더 많았으면 좋겠고….

이러 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더 이상 지금까지 해 온 일을 하면서

살고 싶지 않았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세상에 나를 알리자 하고 다짐했다.

그래서 유튜브도 기웃거려 봤고,

블로그도 기웃거려 봤다.

참, 사람이 느리다.

다른 사람들이 한창 할 만큼 해 본 뒤에야 

늦은 시작을 한다.

그런데 유튜브도, 블로그도 만만치는 않았다.

유튜브에 대한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블로그는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자연스레 

관심 밖으로 사라지고 있다.

유튜브나, 블로그나, 브런치

모두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근본은 같은 것 같다.

바로 나를 세상에 알리는 것.

지금 현재, 나를 세상에 알리는 과정을 

브런치를 통해 가장 열심히 하고 있다.

글을 써서 제2의 삶을 살아 보겠다는 내 목표와 맞아떨어졌고,

그냥 그렇게 불러 주는 거겠지만

프로작가와 아마추어 작가의 구분이 무엇인지

애매해지는 요즘

작가라는 호칭이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지만,

브런치 작가라고 불러 주는 게 싫지 않았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이 어려운 건 아니지만

또 원한다고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다.

브런치 작가 지원 한 번 만에 

브런치 작가가 됐다.

자랑이라기보다는 신기한 마음이 더 크다.

깨작깨작 글을 쓰기 시작한 건 10개월 정도,

브런치 작가가 된 건 1개월 정도.

거의 매일 글을 올렸다.

첫 글을 올리자마자 라이킷이 달렸다.

처음엔 라이킷이 뭔가 했다.

가만히 보니 여타 sns의 ‘좋아요’ 기능인 거 같았다.

Like it을 라이킷이라고 표현한 거 같다.

글을 쓰는 연습을 위해서라도 

매일 글을 써 올렸지만

몇 개 달리지도 않는 라이킷이 좋아서,

또 달아 주시는 분들의 마음이 고마워서 

열심히 글을 써 올렸다.

그리고 되지도 않는 분석으로 

요 정도 시간대에 글을 올리면 

라이킷이 많이 달리겠다 하는 계산을 통해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글을 올렸다.

이렇게 한 달을 달려왔는데,

뭐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고자 함이었지, 라이킷 달리길 바란 건 아니었다.

물론 라이킷이 달리는 건 중요하다.

나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대한 반응이니,

중요하다.

그런데 자꾸 주객이 전도되는 느낌이 들었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재주가 있다면, 그 재주가 진짜라면 결국 드러 날 것이다.

물론 내 재주가 그 정도라는 건 절대 아니다.

그래서 낭중지추라는 표현이 나에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무딘 쇠라도 

갈고닦으면 결국 뾰족해질 것이다.

그럼 언젠가는 주머니를 뚫어 낼 것이다.

그러니 라이킷이 중요한 게 아니고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글.

현실적으로 돈이 되는 글,

그러니까 책으로 출판돼 팔릴만한 글을 쓰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란 부분은 부인할 생각은 없다.

아니 진정한 목적이기도 하다.

글쓰기를 제2의 인생으로 삼으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글을 쓸 수가 없다.

너무나도 명백히 그런 글을 쓸 만한

재주도 없고, 감성도 없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방법,

갈고닦는 것을 우선 열심히 할 뿐이다.

그러니 라이킷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매일 쓰레기 같은 글일지라도 쓰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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