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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5일
별님이들에게 펠렛에서부터 화분으로 옮기기까지 준 거라곤 물 밖에 없다. 최근에 장마철로 과습이 우려돼 물 주는 것 마저도 조절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물을 적게 준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애초에 물을 많이 주는 편이었기 때문에 조절한다고 해도 아마 적지 않은 양의 물을 주고 있는 걸로 판단하고 있다.
펠렛에서 화분으로 옮길 때 바로 영양제를 주려 했으나 여러 식집사분들의 글과 정보 등을 통해 너무 어린싹에게 영양제는 과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화분으로 옮긴 이후 근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영양제를 언제 주면 좋을까 슬슬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름 장고(?)의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오늘 영양제를 줬다.
솎아내기 없이 발아한 모든 싹과 가급적 같이 가 보자는 목표를 갖고 움직이다 보니 화분이 3개가 됐다. 문제는 하나의 화분이 성장속도가 남달랐다는 것이다. 성장속도가 빠른 건 좋은데 하나의 화분이 너무 튀니 괜한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화분에 있는 녀석들은 잘 자라고 있는 건가 하는 걱정이 됐다. 물론 성장속도의 차이가 나는 부분은 나름 이유가 있었다. 성장이 빠른 화분엔 상토를 썼고 다른 화분엔 배양토를 써서 상대적으로 영양분이 더 많은 상토를 쓴 화분의 녀석들의 성장속도가 빠른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른 화분의 녀석들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 성장속도가 조금 더딜 뿐이었는데 결과적으론 그 부분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여유 있게 바라보면 별 문제가 아니었는데 생각해 보니 물 밖에 준 게 없어 영양제를 주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았다. 3개 화분의 성장속도를 꼭 맞출 필요는 없겠으나 비슷한 시기에 같이 꽃을 피우면 좋을 것 같은 지극히 인간적인 욕심에 성장속도가 느린 2개의 화분에만 영양제를 주기로 했다.
가이드 글을 통해 확인했는지 다른 식집사분의 글에서 알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머릿속에는 화분의 흙에 영양제를 뿌리고 혹은 올리고 물을 주면 영양제가 녹아들어 간다는 이미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게 했다. 물을 뿌리면 흙 위의 영양제가 사르륵 녹아들어 갈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노오란 영양제들이 왜? 하는 듯이 그대로 처다 보고 있었다. 물을 더 뿌리면 녹지 않을까 하여 장마철인 걸 잊고 물을 신나게 줬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그냥 두려다 혹시 영양제가 너무 몰려 별님이 들이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거나 한 녀석에게만 집중될까 걱정이 돼 모종삽으로 영양제와 흙을 살살 버무려 줬다.(비빔밥 버무리는 줄...) 흙을 파내고 흙 속으로 완전히 넣기엔 조금 부담스러워 영양제가 뿌려진 흙 표면을 살살 긁듯이 적당히 섞어 놨다. 별님이 들이 잘 흡수하겠지? 혹시 아직 어리고 여려 과한 영양제에 뿌리가 녹는 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을 하며 영양제가 잘 녹으라고 물을 더 뿌려 줬다.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과연 영양제를 잘 흡수해서 성장이 빠른 녀석을 따라잡을지 아니면 시기가 잘못 돼 과한 영양제에 의해 뿌리가 녹을지... 보다 공부를 해서 준비된 식집사의 자세로 적합한 순간에 영양제를 줬어야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아니 영양제니 별 수 없이 별님이 들을 믿을 수밖에 없다.
별님이 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