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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Nov 10. 2023

75만 원

1부

https://groro.co.kr/story/6565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하루 이틀 전만 해도 11월이라고 하기엔 다소 더웠는데 비가 오고 나니 바로 추워졌다. 봄비는 여름을 향해가는 비고 가을비는 겨울을 향해가는 비라는 걸 매해 확인하게 된다. 지금은 그야말로 환절기다. 환절기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 하나가 있다. ‘면역력’ 그렇다. 계절이 바뀌어 가는 시점에 사람이 그 변화를 바로바로 받아들이지 못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환절기에 면역력에 문제가 생기는 주 요인은 아마도 온도 변화 때문일 것이다. 과학자도 의사도 뭣도 아니지만 아마 맞을 거다. 우리 몸의 면역력은 체온과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해하는데 어려울 게 없는 게 사람의 정상 체온이라고 일컬어지는 36.5도씨를 위건 아래건 간에 2~3도씨 정도만 벗어나도 몸에 탈이 나는 것만 봐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온도 변화는 그렇게 잦은 일이 아니다. 몇 살이냐고 물어보기보단 몇 개월이냐고 물어보는 시절엔 온도 변화가 잦아 병원을 제 집 드나들 듯이 하지만 그 시기를 지나면 온도 변화가 잦은 경우는 흔치 않다.



 그렇다면 면역력에 영향을 주는 게 또 무엇일까? 그건 바로 나이다. 물리적으로 들어가는 나이에 의해 몸이 쇠약해지는 건 이건 뭐 어쩔 수가 없다. 그 부분을 어떻게든 늦추고 혹은 마음이 과해 멈추고 싶어 인간들이 부단히 도 노력을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하게 뚜렷한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수명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분위기를 보아 아니 20대 때 X세대로 이름 좀 날렸던 나의 세대는 100살 까지는 살 거 같다. 하지만 늘어나는 평균수명을 그렇지 못한 시대부터 걸쳐 살아 온몸과 마음은 그 속도가 버거운 지 100살 기준으로 반도 못 살았는데 슬슬 면역력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참고로 난 나이 먹는 게 싫지 않다. 조금 말을 바꾸면 나이 먹는 걸 감추고 싶지 않다. 눈가에 잡히는 주름이 좋을 건 없지만 싫지도 않고 하나 둘 새어가는 그래서 들춰 보면 생각보다 흰머리가 많은 머리도 나쁘지 않다. 솔직히 한두 살이라도 더 젊게 보이려고 애를 쓰는 그리고 나이를 가급적 숨기려고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간다. 저게 저런다고 가려지고 젊어지는 건가? 어쩌면 내가 아직 43살 애기라 그럴 수도 있다. 더 들어 50대를 맞이하면 조금 달라지려는지 모르겠다. 큰 질병만 없다면 지금과 별반 차이는 없을 거 같은데 여하튼 다소 뒤의 일이니 그건 그때 가서 확인해 보면 될 일이다.



 그런데 살아오면서 몸을 이렇다 하게 관리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30대 중반부터 슬슬 문제가 시작됐다. 시작은 피부건선 혹은 약간의 아토피였다. 환절기만 되면 몸의 아주 독특한 위치가 가려웠다. 그곳은 바로 갈비뼈가 있는 부분의 피부였다. 환절기엔 일 마치고 들어와 샤워할 때 방금 말한 그 부분을 맨손으로 혹은 물을 뿌리며 더 나아가서는 비누칠을 하며 벅벅 긁는 게 일이었다. 그렇게 한 두 해를 보내고 나니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았음에도 없어졌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쓰레기차를 보냈더니 똥차가 오는 격이 돼 버렸다.



 환절기의 알레르기성 질환은 이제 없나 싶었는데 비염이 찾아왔다. 삶 속에서 처음 마주하는 비염이었다. 중학생 때 친구와 크게 장난을 치다 코뼈가 으스러져 정형수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의사가 어쩌면 비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던 기억이 났다. 그게 지금 발동된다고? 근 20여 년이 지나서?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고!!! 처음엔 비염도 피부가려움증처럼 환절기에만 잠깐 그 존재를 인식시켜 주는 게 다였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지나가면서 비염은 점점 모든 계절을 아우르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악하게도...



 그즈음 피부가려움증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하는 이상한, 아쉬워하면 안 되는데 아쉬움이 들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비염에 의해 그야말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게 어떤 건지 몸소 체험하면서 살고 있다. 버티고 버티다 몇 개월 전에 이비인후과에 가서 비염진료를 받고 약도 처방을 받았다. 당시에 사실 병원에 간 이유는 비염 때문이 아니었다. 이유 없이 마른기침이 자꾸 나와서 찾은 길에 이번엔 비염도 한 번 확인해 보자 해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30대 중반을 조금 넘어서는 시점에 시작된 비염을 버티고 버티다 근 8년 정도가 지난 뒤에 처음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독한 건지 미련한 건지... 어느 쪽이든 답답한 건 매한가지다. 여하튼 처방받은 비염치료제 칙칙이를 매일 아침저녁으로 뿌렸다. 물론 원래 목적이었던 마른기침을 잠재우기 위한 약도 같이 먹었다.(참고로 이유도 없이 마른기침이 자주 나신다 하면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해 보세요. 이유 없는 마른기침의 상당한 이유가 바로 전혀 관계없을 거 같은 질환인 역류성 식도염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정확한 건 의사와 상담해 보세요.)



 약 효과는 확실했다. 처음 써 본 약의 효과는 거의 직방에 가까웠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다들 눈치챘겠지만 약을 뿌리고 먹을 때만 괜찮았다. 모든 경우가 그렇진 않지만 이게 바로 양약의 한계다. 근본적인 치유보다는 그저 문제를 부수고 눈에 보이는 부분만 들어내는 형태의 진료 및 치료는 매번 병원을 찾게 만든다.



 이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방치료와 한약의 도움을 받는 것도 대표적인 방법 중에 하나다. 물론 환절기를 넘어 1년 내내 언제든지 비염이 심해져 하루 종일 재채기에 콧물을 달고 살았음에도 앞에서 말 한대로 이제야 겨우 병원을 찾아갈 정도였으니 한방치료 혹은 한약 역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혼자만의 몸이 아닌 아내와 딸아이를 책임져야 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저 건강하길 바랐는지 아니면 둘 다였는지 장모님께서 마침 한약을 한 제 지어먹으라고 용돈 아닌 용돈을 챙겨주셨다. 감사한데 동시에 죄송스러우며 민망해서 밍기적거리고 있는데 아내가 한의원 예약을 잡고 일사천리로 상황을 진행시켜 버렸다.



 못 이기는 척 한의원엘 따라갔다. 진맥을 잡고 약을 지어주는 곳이었다. 선생님이 맥을 잡아 보시더니 바로 타고나기를 기관지하고 장이 안 좋아 이러시는데 아... 그래서 비염 그리고 화장실을 자주 갔구나 하고 이해가 됐다. 타고 난 부분이기 때문에 쉽진 않겠지만 약을 조금 먹으면 타고난 부정적인 기질을 다소간은 누를 수 있다고 했다. 나뿐만 아니라 아내와 아이도 맥을 잡아 주셨는데 나름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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