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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Jun 05. 2024

#groro, 이야기하는 늑대

https://groro.co.kr/story/10420



1. 안녕하세요. 이야기하는 늑대입니다.     


2. 대한민국 40대 중반의 남자입니다.     


3. 조금 더 정확히는 1979년생입니다. 양띠입니다.     


4. 양띠이긴 한데 늑대처럼 생겼습니다. 바라기로는 호랑이처럼 생기길 바랐는데 뭐 늑대도 나쁘지 않습니다.


5. 호랑이 너무 잘생겼잖아요. 동물이지만 경외심이 들 정도입니다.     


6. 그래서 이야기하는 늑대라고 필명을 지은 건 또 놀랍게도 아닙니다.     


7. 처음엔 본명을 필명으로 썼습니다.     


8. 본명을 필명으로 썼음에도 이렇다 할 불편함 없이 글을 썼는데 아무래도 보다 자유로운 글을 쓰기 위해 필명이 낫겠다 싶어 바꿨습니다.     


9. 글을 쓰는 사람이니 이야기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왜 그럼 바랐던 호랑이도 아니고 하고 많은 동물 중에 늑대였을까요?     


10. 그냥 뭐랄까 다소 외로운 이미지의 늑대가 좋았다고 하면 틀리지 않을 겁니다.     


11. 중간에 이야기하는 호랑이로 바꾸려고 생각도 해 봤는데 뭔가 애매하게 착 감기는 느낌이 없어 늑대로 유지했습니다.     


12. 그렇게 이야기하는 늑대는 탄생했습니다.     


13. 청주 사람입니다. 토박이입니다. 사투리는 별로 안 씁니다.     


14. 쓸라면 얼마든지 쓸 수 있는데 굳이...     


15. 아! 친한 친구들 만나면 쓸려고 쓰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오긴 합니다.     


16. 어릴 때 집이 못 살았습니다.     


17. 우리 집 그러니까 자가에 살아 본 적이 없습니다.     


18. 늘 전세, 월세를 전전했습니다.     


19. 혼자 사는 분들이 일 때문에 혹은 상황에 의해 월세를 사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20. 엄마아빠가 결혼해서 저와 동생을 낳고 동생이 먼저 결혼을 하고 나중에 제가 결혼하는 그 순간까지 우리 가족은 우리 집이 없었습니다.     


21. 한때 소위 빨간딱지도 붙어 봤다면 대충 설명이 될 거 같습니다.     


22. 그 빨간딱지가 붙은 것도 드라마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뭐 대단한 사업을 하다 말아먹고 빚쟁이들 피해 도망 다니면서 붙은 게 아니라서 당시에 더 비참했습니다.     


23. 그런데 뭐 다 지난 일입니다.     


24. 해서 다짐한 게 있습니다. 내가 만약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 다면 이런 가난은 절대 물려주지 말자!      


25. 결혼을 하면서 대출을 받기는 했지만 일단 집을 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26. 아직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최소한 전월세를 전전긍긍하는 삶은 아니기에 딸아이가 커 가면서 제가 느꼈던 그 설명할 수 없는 비루한 감정은 경험하지 않을 거 같습니다.     


27. 못 살아서 그랬는지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28.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을 보고 나서부터 대학교 졸업하는 순간까지 노래방 알바 1년 정도, 카페 알바 3년 정도를 했습니다.     


29. 중간에 군대에 갔다 오고 이래저래 시간이 조금 빈 거 제외하면 거의 대학교 시절 내내 알바를 했습니다.


30.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취업도 바로 했습니다.     


31. 첫 직장은 제약회사 영업사원이었습니다. 영업을 드럽게 못 했는데 어떻게 그 일을 하기로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32. 의사 접대를 위해 술을 많이 마시는 일이었습니다.     


33. 술을 어느 정도 마시는 편이고 즐기기도 해서 처음엔 괜찮았는데 거의 매일 마시게 되니 머지않아 몸이 술에 쩔어서 죽을 거 같았습니다.     


34. 서른 명 정도 되는 내과 의사들 모임을 지원했던 일이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접대하기 전에 직원들이 다 같이 모여 쓰러지지 말자 하면서 컨디션을 들이켜고 들어 가 서른 명의 의사에게 인사하면서 술을 따라 드리고 또 받아서 마시고... 한 잔씩만 따라 줘도 서른 잔을...     


35. 그보단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영업을 드럽게 못해서 결국 그만뒀습니다.     


36. 그리고 바로 학습지 교사를 했습니다.     


37. 학창 시절에 공부를 조금 하던 시절의 꿈이 선생이었는데 결국 실패했습니다.     


38. 그 꿈과 조금이나마 비슷한 그리고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 했습니다.     


39. 그런데 선생이라기 보단 그저 교육상품을 파는 영업사원이었습니다.     


40. 네, 영업을 드럽게 못해서 제약회사를 도망치듯이 때려치웠는데 결국엔 또 영업을 만났습니다.     


41. 그럼에도 여하튼 일정 부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기에 조금 더 오래 버텼습니다.     


42. 하지만 그만뒀습니다. 백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43. 실로 고등학교 3학년 이후 몇 년 만에 쉬는 건지...     


44. 30대 초반이었으니 10년 만에 쉬는 거였습니다.     


45. 30대가 그러면 안 되는데 뒤도 안 돌아보고 놀고 싶었고 놀았습니다.     


46. 알바부터 시작해서 10년 정도 일을 했고 모은 돈도 없었지만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고 싶었습니다.     


47. 근 1년을 놀았습니다. 처음 6개월은 행복했고 뒤의 6개월은 불안했습니다.     


48. 다시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갈까? 공무원 준비를 할까? 그냥 삶을 포기할까? 오만 생각을 다 했습니다.     


49. 그때 커피 생각이 났습니다. 대학교 시절 아무 생각 없이 했던 카페 알바, 나중에 커피 일을 하고 살아도 좋겠다 했던 생각이 다시 났습니다.     


50. 그래! 하고 싶은 거 하자. 설마 진짜 그랬겠냐 만은 삶을 포기하려고 까지 했는데 이제 와서 아쉬울 게 뭐가 있어, 하고 싶은 거 하자!     


51. 커피를 다시 잡았습니다. 커피를 공부했습니다. 2년 정도 카페 매니저를 했고 1년 정도 커피 학원 강사를 했습니다.     


52. 커피가 남은 인생의 전부가 될 줄 알았고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의지가 박약해 적당히 포기했습니다.     


53. 물론 이어 삶까지 포기하진 않고 다시 교육 회사를 기웃거렸습니다.     


54. 원래는 강사로서 강의를 하고 싶었는데 사람들 앞에서 떠드는 걸 좋아라 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잘하기도 해서 강의를 하고 싶었는데 이렇다 할 컨텐츠가 없었습니다.     


55. 돈 받고 선 자리에서 농담 따 먹기나 할 수는 없어서 별 수 없이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교육 회사를 기웃거렸습니다.     


56. 교육 회사는 겉으론 교육을 표방하지만 속내는 여기나 저기나 죄다 교육상품을 파는 곳이기 때문에 학습지 회사를 나오면서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었습니다.     


57. 하지만 가진 것도 없고 기술도 없고 나이는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시점에 뭐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58. 썩은 동태눈을 하고 고르고 골라 나름 영업적인 부담이 없는 거 같아 보이는 교육 회사를 찾았습니다.     


59.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그때 눈이 썩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영업적인 부담이 없는 그야말로 아이들 가르치는 부분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60. 그곳에서 지금까지 9년 넘게 일하고 있습니다. 9년 간 영업적인 부담 없이 아이들을 가르쳤고 결혼도 하고 집도 사고 아이도 낳고 살아왔으니 뭐 어느 정도 선방한 거 같습니다.     


61. 회사에서 나와 혼자 해 볼까? 학원을 차려 볼까? 여러 고민이 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62. 그런 고민은 웃기지도 않게 이상한 쪽으로 튀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63. 글을 쓴 지 4년이 다 돼 갑니다.     


64. 책을 바로 낼 줄 알았고 어렵지 않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줄 알았는데 꼴 같지 않은 꿈이라는 걸 글을 쓰기 시작하고 한 달도 안 돼 알게 됐습니다. 다행입니다.     


65. 혼자 쓰다가 지역에서 하는 글쓰기 강의를 조금 듣기도 했습니다. 어디에나 흔히 있는 지역 작가에게 약간의 조언 정도를 듣는 강의였습니다.     


66. 그 지역 작가님을 폄훼하는 건 아니고 대략 그 정도 수준의 강의였다는 점을 건조하게 전하는 것뿐입니다.     


67. 얼마 뒤 브런치 작가가 됐습니다.     


68. 브런치 작가가 됐을 때 다시 한번 아~ 이거 조만간 베스트셀러 작가되겠는데 하는 꼴 같지 않은 생각이 다시금 고개를 처 들었습니다.     


69. 이번엔 발 빠르게 스스로 냅다 뒤통수를 후려갈겼습니다. 정신 차리라고...     


70. 그저 적극적인 일기나 쓰는 거지 뭐 하면서 글을 썼습니다.     


71. 그럼에도 같이 글을 쓰는 좋은 분들을 만나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고 지금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72. 천성은 나름 성실한데 다소 게으릅니다.     


73. 성실한데 게으르다 라... 부딪히는 앞뒤가 안 맞는 거 같지만 은근 가능한 성격입니다.     


74. 까칠한 데 짜증도 많은 데 또 뭐 그냥저냥 수더분합니다.     


75. 역시 부딪히는 성향인데 이상하게 공존합니다.     


76. 몇 가지 더 있습니다. 내성적인 듯하다가도 적극적이고 적응을 잘하는 것 같으면서도 절대 적응을 못 하는 아니 안 하는 지점도 있습니다.     


77. 결론적으로 나도 날 잘 모르겠습니다. 가끔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묻습니다. ‘누구냐? 넌.’     


78. 그래서 장난 삼아하는 이야기인 거 알지만 혈액형이 어떠니, 별자리가 어떠니, MBTI가 어떠니 하는 걸 싫어합니다.      


79. 특히 최근 들어 대뜸 E냐, I냐? 물어보는 게 너무 싫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데 완성된 단어도 아닌 알파벳 나부랭이를 먼저 물어보다니... 싫습니다.     


80.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잘 안 읽습니다.     


81. 최근 지역 도서관에서 책 읽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간만에 삘 받아서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82. 도서관에서 제시한 요건을 충족하면 뭘 준다는데 역시 뭘 줘야지만 움직이는 선택적 성실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83. 브런치에서 글을 쓰다 만난 분이 소개를 해 줘 그로로를 만났습니다.     


84. 처음엔 브런치에 올린 글을 그대로 복사붙이기해서 올렸습니다.     


85. 이야기를,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긴 한데 식물 이야기가 주로 올라오는 공간이라 처음엔 조만간 멀어지겠다 싶었는데 돌아보니 식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86. 그로로팟이란 걸 통해서 임파첸스, 라벤더, 네모필라 그리고 적환무를 키우고 있습니다.     


87. 그로로와 관계없이 바질과 작은 다육이 하나도 키우고 있습니다.     


88. 사과, 배 그리고 자몽을 먹다가 나온 씨앗을 보관해 뒀는데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심을 예정입니다.     


89. 얼핏 보면 식집사 다 된 거 같지만 그저 또 하나의 글쓰기 소재로 생각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90. 그럼에도 식물을 키워 보니 은근히 재미가 있는 건 분명합니다.     


91. 작은 씨앗을 흙에 대충 박아 놓고 물을 주면 귀여운 싹이 나오고 자라서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합니다.     


92. 글쓰기 좋은 소재인 점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93. 지금은 브런치보다 그로로가 메인 플랫폼입니다.     


94. 그로로에서 어떻게 하면 더 활동을 잘할 수 있을까? 그로로와 함께 할 수 있는 건 뭘까? 등등 생각하는 거 보면 메인이 맞는 거 같습니다.     


95. 물론 글럼프, 글태기, 식태기 등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얼마 전 까지도 그랬습니다.     


96. 글을 오래 썼는데 뭐 이렇다 하게 삶이 바뀌는 건 없는 거 같고 어찌저찌 식물을 키우고 있는데 그저 소일거리 정도라 심드렁해지기도 했습니다.     


97. 최근에 이사를 하면서 처리하고 수습해야 될 훨씬 힘든 일들이 많아 그랬던 거 같기도 합니다.     


98. 불행 중 다행인 건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수습이 되니 다시 마음이 글과 식물로 향했습니다.


99. 에라, 모르겠다! 시켜 줄라면 시켜 주든지 말든지! 했던 새싹단이 된 것도 한몫했습니다.     


100. 더 설명하고 이야기할라치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또 한 편으론 별 거 없는 이야기하는 늑대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는 저는 브런치 작가임과 동시에 그로로 5만 뷰 메이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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