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groro.co.kr/story/12423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하나 고민하다 숙제 이야기를 쓴다. 숙제에 대한 어떤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고 그저 글을 숙제처럼 쓰고 있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앞선 글에서 여러 번 밝혔지만 글을 쓴 지 이제 만으로 4년이 넘었다. 전체적으로 4년 간 쉼 없이 꾸준히 글을 써 왔다. 여차저차 이런저런 이유로 글을 쓰자하고 마음먹은 첫 달, 거의 매일 글을 썼다. 당시엔 쓴 글을 그냥 노트북에 저장만 했다. 한 달 정도가 지나고 흐지부지되려는 찰나에 지역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을 우연히 발견했다. 참여했고 일주일에 한 편 정도를 써서 같이하는 분들과 공유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글쓰기 모임을 통해 흐지부지될 뻔했던 글쓰기는 이어졌다.
그리고 또 이어 우연한 기회에 ‘브런치’를 알게 됐다. 브런치 이전에 네이버 블로그나 다음 티스토리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블로그나 티스토리는 글 자체보다는 무언 갈 홍보하는 플랫폼이라고 인식했다. 틀린 말은 아닌데 또 딱히 그렇진 않다는 걸 조금 더 지난 뒤에 조금 명확하게 인지했다.(조금 웃긴 건 당시엔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사실 훨씬 이전에 그러니까 2011년 즈음에 이미 난 네이버 블로그에 일기 같은 글을 어느 정도 써 올렸었다. 최근에 골방에 묵혀 뒀던 앨범을 찾아보듯 우연히 ‘발견’했다.) 뭐 여하튼 정말 우연히 어떤 계기였는지는 지금은 기억도 안 나지만 브런치를 알게 됐고 지원을 해서 ‘브런치 작가’가 됐다.
비로소 본격적으로 온라인상에 내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브런치에서 작가라고 불러 주고 올린 글에 간혹 달리는 댓글에도 ‘작가님’이란 호칭이 붙는 게 은근 기분이 좋았다. 정말 작가가 된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한 그 경계 언저리 어딘가에서 조금 더 작가가 된 거 아닐까 하는 긍정적인 바람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열성적으로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거짓말 조금 보태 거의 매일 올렸다. 어느 시점에선 글을 잘 쓰려면 매일 쓰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주워듣고 그야말로 매일 쓰기도 도전했다. 3개월 간 매일 쓰기를 하려고 했는지 100일 간 매일 쓰기를 하려고 한 건지 정확하진 않지만 여하튼 그 정도 시간을 매일 글을 써서 올렸다.
그쯤 되면 매일 쓰기가 습관이 되겠지 하고 일단 달성한 목표도 있으니 조금 여유 있게 올릴까 하는 마음으로 글 올리는 주기를 조금 늦췄더니 매일 쓰는 습관이란 건 어디 저기 멀리 땅에 묻혀 화석이 됐는지 다시 찾아 을 수가 없었다. 바로 이어서 웃기지도 않게 글쓰기 이거 이제 그만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멋지게 포장하면 ‘글태기’, ‘글럼프’ 뭐 그런 게 온 거 같기도 했다. 그러다 역시 우연히 브런치 내에서 글쓰기 모임인 ‘라라크루’를 만나게 됐다. 그게 벌써 2년 4개월 정도 전 일이 됐다.
그 이후로 매주 꾸준히 최소한 두 편 정도의 글을 쓰고 있다. 어느 주는 서너 편의 글을 쓰기도 하고 어느 주는 두 편의 글을 겨우 쓰기도 했다. 라라크루의 나름 중요한 한 가지 규칙이라는 게 매주 두 편의 글을 쓰는 거였다. 다른 건 몰라도 글을 잘 쓰건 못 쓰건 책을 냈건 못 냈건 여하튼 글을 쓰겠다고 했고 글을 쓰는 모임을 가지기로 했으면 모임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그 규칙 하나만큼은 지키자고 다짐했고 지금까지 단 한 주도 빠짐없이 지켜 오고 있다.(그 과정 속에서 여러 글쓰기 플랫폼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브런치에서 라라크루와 함께 주로 활동하면서 브런치에 올린 글을 다른 플랫폼 여기저기에 올리면서 ‘그로로’라는 플랫폼을 만나 지금은 거의 브런치와 동등한 수준으로 글을 올리는 플랫폼이 되기도 했다.)
다만 최근 들어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글을 쓴다는 개념보다 그야말로 꾸역꾸역 숙제하듯 거의 일기를 쓰고 있다는 점이 다소 아쉬운 상황이다. 앞에도 이야기한 거처럼 라라크루 활동 초반엔 늘 써 왔던 글이니 어렵지 않게 매주 최소한 두 편을 넘어 서너 편도 어렵지 않게 썼는데 지금은 그런 소재들은 어디로 다 도망갔는지 있었던 일을 정리해서 겨우 일기만 그것도 일주일에 최소한인 두 편만 겨우 쓰고 있다. 솔직히 그 일기마저 잘 쓰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 같은 게 자꾸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일단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나중을 위해서 연습이라도 해야지 그리고 모임에 있으니 기본은 지켜야지 하면서 쓰고 있다. 뭐랄까 기능적인 부분으로서 그릇을 다듬는다고 해야 될까? 뭘 담을지 뭘 담을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게 무어든 그릇이 준비가 되어야 담아도 담을 수 있을 테니 하는 마음으로 가끔은 아니 자주 쓰기 싫어 죽겠는데 쓰고 있다. 그 쓰기 싫은 마음이 행동에 그대로 드러나는 게 이전엔 주중에도 두세 편씩 잘 써서 올렸는데 이젠 거의 주말에 몰려서야 겨우 써내고 있다. 이번 주는 그나마 하루 정도 빠르게 쓰는 건데 주말에 1박 2일로 어딜 놀러 갈 계획이라 미리 쓰는 중이다.
아! 그런데 한 가지 긍정적인 부분은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나란 놈은 확고한 목표나 목적이 주어지면 분명히 움직인다는 사실을 최근 글쓰기나 여러 행동을 통해 발견했다는 것이다. 물론 거꾸로 말하면 그런 목적이나 목표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한없이 게을러지고 매사 미루는 굼벵이가 된다는 사실도 동시에 확실하게 발견했다. 문득 유튜브에서 영화를 소개해주는 채널의 한 댓글이 생각난다. 영화는 대충 은퇴한 전직 특수부대 요원이 조용하고 평안한 일상을 보내는데 원치 않는 사건에 휘말리며 악당들을 죄다 물리친다는 클리셰 덩어리였는데 ‘아니, 그러니까 전직 특수부대 요원한테 목적을 주지 말라니까!’하는 내용의 댓글이었다.
여하튼 지금 내 목적은 뭐가 담길지 모르겠으나 또 언제 담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것들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을 다듬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글쓰기를 숙제처럼 한다. 꾸역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