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이나 잘하면 다행

by 이야기하는 늑대

10월 말일에 손가락이 찢어져 꿰맸다. 보름 만에 실밥을 풀고 또 보름이 걸려 상처에 앉은 딱지가 떨어졌다. 흐릿한 흉터가 남았고 약간은 거뭇한 피부가 눈에 거슬리지만 톱에 썰려 피가 철철 나던 걸 생각하면 이만하면 양호하게 수습이 됐다고 생각했다.



수습, 그렇다. 난 수습하는 게 영 귀찮다. 미루는 게 일상이고 게으름이 디폴트인 놈이라 그런지 영 힘들다. 그나마 손가락이 찢어지고 피가 철철 나는 그 상황이 게으름을 바탕에 두고 미루려는 마음을 밀어 올린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손가락이 수습될 무렵 기다렸다는 듯이 시리던 음식을 잘못 깨물면 찌릿하고 아팠던 이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사실 시린 이도 계속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 반 게으른 마음 반으로 미루고 미뤄왔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시린 이가 깨졌기 때문이다... 아... 머리에 바로 와서 꽂히는 건 이가 깨진 것도 아픈 것도 아니었다. 치료비... 치아 치료비는 비싼데, 이걸 알면서 또 미루다니 멍청한 놈...



이 상황에서 미룬다면 그건 정말 답이 없는 거다. 해서 바로 다음 날 치과에 갔다. 간 길에 스케일링을 하면서 깨진 부위를 레진으로 때웠다. 스케일링과 레진 다 해서 기억에 의하면 10만 원 조금 넘게 나온 거 같다. 그나마 치료비가 적당하게(?) 나온 거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왔다.



와중에 시간은 흘러 계절은 겨울로 들어섰다. 그런 겨울을 반기는 건지 바꿀 때가 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둘 다 인지 모르겠지만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이 됐다. 한 번은 긴급출동을 불러 수습했고 다시 방전이 돼 역시 긴급출동을 불러 수습을 하면서 배터리를 교체하기로 했다. 배터리 업체를 늘 찾아 가 교체했는데 이번엔 출장교체를 불러 봤다. 사뭇 편리했다. 좋은 세상이다.



연말인 12월에 걸맞게 국가건강검진을 알아봤다. 그렇다. 이 역시 올해 검진 대상이라 연초부터 검진을 받을 수 있었으나 이래저래 미루다 12월이 다 돼서야 정신을 차리고 알아봤다. 다행인 건(?)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은 건지 예약하기가 쉽지 않았다. 천만다행인 건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올해 못 받은 검진은 신청하기만 하면 내년에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헐! 그런 걸 이번에서야 알게 되다니... 그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필요한 서류가 있어 미리 내과를 찾아봐야 했는데 그마저도 12월 초에 가려고 마음먹은 걸 미루고 미루다 엊그제 금요일에 다녀왔다.



글도 마찬가지다. 지금 쓰고 있는 주제로 이가 깨져 나갔던 시점에 쓰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이제야 겨우 쓰고 있다. 원래 글감이 떠오르면 머릿속으로 그 글감이 적당히 영글 때까지 기다렸다 쓰는 편인데 최근에 들어선 영그는 걸 넘어서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안 쓰고 버려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