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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atsall Oct 31. 2021

하나의 자산에서 여러 서비스를 할 때 손익분석

타다 상품별 손익분석 방법 회고

상품별 손익분석, 서비스별 손익분석은 각 사업의 성과를 측정하고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지만

비용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기준을 세우는 것부터가 어렵고,

그게 된다 하더라도 전반적으로 손이 굉장히 많이 가는 일이다.


매출이 발생했다. 그 매출을 발생시키는데 투입된 여러가지 경제적 가치들을 어떻게 추적하고 구분할 것인가?


전통적인 제조업의 경우, 대부분 매출과 비용들이 같은 라인에 서게 된다. 달리 말하면, 직접비가 간접비보다 월등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A, B, C 브랜드를 운영할 경우, 각 브랜드의 제품(재고자산)을 만드는데 투입된 제조원가들을 집계하고

각각의 브랜드를 담당하는 인원들은 사업부로 나누어져 있을테니. 비용을 구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같이 플랫폼 사업을 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그 하나의 플랫폼에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직접비 성격의 비용은 찾기 힘들고

결국 공통된 비용을 어떠한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지가 주요한 이슈가 된다.


공통비를 배분하는 기준은 원가회계 개념에서 가르치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결국 각 상황에 맞춰서 담당자가 가장 합리적이라 판단되는 기준으로 정하게 된다.

때문에 손익분석 담당자들은 각각의 서비스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빠삭하게 이해해야하며,

그 안에서 서로서로 비용을 조금이라도 덜 부담하고 싶은 사업부별 이해관계 또한 설득해야 한다.


아주 잠시동안 근무했던 타다가 그러했다.


카니발이라는 하나의 자산으로부터

1) 수도권 실시간 호출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

2) 공항을 목적지/출발지로 하는 예약서비스 '타다 에어'

3) 지역 상관없이 정해진 시간동안의 기사수행 서비스 '타다 프라이빗'

이 세 가지 서비스를 제공했고, 각각의 상품은 가격구조와 운영방식이 다 달랐다. 담당 부서 또한 별개였다.


위의 세 가지 상품이 각각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분석하는게 나의 첫번째 미션이었다.


일단, 자동차 운송업의 수익구조를 살펴보자면,

매출은 당연 고객이 지불하는 이용료이고

원가라 할 수 있는 것은 유류비 / 톨게이트비 / 드라이버 인건비 정도였다.

(차량정비비, 보험료 등도 물론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이것까지 고려하기가 쉽지 않았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베이직 / 에어 / 프라이빗 각각의 서비스를 운행하는 시간으로 비용을 안분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싶겠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접근하지 못했던 이유는 에어와 프라이빗 서비스는 '예약' 서비스였다는 것과

그 예약 서비스는 타다의 기본 서비스 지역인 서울을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1. 예약

한 차량이 서울 시내에서 콜을 기다리며 운행을 하다가 3시간 뒤에 예약 운행이 잡혔다고 하면

예약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시스템은 예약장소와 멀어지는 콜을 잡지 않게 된다.

이 로직으로 인해 예약 서비스를 앞둔 상황에서는 평소보다 더 많은 콜을 잡지 못하게 되고,

이는 예약서비스로 인한 기회비용이 된다.

그렇다면 오후 2시에 예약운행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오후 1시30분 혹은 그보다도 더 일찍부터 예약운행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 있는 것이고

실질적으로 그 '예약운행 준비시간'을 잡아내야 제대로 된 비용분배를 할 수 있다.


2. 서울 밖

타다 에어는 공항 전용 예약운행 서비스이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공항을 목적지로 하여, 또는 공항에서의 픽업을 예약할 수 있는 것.

한 차량이 인천공항에 승객을 내려준 후 빈 차로 서울로 복귀하는 경우에는 또 다른 예약운행으로 인한 기회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 기회비용이 끝나는 시점을 어떻게 정의 할 것인가. 단순히 서울 시내에 진입했을 때까지라고 할 수 있을까.


비용 분배의 기준을 회계 담당자가 정하기 위해선, 그 서비스가 설계된 로직을 개발자 수준으로 뜯어볼 수 밖에 없다.


혼자서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 알고리즘을 그려보고,

타다의 배차 로직을 설계한 개발자들과 미팅을 갖고, SQL로 끙끙대다가,

데이터분석 인턴의 힘을 빌리기도 하여, 유관부서들이 합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기준에 점점 접근해갔다.

서비스를 면밀하게 뜯어봄으로써 그 개발 로직에 놀라워하고, 매 순간이 즐거웠다. 단순히 타다가 '조금 편한 택시회사'가 아니라 충분히 IT스타트업이라 불릴만하다고 느끼는 과정이었다.


결과적으로 유관부서들이 합당하다고 인정할만한 공통비 배분 기준을 딱 만들어서, 지난달 실적을 분석해보려는 순간

타다금지법이 통과되었다.


나는 근속이 짧았고, 그만큼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비교적 크지 않았어서 쉽게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내가 애착을 갖는 중이었던 회사가 엎어지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이 일을 계기로 얻었던 것은

서비스가 복잡해질수록 회계적 비용을 배분하는 기준은 회계쟁이들만의 일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과

복잡한 IT서비스일 수록 회계쟁이들도 개발자들이 하는 얘기를 알아듣고, 그들에게 나의 제안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그 모든 배경지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사업에서 비용배분은 생각보다 시간과 노력이 엄청나게 필요하다는 것.


날이 갈수록 스타트업들의 서비스는 고도화되고 있는 가운데, 회계/재무 업무방식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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