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살, 29살, 기로

by Thatsall

39살이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기로에 서 있다고 느낍니다.


10년 전, 29살의 저는 회사 생활을 시작한 지 겨우 1년이 지났을 뿐이었지만,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에 대한 의구심과 두려움이 문득 찾아왔습니다. 2016년은 마침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30대에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앞으로의 세상은 어떻게 변할지 고민하던 끝에, 평생 먹고사는 문제의 답을 ‘블루칼라’에서 찾아보고 싶어서 도배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해보니, 적어도 지금 당장 가야 할 길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대신 어렵게 공채로 입사했던 첫 회사를 31살 봄에 퇴사하고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습니다. 구체적인 방향성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유연함'은 필요할 것 같았으니까. 그걸 시작으로 이후 10년 동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다소 뜬금없는 영역의 것들을 배우는 일은 어느새 익숙해졌습니다.


39살이 됐습니다. 여러모로 기로에 놓여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40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더해, 하필 이 타이밍에 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의 ‘지식’은 점점 허울에 가까워 지는건 아닌가, 창의력과 실행력을 가진 사람만이 AI를 도구 삼아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인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동시에, 제대로 된 질문을 AI에게 던지기 위해서는 결국 일정 수준 이상의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뭔가 미래를 대비할 방향성을 잡고 싶은데, 신 기술을 빠르게 활용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 제도화된 지식을 깊게 쌓을 것인지. 결국 문제의 본질은 다가오는 새 흐름 속에서 내가 어떤 포지션에 어울리는 사람일지를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39살이 되었고, 도배를 배우던 그때로부터 또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아마 올해 내내 이 고민을 붙잡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다시 학원을 다녀보고, 어떤 것은 직접 체험해보고, 공부도 해볼 것 같습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체력은 예전 같지 않다는 것, 대신 인생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이전보다 조금은 구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문제의 복잡성에 스스로 질려버리지만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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