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사색이 손석희를 만들었다.

사색의 A to B

by 핥hart

일전에 직렬식 사색 법을 예고한 바 있지만, 사색 방법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보다는 사색의 특징에 대한 접근이 올바르다고 여겨졌다. 오늘은 사색가들의 대표적인 특징 2가지에 대해 얘기해 보겠다.



#사색의 첫번째 특징 - 걷기


많은 분들이 손석희 jtbc 사장을 알고 있고 좋아할 것이다. 굳이 손석희 사장 얘기를 꺼낸 이유는 그를 통해 사색의 대표적인 특징 두가지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언론인 손석희 역시 사색가중 한 명임이 분명한데, 그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손석희 사장 역시 유년시절 사색을 즐겼다는 것을 알지도 모르겠다. 손석희 같은 인물이라면 당연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정확히는 사색을 즐겼기에 지금의 그가 있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는 유년기 시절 버스정류장 예닐곱 개를 걸어 다녔다고 하는데, 차비를 모으는 재미도 있었지만 걷는 것 자체가 좋았다고 말한다.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던 세상에 대한 내 사념의 방식도 그 혼자만의 오롯한 통학길에서 상당 부분 연마됐을 것'이라고 그의 책을 통해 밝히고 있다. 사색이 손석희를 만들었다는 표현이 심한 과장은 아닐 것이다. 굳이 손석희 얘기를 꺼낸 것은 많은 사색가들의 대표적인 공통점이 "걷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 주변의 사색가들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대표적이라는 말은 틀린 표현일 수 있겠으나, 적어도 내가 아는 사색가들은(나를 포함해) 하나같이 걷기를 사랑한다. 이들은 걷는 것에 상당한 즐거움을 느끼며 기꺼이 그 시간을 할애하곤 한다. 그렇다면 걷기의 무엇이 이토록 그들을 매료시킨 것일까?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왜?"라고 묻는다면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인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이유가 "그냥"인 경우는 대개 "진심 좋아."라는 의미인데. 걷는 동안 외, 내적으로 생기는 환기의 매력에 매료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사색가들에게 물어도 비슷한 대답(=그냥)을 들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좀 더 구체적인 이유를 들 수 있겠으나 아마도 굳이 세세히 설명하려고 들지 않을 것이다.(필자처럼 글로 옮기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물론 "걷기"는 사색의 대표적인 사색 방법이겠으나 다른 방법도 있다고 믿는다. 만약 내가 걷지 못한다거나 앞을 볼 수 없었다면, 다른 방법의 사색 법을 깨달았을지도 모를 테니까. 하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걷기와 함께 사색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사색이 명상과 닮아있으면서도 다른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눈을 감는 대신 뜨고, 정좌하는 대신 보행한다. 명상이 의도적으로 단절을 만들어 내면을 들여다본다면, 사색은 단절 없이 외,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색의 두번째 특징 - 구간 반복


사색가들의 공통점 두 번째는, 그들은 반복적으로 A에서 B로 도달하는 사이에 사색에 빠진다는 것이다.

손석희 사장의 사례를 빌려올수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순 없겠지만, 불가능하기에 부족하지만 필자의 사례를 소개하며 마무리 하겠다.


나 역시 걷기와 함께 사색의 즐거움을 깨달았는데, 2003년에 뉴질랜드에서 1년간 머물 때였다.

당시 나는 도시 외곽 농장을 운영하는 친척댁에서 지냈는데 가장 가까운 버스 스탑까지 6-7킬로 정도 거리였다.

원래 걷는 걸 좋아하기도 했지만 매번 도움을 청할 수 없어 의도치 않게 상당히 먼 거리를 걸어 다녔어야 했는데, 나는 매일 같이 지평선이 보이는 한적한 농장가를 1시간가량 걸어야 했다. 버스 정류장을 내려 기찻길을 지나면서 사색을 시작되었고 집 앞에 도달하기 전의 코너가 보일때즘이면 사색은 끝이 났다.

6개월 이상을 매일 같은 길을 걸었지만 나는 한 번도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흙을 밟는 즐거움, 매일 다른 구름과 하늘색, 그리고 마음껏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즐거움이었다. 가끔씩 동양인을 신기하게 여긴 농장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거나, 순찰 중이던 경찰에게 신분 검사와 함께 카풀을 얻어 타기도 하며. 내 시선은 풀, 나무, 하늘, 양 떼, 아주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 등을 번갈아가며 보고 있었지만 어쩐지 내 머릿속엔 온통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한 생각들로 넘치고 있었다. 내가 진실로 사랑하는것, 슬퍼하고 분노하는것, 후회와 참회, 내가 보는 세상과 실제의 세상에 대한 것들을 정립시켜나갔다. 그 시간동안의 습관적인 자아의 정립이 나는 무척 즐겨웠다.




다음에는 <사색가와 시대공감>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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