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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bina Nov 10. 2022

100일 글쓰기

동지

    

백일 글쓰기를 시작하며 자랑하고 싶은 일 하나가 생겼다. 

글쓰기 동지를 발견했다는 것.    

 


20년 이상 알고 지내는 부부가 있다. 우리 딸아이랑 같은 어린이 집을 다녔던 아이의 엄마 아빠. 아이들 어렸을 때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 여러 집이 함께 여행도 다니고 주말이면 모여서 밥도 먹고 술도 마셨다. 우리는 아이 키우는 전장에서의 육아 동지였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만남의 횟수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그래도 엄마들끼리는 종종 만나 이런저런 삶의 소소한 것을 공유하며 즐겁게 지낸다. 육아 동지가 나이 들어 인생살이 동지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남편이 글쓰기 강좌를 듣는다고 했다.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아내의 의견을 묻기도 한다고. 자연스럽게 100일 글쓰기를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매일 글을 써보리라 마음먹었던 참이었고 누가 같이 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이 생겼던 때였다. 흔쾌히 하겠다는 대답이 왔다.      


50대 중반의 전문직 종사자인 아저씨와 100일 동안 함께 글쓰기를 시작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지만 이런 일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을이 무르익어 가던 10월 초 우리는 100일 글쓰기를 위해 만났다. 그리고 100일 간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었다.


똑같은 글감(시판 중인 글쓰기 책에서 가져오기로 함)으로 각자 하루에 A4 한 장 정도의 글을 100일 동안 매일 쓴다. 

2주가 지나면 각자 쓴 글을 서로에게 보낸다.

상대의 글을 읽고 피드백을 달아 준다. 

상대의 피드백까지 읽은 후 만난다. 

만남에서는 지난 2주간 글을 쓰면서 경험한 것들에 대해 나눈다. 그것이 무엇이던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한다.  

서로 상대방 글의 첫 번째 열렬 팬이 된다. 

상대의 글에 대한 우리의 피드백은 순도 100%의 칭찬 격려 응원뿐이다. 우리는 글을 쓰는 사람이지 객관적인 평가나 조언을 해주는 평론가 편집자가 아니다.

중도에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의 유일무이한 목표는 100일째 되는 날 각자가 쓴 100개의 글을 가지는 것이다. 

100일 후에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모르지만 좋은 일일 거라 믿는다.      



한 달이 지났다. 우리는 잘해오고 있다. 한 줄의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 앞에 앉아 궁리 중인 사람이라면 다 안다. 글쓰기는 외롭다는 걸. 그것이 주는 기쁨과 보람 성취감은 별개로 고된 노동이라는 걸. 그가 무명작가 혹은 작가 지망생일지라도. 그러니 이 과정을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큰 위로이자 힘이다. 동지가 있어 든든하다. 내 글을 정성스럽게 읽어주고 칭찬 가득한 피드백을 달아 주는 내 글의 첫 번째 팬이 생겨서 기쁘다. 나 또한 처음으로 아무런 사심 없이 남이 쓴 글을 애정 가득한 눈으로 재밌게 읽는다. 지지와 격려만을 담아 댓글을 달수 있어 행복하다. 그 어느 때보다 글쓰기가 충만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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