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벽

by 소음양

도시를 걷다 보면, 오래된 건물의 벽에 남겨진 작은 자국들이 눈에 띈다. 칠이 벗겨진 흔적, 빗물에 스며든 얼룩, 누군가 붙였다가 떼어낸 스티커 자국.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지만, 나는 그 사소한 흔적 속에서 시간을 읽는다.


벽에 남은 자국 하나하나는 짧은 사건의 기록 같다. 어제 지나간 사람의 손길, 지난밤 내린 비, 햇살에 말라버린 작은 얼룩까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그 속에는 하루하루가 쌓이며 도시의 기억이 된다.


나는 가끔 멈춰 서서 자국들을 바라본다. 그 패턴과 형태, 색의 변화가 마치 작은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비록 인간의 삶과 직접 연결되지 않은 듯 보여도, 그 자국들을 통해 우리는 도시의 숨은 시간과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벽의 작은 자국들은 결국 사라지거나 새로운 흔적 속에 섞일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과 도시 속 무수한 이야기들을 잠시 마주하게 된다. 사람들은 지나치지만, 나는 그 안에서 삶의 조용한 울림을 발견한다.


도시의 벽에 남겨진 작은 자국들은 눈에 띄지 않지만, 그 속에서 하루와 시간, 그리고 인간과 도시의 만남을 조용히 기록하고 있다. 그 사소한 흔적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도 새로운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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