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모든 것을 꺼버릴 때.
나는 원래 땀이 잘 나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다.
긴장을 해도 손바닥이 젖는 일도, 양말이 축축해질 정도로 발에 땀이 나는 일도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맨발에 샌들을 신고 있어도 발바닥에 물기가 차고, 손바닥은 수시로 닦아야 할 만큼 젖어 있다.
겨드랑이는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지금,
이 정도로 긴장하며 살고 있는 걸까.
누군가는 내게 말했다.
이건 네 몸이 대신 울고 있는 거라고.
나는 그 말을 듣고도
“당신은 나에게 참 호의적이네요.”
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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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한 번도 쉽게 흘러간 적은 없었지만,
요즘은 유독 내가 가려는 방향마다 신호가 걸린다.
파란불은커녕,
노란불이나 빨간불 앞에 멈춰 서 있는 느낌이다.
누군가가 막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결국 이런 생각이 든다.
이 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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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대기업이 직원에게 높은 연봉을 주는 이유는
일을 잘해서가 아니라
회사가 만든 규칙을 잘 따르는 값이라고.
그 말을 떠올리며 나는 생각했다.
나는 정해진 규정으로 입사해 놓고
지금 와서 규칙을 새로 써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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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팀장님은 이런 말도 했다.
“회사는 투자할 가치가 있는 곳에 돈을 쓴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회사가 투자할 만한 사람인가?
그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하지 못했다.
나는 이미
나를 과대평가하던 시기를 지나온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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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큰 결정들은 대부분
혼자 내렸다.
누군가에게 묻지 않았고
의견을 구하지도 않았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믿고 물을 사람이 없었고,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쌓인 선택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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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나는
돈도, 외모도, 미래도 아닌
‘배우자’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애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간절할 때는 이어지지 않던 인연이
혼자 살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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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안정적인 집도 있고
꾸준히 월급이 들어오는 직장도 있다.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을 만큼은
살고 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 환경을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무시하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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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팀을 옮기려 하고,
환경을 바꾸려 하고,
무언가를 시도하려 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걸까,
아니면
타인의 시선처럼 포장된
내 시선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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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양손에 떡을 쥐고
또 다른 떡을 찾으러 가는 사람 같다.
문제는
그 떡을 놓을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안다.
나는 안정적인 삶을 원한다.
나는 다시 힘들었던 시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떡을 놓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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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까.
나는 이렇게 정리해 봤다.
1. 나는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2. 나는 안정감을 중요하게 여긴다.
3. 나는 0에서 시작할 용기가 부족하다.
4. 나는 꾸준함에 자신이 없다.
5. 나는 빠르게 배우는 사람이 아니다.
6. 나는 낙천적인 사람이 아니다.
나는 이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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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전혀 다르게 본다.
도전을 즐기고,
추진력이 있고,
꾸준하며,
빠르게 배우고,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 말들이
호의인지, 오해인지, 사실인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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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나를 더 내려놓기로 했다.
7. 남들이 나를 좋게 보고 있다는 전제를 믿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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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나에 대한 오해를 하나씩 벗겨내는 중이다.
그리고 이 시간에는
누구에게도 묻지 않으려 한다.
연락도 하지 않고,
확인도 하지 않는다.
오롯이 나와만 이야기한다.
그래야만
내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