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의 지옥일 필요는 없다.

내가 나를 괴롭히는 방식

by 투게더미

어릴 때 들었던 부정적인 말들은 내 안 어딘가에 박혀 있다.


정확히 어디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 ‘있다’고 느낀다.

뼈와 살 사이 어딘가에서,

나와 함께 자라났고,

이젠 제법 힘이 커졌다.


그래서 나는 안다.


그 말들을 찾아내 부수지 않으면

나는 계속 같은 방식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걸.


문제는 그걸 없애기 위해

내 살과 뼈를 분리해 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그 과정에 있는 걸까.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두지 말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래서 나는 한계를 두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좌절은 더 자주 찾아왔다.

욕심을 내면 낼수록

그에 대한 대가처럼 따라오는 현실 앞에서

나는 자꾸만 멈춰 섰다.


이번 3월도 그랬다.

나는 나를 아주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아주 조금의 믿음은 가지고 있었다.

그걸 ‘자기 효능감’이라고 부른다는 걸 책에서 알았다.


처음엔 낯선 단어였지만,

이내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됐다.

내가 해냈다고 말할 수 있는 경험이 쌓일수록

나를 믿게 되는 것.

그게 자기 효능감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는 나를 생각하는 것보다

타인이 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못 할 것 같아”라고 말했지만

타인은 “할 수 있다”라고 말했고

결국 해낸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3주 가까이 매달렸던 일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 같은 순간이 왔다.


나는 이미 미래를 그려놓고 있었고

그 안에서 살고 있었는데,

현실은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챗GPT와 제미나이는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멈추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오히려 한 가지를 깨달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의미는

나 혼자만 알고 있다는 것.


나는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어서

다른 선택을 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게 됐다.


나는 다른 길을 걸었지만

결국 같은 것을 원하고 있었다는 걸.


같은 안정,

같은 환경,

같은 방식의 삶.


그 사실이 나를 조금 실망하게 했지만

동시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안정적인 삶을 원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회사를 쉽게 놓을 수 없다.



계획은 잠시 보류됐다.

“이 정도면 괜찮다”는 마음으로

잠깐 내려놓기로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한 번도 제대로 쉰 적이 없었다.

휴직을 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계속 일하고 있었다.


계속 준비했고,

계속 생각했고,

계속 미래를 계산했다.


환경을 바꾸겠다는 이유로

나는 나를 계속 몰아붙이고 있었다.



어제, 퇴사한 팀장님을 만났다.


그분은 말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 한다고.


나는 그 말을 듣고 알았다.

나는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아무것도 놓지 않고 있었다는 걸.


집에 돌아와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바닥에 누워 있었다.


머릿속은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이 맞는지.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나는 깨달았다.


나는 지금

내가 만든 지옥 안에 살고 있다는 것.


분명 내려놓기로 했는데

나는 계속 다시 붙잡고 있었다.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비교하고 있었다.



나를 가장 많이 괴롭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


이제는 조금 덜 생각하고 싶다.

조금 덜 검열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금은 편해지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나를 알아간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