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튜브가 나오는 '부산촌놈 in 시드니'를 어쩌다 시청하게 되었다.
부산 남자들로 이루어진 출연진은 곽튜브 곽준빈, 안보현, 허성태, 이시언, 배정남이 워킹 홀리데이 버라이어티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멜버른이 아니라 시드니인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 프로그램을 볼 때면 워킹 홀리데이 시절이 떠올랐다. 특히 허성태와 배정남이 아르바이트하는 시드니의 한 카페가 유독 시선을 잡았다.
한국인 바리스타의 친절한 교육, 외국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배우는 일들, 처음으로 주문을 받아 커피를 만들던 설렘까지 모두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커피라곤 맥심 골드 밖에 몰랐던 나는 호주 생활 7년 만에 커피 애호가가 되었다. 그리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바리스타도 경험해 보았다.
작년, 카페를 차리고 싶은 마음에 우선 카페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해 본 적이 있었는데 확실히 호주와 한국의 카페문화는 확연히 달랐다.
오늘은 직접 경험해본 달라도 너무 다른 한국과 호주의 카페 문화 5가지를 써 보려 한다.
한국과 다른 호주 카페 문화 5가지
Australia VS Korea
<오픈 시간>
호주: 6am~7am
대부분의 카페들은 이른 아침에 오픈을 한다. 멜버른의 카페에서 알바를 할 때 새벽 5시 30분까지 출근도 했던 적이 있었다. 이른 아침에 오픈하는 카페에는 간단한 블랙퍼스트 메뉴들이 있다. 크루아상, 샌드위치, 머핀 등. 특히 햄 치즈 크루아상은 나의 최애 아침 메뉴였다.
한국: 10am~11am
프랜차이즈나 일부 오피스 근처 카페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카페는 대부분 오전 10시 이후에 오픈을 한다.
<닫는 시간>
호주: 4pm~7pm (일반 주류/ 음식을 판매하는 곳 제외)
한국: 10pm~11pm
한국은 늦게 열고 늦게 닫는 반면에 호주는 일찍 열고 일찍 카페 문을 닫는 편이다. 그 이유는 문화의 차이 일 수도 있는데 퇴근 후 가족, 친구들과 여가 생활을 더 즐기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 이후엔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가볍게 맥주 마시는걸 더 선호한다. 가족, 친구들과도 시간을 보내지만 퇴근 후 자기 계발을 하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한국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호주에선 포장 손님이 설탕을 넣어 달라고 하면 바리스타가 에스프레소를 뽑기 전 컵에 설탕을 미리 넣어둔다. 티스푼으로 잘 저어준 다음 스팀 밀크를 붓는다. 라떼 아트와 함께.
한국에선 무조건 "설탕은 저쪽에 있습니다~~" 많이 다르다.
플린더스역 안 Coffee HQ라는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할 때 입맛이 독특한 손님이 계셨다. 그는 늘 "설탕 7 티 스푼이요"라고 했었는데, 나중엔 그 손님이 오시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7 티스푼 들어간 라떼를 미리 제조해 계산이 끝나기도 전에 전달했었다. 그럼 엄치척을 나에게 날려주었다. 나중에 설탕 라떼를 직접 먹어 보았는데 그냥 설탕 맛이었다.
처음 멜버른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머리에서 쥐가 나는 줄 알았다.
"라떼 한잔 주세요. 디카페인에 설탕은 3분의 1 티 스푼만 넣어주고, 저지방 우유에 컵의 3분의 2만 넣어 주세요."
"네?? 천천히 다시 말씀해 주시겠어요?"
이렇듯 개인 입맛에 맞춘 커스텀 주문이 많은 편이다. 시간이 지나자 익숙해져서 발로도(?) 주문을 받았지만 처음엔 무척 당황해하며 어버버 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정해진 메뉴의 커피를 주문한다. 주로 아메리카노 비중이 제일 높다. 90%는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아니면 뜨아(뜨거운 아메리카노)다. 가끔 디카페인 커피나 연하게, 진하게 주문하기도 하지만 호주에 비하면 매우 심플한 주문이 대부분이다.
한국엔 카페, 특히 디저트 카페가 많다. 맛있고 감각적인 브런치 카페도 많은데 인테리어를 보면 카페 분위기가 많이 난다. 호주는 카페이면서, 레스토랑이면서, 주류도 함께 판매하는 카페가 많다. 친구를 만나면 함께 에그 베네딕트를 먹고 플랫 화이트를 한잔 마시고 시원~하게 하이네겐도 두어 병 마신다.
멜버른에 있을 때 특히 좋아했던 디그레이브 스트릿.
노상 카페들이 많아서 친구들과 자주 갔었다. 나중에 카페를 차린다면 이런 느낌으로 차리는 게 로망이다.
호주는 유일하게 몇 안 되는 스타벅스가 영업을 실패한 나라 중 한 곳이다.
2018년 기준 호주엔 39개 매장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스타벅스 1,500호점을 돌파한 한국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스벅 실패 이면에는 호주만의 독특한 커피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태리처럼 커피 부심이 어마어마한 나라이기도하다 호주는.
호주 현지인들은 아무리 더워도 뜨거운 커피를 마신다. 로컬 카페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거의 없었다. 차가운 커피 있냐고 물어보면 롱 블랙에 얼음 몇 개를 넣어 준다. 요즘은 차가운 커피류가 많이 생긴듯하다. '부산 촌놈 in 시드니'에 나오는 카페엔 차가운 커피 음료 종류가 많아서 신기했다.
호주 사람들은 정말 커피를 물 마시듯 마신다. 하루에 3~5잔은 기본인데, 나도 멜버른에 있을 때 하루 3잔 정도는 즐겨 마셨다.
로컬 카페가 대세인 또 다른 이유는 스타벅스엔 늘 유학생들이 많았고 로컬 카페엔 단골손님들이 많았다. 단골 문화가 깊은 편인데 손님의 개인 취향을 기억했다가 말 안 해도 취향껏 커피를 만들어 주고 거의 친구처럼 지낸다. 이러니 이 카페에 안 가고 배기겠는가? 나 또한 멜버른에 있을 땐 스타벅스 보다는 로컬 카페를 즐겼다.
스타벅스, 커피 빈, 탐앤탐스처럼 프랜차이즈가 더 인기 있고 얼죽아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많은 한국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커피 문화이다.
'부산 촌놈 in 시드니' 덕분에 멜버른에 있던 시절을 떠올리며 호주 카페 문화에 대해 끄적여 보았다.
다음번에는 <한국과 다른 호주 커피 종류>에 대해서도 기록을 해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