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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프 Oct 01. 2021

퀵커머스의 성장, 플랫폼의 흑심?

배달의 민족을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메인 화면에 항상 대문짝 만하게 걸려있는 'B마트'라는 카테고리를 한 번씩은 봤을 것이다. '초소량 번쩍 배달'을 내걸고 나온 비마트는 생필품부터 식재료 등 대형 마트에서 취급하던 품목들을 1시간 이내 배송하는 이른바 <퀵커머스>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퀵커머스 서비스는 처음 호기심으로 구매를 했던 소비자들도 어느새 그 편리함에 익숙해져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을 만큼, 우리 생활에 빠르고 깊숙하게 침투했다.


헌데 도대체 '퀵커머스'가 뭐길래 이리도 핫 한 것일까? 또 왜 기업들은 이 시장에 그렇게 군침을 흘리고 있을까?


퀵커머스, '빨리빨리' 의 끝?


우리나라의 라스트 마일 물류망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라스트 마일 물류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택배 조차 1~2일 내 배송 완료율이 90% 이상이니, 가히 "빨리빨리의 나라" 라고 할 수 있겠다.


온라인 쇼핑과 배송이 일상화되면서 이 빨리빨리의 나라는 배송의 미학을 '시간' 에서 찾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 온라인 기업들은 모두 같은 고민에 몰두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고객이 기다리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까?"(a.k.a 타 업체보단 빨리 가야 할텐데..)


배송시간은 물류로써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단순하면서 강력한 베네핏이다. 기업들은 이 베네핏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새벽배송','로켓배송' 등 이다. 


헌데 이젠 익일도 늦다며 주문 후 1~2시간 내 도착하는 '퀵커머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의 'B마트' 를 필두로 하여, GS리테일의 '우딜', 카카오의 '톡딜프레시', 가장 최근 쿠팡의 '쿠팡이츠마트' 까지.

B마트가 유력하긴 하나, 확고한 선두가 없는 시장에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치열한 현재 퀵커머스 시장


그럼 배송만 빨리하면 고객이 만족하는 서비스가 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문제는 그렇게 쉽지 않다. 물론 주문한 상품이 빨리 온다면, 고객의 1차적인 만족감은 높을 수 있다. 하지만 배송의 완성은 받은 상품의 퀄리티로 결정되기 때문에, 배송이 아무리 빨리 오더라도 받은 상품의 상태가 좋지 못하면 고객은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


특히나, 이륜 차량을 이용한 배송이 주를 이루는 퀵커머스의 사업 특성상 배달 중인 상품의 변질이나 훼손에 취약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까지 염두를 하고 상품의 보관부터 배송 패키징까지 꼼꼼히 신경을 써야 한다.


손님은 오지 마세요, 다크스토어와 MFC


이러한 퀵커머스 기업들은 대부분 도심 내 초소형 물류센터인 MFC(Micro Fulfillment Center)를 이용하여 상품을 보관하고 출고시키고 있다. 이러한 물류창고를 빗대어 '다크스토어' 라고 칭하는데, 오프라인 고객은 받지 않고 온라인 주문만을 처리하기 위한 매장들을 뜻한다. 


비마트나 쿠팡이츠마트의 경우 도심 내 대형 상가 또는 사무실 등의 공간을 임차한 뒤 다크스토어로 변형시켜 주문을 처리하지만, 대형마트 등 기존 오프라인 매장 또는 거점이 있는 기업들의 경우, 매장의 레이아웃을 일부 변형한 뒤 다크스토어로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비마트 MFC거점(좌) 와 비마트 내 픽업존 전경(우)

현재 퀵커머스 시장과 MFC의 한계


퀵커머스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기존 거점이나 매장을 다크스토어로 바꾸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1. 한정된 인력과 넘치는 주문

현재 물류 자동화 설비는 대부분 대형 물류창고에 적합한 것들이다. 때문에 도심 내에서 콤팩트한 규모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운영하는 MFC에는 당연하게도 물류 자동화 설비가 거의 전무하다. 바코드를 사용하는 마지막 패킹 존을 제외하고서는 인력으로 처리를 해야 하는 업무가 99% 이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일정한 속도로 작업을 할 수 없다. 더군다나 2~300평 규모의 MFC를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픽업하고 패킹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간엔 서비스가 잠시 막히거나, MFC 내 피/패킹 병목으로 인한 배송지연이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 더불어 (주문하는 고객은 모를 수 있겠지만)시간에 관계없이 항상 주문이 많은 지역의 매장이라면 어쩌면 해당 지역의 고객들은 타 지역에 비해 매번 늦은 시간에 상품을 배송받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주문이 몰리는 경우, 서비스가 잠시 막히기도 한다.


이는 앞서 말한 인력을 통한 주문처리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주문처리의 대부분을 인력으로 처리하는 퀵커머스의 특성상, 주문이 많아지면 많아지는 만큼 인력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적정 인원 이상이 투입되게 되면 오히려 더 큰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이러한 한정된 공간에서의, 더군다나 물류를 위한 공간이 아닌 곳에서의 한계 사항들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풀어내는 기업이 장차 퀵커머스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2. 높은 고정비로 인한 손실비용

물류의 기준이 화주에서 고객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가장 눈에 띄게 바뀐 부분이 바로 배송의 중심가치가 '비용' 에서 '시간' 으로 바뀌었다는 부분이다. (물론, 두 마리를 다 잡아야 한다.)


퀵커머스가 배송시간을 줄이는 방법은 단순하다. 주문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 상품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물리적인 배송 거리를 줄이는 것. 그리고 이러한 상품은 도심 내 MFC라는 물류창고를 이용해 보관된다. 기존 대형 물류창고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외각 지역의 넓은 부지를 고른 것과는 상반되는 선택이다. 

물론 100~300평대의 기존 물류 창고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작은 크기의 창고이기는 하지만, 모두 도심에 위치해 있다 보니 발생하는 임대료만 해도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운영의 많은 부분을 인력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인건비 역시 여타 대형 물류 창고 인건비 못지않다. 보통 300평대 MFC에서 한 타임에 15~20명 가량 근무를 하고, 총원으로 따지면 60~100여 명 가량의 인력을 한 MFC에서 관리하게 되는데, 현재 거점수 대비로 단순 계산을 해보더라도 천문학적인 금액임을 알 수 있다.

(*여담이지만 인력 충원을 위해 아르바이트비 추가 지급, 첫 근무 보너스 등 다양한 부대수당이 있어 인건비는 더 올라갈 것으로 생각된다.)


과연 이 어마 무시한 손실비용 감수하고서 영업이익을 내는 사업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퀵커머스 시장은 돈 버는 기업이 한 군데도 없다고 이야기할 만큼 심한 출혈경쟁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이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시장에 뚜렷한 1인자가 없다는 판단과 실제 상품 판매 마진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1건의 음식 배달로써 플랫폼에게 발생되는 이익은 '배달수수료' 밖에 없지만, 1건의 마트 배달로써 플랫폼에게 발생되는 이익은 '배달수수료 + 상품 판매 마진' 이 된다. 퀵커머스의 경우, 플랫폼 기업이 상품을 사입하여 고객에게 판매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존 배달 플랫폼들은 퀵커머스 사업을 병행하는 경우 이익폭이 훨씬 커질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과연 실상은 그럴까?아시다시피 전혀 아니다. 오히려 사업의 높은 고정비나 배달비 등으로 인해 판매로 발생한 이익보다 지출 폭이 훨씬 커지게 된다. 즉, '적자'라는 소리다. 그리고 이러한 이익 구조는 MFC 운영방식의 대대적인 개편이 없는 한 쉽게 해소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로 미루어 보았을 때, 퀵커머스 산업은 전적으로 '객향'의 고민에서 나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부분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시장의 막대한 출혈경쟁 또한 진정한 '고객향' 의 의미로 봐야 할지는 다소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부디 기업들이 1등이 되기 위한 경쟁이 아닌, 고객을 위한 건강한 경쟁을 펼쳐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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