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프 Oct 08. 2021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배달된 음식은 뭘까?

알쓸신잡, 택배에 관하여

최근 핸드폰을 가장 많이 울리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코로나 관련 '안전 안내 문자'가 아닐까 싶다. 처음 재난문자가 왔을 땐 일일이 확진자 수도 체크하면서 인근에서 확진자가 나오진 않았는지 가슴을 졸이곤 했는데, 이젠 이마저도 무뎌져서 굳이 알림을 켜놓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이 재난문자 이전에 사람들의 휴대폰 알림을 가장 많이 울린 메시지는 무엇일까? 아마 "택배 문 앞에 놔뒀습니다." 문자가 아닐까? 언택트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최근에 더욱 이 메시지를 많이 받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이렇듯 인터넷과 이커머스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택배는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물류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그럼 우리나라 '택배' 서비스는 어떻게 시작이 된 것일까?


우리나라 최초의 배송(배달) 상품, '평양냉면'


택배는 기본적으로 상품을 소비자가 지정한 장소까지 배송해주는 행위이다. 그럼 이러한 큰 맥락에서 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첫 택배 배송 상품은 무엇일까? 바로 '평양냉면' 이다.

이에 대한 기록은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조선시대의 실학자 황윤석이 기술한 일기 '이재난고'를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과거시험을 본 다음 날이면, 평양냉면을 시켜 먹었다.

이는 1768년 7월 황윤석이 과거시험을 치르고 일행과 냉면을 시켜먹은 내용을 기술한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 배달에 대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조선 후기 실록에는 순조가 달구경 중 내관에게 "냉면을 사 오라" 고 시킨 구절도 찾아볼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냉면에 대한 사랑은 알아주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 최초의 화물운송 서비스, '택급제'와 '미스터미창'


91년 택배법이 발효되기 이전에도 택배와 비슷한 개념의 화물운송 서비스는 존재했다. 바로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시행되었던 '택급제' 라는 제도인데, 이는 '호구(戶口)에서 호구까지' 수하물을 배송하는 업무였다. 일제강점기 당시 철도국과 협약을 맺고 진행하던 택급 업무를, 1962년 다시 부활시킨 것이 바로 '한국미창' 바로 지금의 'CJ대한통운' 이다.


1962년 산업박람회에서 배포한 한국미창의 홍보용 팜플렛(출처: 대한통운 80년사)


당시 한국미창은 서울에 7개소, 부산에 4개소의 화물취급소를 가지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하나 특별한 점이 있다면, 해당 배송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을 '미스터미창' 이라고 명명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는 것이다. 이 미스터미창은 노란색 조끼를 입고, 모자를 착용하였으며 개인이 의뢰한 소화물 등을 운반해주는 업무를 하였다. 지금의 '쿠팡맨'과 같은 역할이라고 보면 되겠다.


짐을 운반하고 있는 미스터미창(미창맨) (출처: 대한통운 80년사)

우리나라 최초의 택배 회사, '파발마'


앞에서도 잠시 나왔듯, 우리나라는 60~80년대를 넘어 90년대에 들어서 '택배법'을 제정하게 된다. 이 택배법에 의거하여 소화물일관수송업 1호 면허를 취득한 첫 번째 택배 서비스가 바로 한진의 '파발마' 이다.

92년 당시, '파발마' 지면 광고

이후엔 대한통운, 현대로지엠, CJGLS 등 얼핏 익숙한 이름의 기업들이 연이어 택배사업으로 진출을 하였고, 여러 번의 통합과 분열을 거쳐 현재와 같은 택배 시장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택배는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초밀접 서비스 중에 하나가 되었다. 90년대 초 연 물동량이 100만 건이었던 것이 2020년엔 연 33억 7천만 박스까지 성장한 것만 봐도, 우리 생활에 얼마나 깊숙히 파고들었는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국가물류통합센터


더불어 한 가지 더 재밌는 점은 바로 '택배요금' 이다. 1990년대 초반 택배 배송비는 수도권 4,500원, 지방 7,000원 수준이었다. 현재 수도권의 경우, 건당 2,300~2,500원의 요금을 받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저렴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물류라는 것이 배송지가 많아질수록 즉, 덴시티(density)가 촘촘해질수록 비용이 저렴해지는 것은 맞다.


하지만, 비용만 마냥 싸진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내가 주문한 상품이 어디에 있고, 언제 도착하는지, 배송과정에서 상품에 훼손은 없었는지 등의 여부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욱 중요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이슈들에 대해 과정마다 고객과 투명하게 소통하고, 소비자의 니즈를 해소해줄 수 있는 배송 서비스가 있다면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이용할 고객들이 충분히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젠 비용과 같은 쉬운 고민으로 소비자의 모든 니즈를 만족시키는 시대는 지났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고민을 통해, 고객과 배송기사가 모두 웃을 수 있는 배송 서비스를 기대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연봉 8,300만원 받는 택배기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