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거리 -1-
노을 [명사] : 해가 뜨거나 질 무렵에, 하늘이 햇빛에 물들어 벌겋게 보이는 현상.
나는 노을을 좋아한다. 내 사진첩에는 자기만의 아름다운 빛을 뽐내는 노을들이 많이 담겨있다. 언제부터였을까? 노을이 보이기만 하면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냥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빠지게 되었다. 뭐랄까, 마치 어떤 사람을 좋아할 때 언제부터 그랬는지 정확한 시작점을 알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달까.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제일 좋은 점은 해가 질 무렵의 노을이 아주 예쁘게 보인다는 것이다. 친구들에게 몇 번 사진을 보내줬었는데 "야 너네 집은 완전 노을 맛집이야"라는 말을 들어서 아주 뿌듯했다. 음, 내 새끼 칭찬받은 느낌? 평범한 아파트인데도 괜스레 우리 집만 특별한 느낌이 났다.
맛집에 걸맞게 노을을 보는 그 공간을 더 특별하게 만들고 싶었다. 남편에게 생일 핑계를 삼아 소원 하나를 들어달라고 졸랐다. 뭐냐고 물어보는 남편의 동공이 불안함에 살짝 흔들리는 것을 봤지만, 애써 무시한 채 담담하게 말했다. "베란다 인테리어 하고 싶어"
꾸미기에 소질이 그다지 많지는 않아서 살짝 엉성하다. 애써 꾸민다는 게 이 정도인데, 생각보다 소품 준비하는 게 쉽지 않았다. 저 작은 미니 테이블보도 인터넷을 엄청 뒤져서 어울릴만한 걸로 찾아냈다. 앞으로 여기가 어떻게 더 업그레이드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 나는 만족한다. 지금은 겨울이라 추워서 못 나가지만 여름에는 주말에 종종 의자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거나 맥주를 마셨다. 낮에 나가면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 나가면 노을을 보며 맥주를 마신다. 완전한 나만의 소소한 행복이다.
사진첩에서 심혈을 기울여 자랑할 사진 몇 장을 골라봤다.
아쉽게도 해가 뜰 무렵의 노을은 앞에 가리는 게 많아서 잘 찍히지 않는다. 물론 새벽에 일어나 찍을 정신도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출근하면서는 자주 본다. 요즘은 바쁜 시즌인 겨울이라 오전 7시면 회사에 도착하는데, 날이 맑으면 저~멀리 있는 롯데타워가 선명해서 예쁘다. 그렇지만 잘 찍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나만의 노을은 계속 쌓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