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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ng Jan 19. 2021

널리 퍼져 있는 '나'의 조각들에게

개인정보 관리의 중요성 

 약 2주 전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내 카드정보가 유출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 카드는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카드였는데 어쩌다 유출이 되었을까 한참 생각했다. 순간적인 판단으로는 이 문자도 거짓은 아닐까, 링크가 있다면 절대 클릭하지 말아야지 했다. 요즘 함부로 뭔가를 클릭하거나 모르는 전화를 받거나 하면 큰일 나는 세상이기에... 마음이 불안했지만 은행을 가보기 전엔 알 도리가 없었다. 다행히 바로 그다음 날이 휴가날이어서 아침 일찍 은행을 방문했다. 직원에게 문자를 보여주며 해당 기관에서 보낸 게 맞는 건지 번호 확인부터 시작해서 내용 확인까지 마친 후에야 조금 안심하고 카드를 교체했다. 그리고 다시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어디에? 이 카드의 정보가 올라가 있을까?


 사실 나 혼자였던 이전에는 개인정보 관리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생년월일, 핸드폰 번호 정도는 누구나 다 오픈하면서 살지 않나?로 시작해 점점 가랑비에 옷 젖듯이 어느새 많은 정보를 흘렸던 것 같다. 또한 핸드폰 하나로 모든 걸 처리할 수 있는 시대로 향해 가고 있으니 나도 모르는 새 거기에 녹아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뉴스도 보면서 살기에 개인정보 유출 관련 기사를 많이 접하기도 하고, 결혼하고 남편이랑 재산을 공유하고 가계의 지출을 관리하면서 좀 더 조심하게 되는 부분이 생겼다. 나만의 돈이 아니기에 함부로 노출하기가 꺼려졌고 인터넷으로 뭔가를 구매할 때도 이미 너덜(?)해진 내 카드 위주로 사용했다. 그래서 희생양이 되었던 걸까.


 집에 와서 핸드폰에 깔려있는 어플을 하나씩 뒤지기 시작했다. 놀라운 사실은 원인이 한 개가 아니었다. 가장 크게 의심했던 여행 예약 어플 이외에 다른 곳에도 내 카드의 정보는 노출되어 있었다. 단지 결제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자주 쓰는 카드로 등록해 둔 것이 화근이 된 듯싶었다. 물론 진짜 원인이 따로 있을 수도 있고, 아무리 조심한다 한들 해커들이 맘만 먹으면 보안이 뚫릴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가장 좋은 예방책은 스스로 주기적인 관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놓고 과거에 저질렀던 과오들은 바로잡을 생각을 못하다니... 하나만 알고 둘은 알지 못한 격이다.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하나씩 삭제하면서 이참에 어딘가에 널리 퍼져있는 나의 개인정보를 싹 정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싹쓰리 하고 싶은 내 마음

 

 정리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우선 쓰지 않았던 어플은 로그인하는 과정부터 막혔다. 너무 오랫동안 들어가지를 않아서 휴면 상태인 게 많았고, 비밀번호를 바꿔줘야 나의 페이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등록된 카드가 있는지를 확인 후 계정 삭제하기를 반복했다. 어떤 것들은 없애기조차 쉽지 않았다. 계정 삭제를 원한다는 메일을 보내서 서류를 받고, 작성해서 회신해야 3일 이후에 완전히 없어지는 경우도 있고, 탈퇴를 신청하고 2주 이상이 걸려서 나중에 다시 확인해봐야 하는 것도 있다. 중국인들이 카카오톡처럼 사용하는 보편적인 메신저 어플 웨이신(微信)도 작년 초까지 쓰다가 한 6개월 이상 안 썼더니 보호 계정으로 막혀버려서 도저히 풀 수가 없었다. 방법을 찾아보니 친구로 등록된 다른 사람이 인증을 해줘야 보호 해제가 된다고 해서 중국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이번 주말에 해결하기로 했다. 


 어쩜 이렇게 방치해둔 것들이 많은지 원. 요즘 주말 이틀 중 하루는 이 작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약 5시간은 그냥 흘러간다. 짜증도 났다가 이게 언제 적이야 놀랐다가 언제 끝나니 했다가 오늘은 그만 하자로 녹다운되기를 반복 중이다.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다짐했다.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절대 문어발 식으로 가입하지 않겠다고. 어딘가로 흩어진 나의 조각 찾기는 슬프게도 아직 ing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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