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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ng Sep 18. 2021

나도 이제 운전한다!

자동차 한 달 연수기

 우리에게도 드디어 자동차가 생겼다. 실은 올해 안으로 해야 할 일 리스트 중에 자동차 연수&구매하기가 있었는데, 의심이 많은 우리 부부는 중고차는 찜찜해서 생각도 안 했고, 그냥 흔한 자가용으로 한 대 뽑아보자! 하고 봤더니 그마저도 자금이 부담이 돼서 연수만 받고 구매는 내년으로 미뤄야 하나 고민하던 바로 그때, 정말 운이 좋게도 부모님네 회사 사장님께서 제주도에서 쓰시던 차를 싼 값에 파셨다. 사장님은 이 오래된 차(2008년식)를 누가 사갈까 걱정하셨다 했지만 우리에겐 굴러들어 온 떡이었다. 중고차지만 구매를 바로 결정한 이유는 아빠가 영업용으로 타고 다니던 차라서 믿을 수 있었기에 고민 없이 선택했다.


 제주도에서 물 건너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 지 약 5개월 만에 드디어 차를 만날 수 있었다. 색은 내가 싫어하는 은갈치 색이지만 뭐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도 아니라서 그냥 감사히 받았다. 우선 자동차 보험을 들고 명의 이전을 위해 시청을 방문했다. 회사 차량으로 등록되어 있던 차량이라 개인 명의로 바꾸는데 꽤 많은 서류가 필요했다. 세금은 또 뭐 그리 많이 내는지 참. 보험비도 뜨악했는데 세금도 만만치 않았다. 취득세, 등록면허세 등 몇 개 더 있었는데 명칭조차 모르겠다. 그냥 내라는 대로 다 냈다. 그렇게 하루 꼬박 고생해서 나의 자산으로 등록시키고 본격적인 연수를 시작했다.


 연수는 아빠에게 받기로 했다. 학원을 갈까도 생각했으나 연수 핑계로 친정도 자주 가고 그러면 부모님이 좋아하실 듯싶어 일부러 아빠한테 부탁했다. 주말 이틀을 다 쓰거나 약속이 있는 주말은 하루만 갔고 한 5~6시간 정도 꼬박 연습을 했다. 아빠는 나에게 휴일을 뺏어 간다며 투덜거렸지만 말과는 다르게 주말에 내가 오면 환한 표정으로 반겨줬고 생각해둔 오늘의 연습코스를 종알종알 읊곤 했었다.


 처음엔 쉬운 코스부터 시작하니까 운전이 마냥 쉬운 거 같고 생각보다 할만한데?라는 오만함이 있었다. 어느 정도 핸들에 익숙해졌고 엑셀을 세게 밟고 싶었지만 아빠는 늘 내 속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네가 사고가 나더라도 빨리 달리지만 않았다면 심각한 상황은 면해” 아빠의 말이 옳다는 걸 안다. 지금도 나는 규정속도를 지키며 최대한 천천히 간다. 하지만 도로의 차들은 아마 나를 답답해하고 욕할 것이다. 가다 보면 늘 내 뒤엔 아무도 없고 옆 차들은 쌩쌩 지나가지만 유일하게 나란히 달릴 때는 바로 앞에 카메라가 있을 때뿐이다. 한 번은 뒷좌석에 타고 있던 엄마가 “야 왜 자꾸 너 흘끔흘끔 쳐다보고들 지나가지? 네가 어리게 생겨서 그런가?”라고 물었는데 “아니 아마 나 욕하느라 쳐다보는 걸 꺼야”라고 답했다. 내가 정답일 것이다.


 연수를 받는 동안 어려웠던 부분을 몇 개 꼽아보자면 크게 2가지가 있는데, 주차, 차선 보기다. 먼저 주차를 얘기하자면, 처음 연습을 했을 땐 후진 기어를 넣기만 하면 핸들을 어디로 돌려야 하는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났다. 머리가 안 따라오는 기분이랄까? 아빠는 계속해서 “아니 아니 반대로 돌려야지!”라고 외쳤고 나는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천천히 그려보면 아! 이쪽이지 하지만 그 반응이 빠르게 오지 않았고, 당황하면 더욱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났다. 운전을 오래 한 친구에게 연락하여 주차의 어려움을 토로했더니 어플 하나를 추천해줬다. <주차의 달인>이라고 주차가 힘든 사람들이 자주 쓴다는 어플이라고 하더라. 바로 깔고 출퇴근 지하철에서 코 박고 열심히 했더니 방향 감각이 잡히는 듯했고 그 성과는 다음 주에 바로 나왔다. 큰 산을 하나 넘은 기분이라 좋았다. 하얀 선이 잘 안 보이는 부분도 어려웠는데 백미러를 내려서 하니까 훨씬 도움이 됐다. 나중에 진짜 베테랑이 되면 백미러를 내리지 않아도 잘하겠지 하고 기대해 본다. 

 그다음으로는 차선 보기. 3가지로 나누면 1. 좌회전 차선 2. 사라지는 차선 3. 차선 축소 or 확대 가 있다.

좌회전 시 차선이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는데, 있으면 선 따라가면 되니까 상관없지만, 없을 때는 초보니까 좌회전 시 자꾸 안쪽 깊숙이 파고들려는 경향이 생겨서 뒤에서 같이 좌회전하는 차랑 부딪힐뻔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그 후로는 늘 신경 쓰며 연습했고 지금은 완만하게 잘 돈다. 그다음은 사라지는 차선이다. 주행을 하다 보면 바닥에 화살표 표시가 대각선으로 그려져 있고 그걸 무시하고 쭉 가다 보면 길이 없어진다. "헐! 아빠 길이 왜 없어지지?" 지금은 시야가 넓어져서 능숙하게 피해 가지만 처음엔 백미러 보기에도 벅차서 바닥의 표시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기에 마주했을 때 엄청 당황했었던 기억이 난다. 아빠는 항상 가운데 차선으로 가라고 팁을 줬었는데 차선을 변경해야 할 때 힘들이지 않고 빨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상하게 주행할 때 왼쪽 아니면 오른쪽에 가깝게 치우쳐서 운전을 했었다. 그래서 가다 보면 차선이 좁아지면서 나도 모르게 좌회전 차선으로 들어가 있거나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목을 만나거나 그랬다. 길도 좁은 길이 있고 넓은 길이 있기에 거기에 맞게 차선이 변경되므로 나는 아빠의 조언을 따라 늘 가운데로 주행하려고 노력한다. 


 약 2달이 지난 지금은 제법 능숙하게 운전을 한다. 옆좌석에 잔소리쟁이 한 명 태우고 다니느라 정신적으로 피곤하긴 하지만 다 우리의 안전을 걱정해서 하는 소리려니 하고 위안을 삼아 본다. 잔소리쟁이도 어서 빨리 운전을 배워서 나의 부담을 좀 나눠줬으면 좋겠다.(보고 있지?) 왜냐하면 운전이 생각보다 피로가 많이 쌓이기에 부부가 둘 다 운전을 할 수 있다면 나중에 아이가 있을 시 분명 더 좋을 테니 말이다. 동생도 최근에 운전 연습을 시작했는데, 본인 차는 따로 없어서 아빠 차로 연습을 하고 있다. 잘하고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최근에 아파트 지하주차장 올라가다가 박았다고 한다. 자식들 교육시키느라 아빠가 고생이 많다. 아빠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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