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song Feb 27. 2022

백신 미접종자로 살아가기

코로나와 공생?!

 코로나가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넘어가고 사람들은 피로감을 넘어선 해탈의 경지에 이른 듯 보인다. 처음 백신이 도입되기 전, 우리는 언제쯤 접종할 수 있으려나 하고 오매불망 기다리던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의 모습들이 생각난다. 드디어 접종이 시작되고 작년 9월 즈음인가 나에게도 기회가 왔지만 고민 끝에 접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 부부에게는 임신 계획이 있었고 시행하기 1년 전부터 준비를 해오던 중이었다. 남편과 나는 각자 나름대로 좋은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11월부터가 d-day였다. 그러던 중 백신 문제가 돌연 변수가 되었고 우리는 난감했다. 급하게 만들어진 백신이라 불신이 컸고, 접종 후 우리의 몸에 무슨 이상이 생겨 임신이 어려울까 봐 걱정이 되었다. 심지어 나는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게 싫어서 엄청 아프지 않으면 약도 잘 안 먹기에 예방주사는 더더욱 생각도 안 하며 살았다. 그렇게 우리는 상황을 지켜보며 조금 버텨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부모님, 지인, 직장동료 너나 할 거 없이 모두 한마음으로 걱정하기 시작했고 나는 해명 아닌 해명(?)하기에 바빴다. 더욱이 임신 준비 때문에 접종 안 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싫어서 정말 친한 지인들한테만 오픈하고 다른 이들에겐 부작용 걱정으로 접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이유도 맞으니 사실 거짓말을 한건 아니다. 그러던 중 남편은 회사의 압박에 못 이겨 접종을 하게 되었고 걱정스러웠지만 그냥 서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두 달, 세 달 지나면서 정부의 정책이 점점 미접종자인 나를 불편하게 하기 시작했다. 퇴근 후 들리던 헬스장에서 운동도 못하게 되었고, 식당과 카페도 가지 못해서 친구들은 물론 부모님이나 남편과의 외식도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충분히 예상해왔고 내 선택에 따른 결과기에 억울함은 없었다. 


 임신 준비를 시작하면서 가입하게 된 카페가 있는데 하루에도 수십 건 혹은 수백 건씩 글이 올라온다. 그중에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내용은 당연 백신이다. '백신 맞고 임신 시도해도 될까요?' '백신 맞았는데 생리 시작을 안 하네요 2차 고민이에요' '백신 맞고 임신 성공하신 분들 계시나요' 등 나와 같은 걱정과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1차로 한숨이 가장 먼저 나오지만 그래도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구나' '나처럼 불안해하며 버티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고 위로도 받고 힘이 나기도 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질수록 생각보다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글도 점차 늘어났지만 부작용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같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선택에 따른 결과를 아무도 알 수 없으니 정말 이건 복불복이구나 싶었다. 


 정부의 제한이 점점 강해지고 마트와 백화점까지 못 가게 되는 상황이 터지자 사람들은 점점 저항하기 시작했다. 백신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미접종자를 확진자처럼 차별하는 듯한 정부의 태도에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우리도 그때 하필 부모님 생신잔치를 하기로 했던 주에 마트 입장 제동이 걸려서 고기 사는데 꽤 애를 먹었었다. 큰 마트는 가야 하는데 나는 들어가지를 못하니 주차장까지만 가서 차에서 대기했다. 남편과 통화하며 카톡으로 사진 확인하고 괜찮겠지 하며 불편하게 장을 봤었는데 바로 그다음 주에 방역 패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있었고, 그다음 주가 돼서야 전면 폐지되었다. 여전히 지금도 그렇지만 이 때는 국민과 정부의 대립이 최고치를 찍지 않았나 싶다. 


 정부가 코로나 방역을 위해 늘 고민하고 힘써온 사실을 안다. 다만 아쉬운 건 백신 부작용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정확한 설명과 보상이 부족했고 그것이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부가 앵무새처럼 백신만 반복적으로 얘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백신을 맞아야 어느 정도 중증화로 가는 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것도 동의하고, 병원과 의료진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것도 이해는 하지만 국민들이 근본적으로 '왜' 불안해하는지 분명 알 텐데 모르는 척 앞으로 달리기에 급급한 느낌이다. 그냥 소통이 부족한 느낌이랄까. 


 사실이 무엇이든 나는 그냥 평범한 시민일 뿐이고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코로나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으나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결국 공생하게 될 것 같다. 각자 스스로 방역하는 것이 답이 될 것이고 정부의 지침도 그런 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나도 지금처럼 개인 방역에 신경 쓰고 덜 만나고 덜 나가는 생활을 이어가야 할 듯싶다. 그러다 아이가 생기면 더더욱 칩거(?) 생활을 할 테지만 그렇게 해서 나와 내 가족이 모두 안전하다면 난 후회는 없다. 만약 확진이 되더라도 내 선택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공생해야 할 테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도 이제 운전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