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목 이야기

꽃이 피었어요

by Ssong

가발 케어를 받으러 왔다.

3번까지는 무료로 케어를 받을 수 있는데

오늘은 2번째다. 사실 친구에게 선물 받은 모자가

꽤 편해서 최근에 가발보다 모자를 쓰고 나가는 일이 더 많았지만 비싸게 주고 산 가발이니 관리를 안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여름엔 덥겠지만 겨울에 쓰면 따뜻하다. 이제 제법 가발 티도 안 나고 나름

잘 어울린다. 직원분도 처음보다 훨씬 좋아졌다 하니 뿌듯하다. 지금은 관리받으러 간 내 가발을 기다리며 방에서 글을 쓰고 있다.


엄마네 집에 행운목 나무가 있는데 오랜만에 꽃이 피었다. 이 나무는 꽃이 잘 안 피는 걸로 유명한데 엄마네 집에 있는 이 아이는 벌써 여러 번 꽃이 피고 졌다. 아이를 가졌을 해에도 꽃이 폈었는데 엄마가 "역시 좋은 일이 생기는구나" 라면서 뿌듯해했다.

그다음 해는 암 진단을 받았고 꽃은 피지 않았다.

작년에도 꽃은 피지 않았지만 크게 나쁜 일은 없었고 비록 나는 아팠다 나았다 반복했지만

잘 버텨냈다. 올해도 딱히 드라마틱하게 상태가 좋아진 건 없지만 꽃이 폈다 하니 기대감이 생긴다.

오히려 엄마가 좀 시큰둥하다.

"꽃 폈다며~ 이쁘던데 어떤 좋은 일이 오려나?"

"아무 일 없는 게 젤 좋은 일인 거 같다~"

"음.. 생각해 보니 그런 거 같네"

엄마와 밥을 먹으며 나눈 대화이다. 정말 띵 하게 머리가 울리듯 깨달음을 얻었다. 아무 일도 없는 게 제일 좋은 거라는 거. 하루하루 지겹고 고되더라도 큰일이 없는 거.. 소중한 느낌이 든다.


신기한건 오후가 되면 향기가 나는데 엄~~청 진하다

요번 일주일은 날씨도 흐리고 몸도 무겁고 그래서

점심 먹으러 밖으로 나가긴 했는데 금방 돌아오곤 했다. 대신 집을 좀 뒤집었다. 매일 청소를 하다가 화가 나서 열이 올랐다. 안 쓰는 물건 유통기한 지난 것 작아진 아들 신발들 점점 쌓여만 가는 창고 물건들... 등등 다 버리고 싶어 가지고 벼르고 있다가 나가지도 않는데 가만히 집에서 뭐 하냐 싶어서 하루에 한 곳씩 정리했다. 반 정도 온 듯싶다. 아직도 정리할 곳은 많고 창고 2곳 신발장 1곳만 정리하면 얼추 끝날 거 같다. 근데 어제는 이불장만 두 시간 정리했는데 몸져누울 뻔했다. 그래도 끝내고 나면 기분이 개운하다. 동생이 많이 도와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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