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생을 알 수 있다면

30년은 더 살아야 할 텐데

by Ssong

지난주 올린 글이 작품에서 빠져버렸다.

30회 차가 끝이더라. 당황했다.. 계속 이어서 써가는 줄 알았다.

나도 모르게 [나는 30대 암환자입니다]를 마감해 버렸다.

괜찮다. 언제든 기분 내킬 때 다시 시작하면 되니깐.


지난주 병원 외래에 가서

뇌 전이 엠알 결과를 들었다. 다행히 유지였고 조금 줄어든 부분도 있었다.

항상 나쁜 말만 듣다가 (예를 들면 이제 약이 없어요. 치료가 어렵습니다. 여명 몇 개월입니다.)

교수의 긍정적인 대답은 오랜만이라 표정관리가 잘 안 되었던 거 같다. 웃는데 약간 이상하게 웃는..

장애연금 서류도 깔끔하게 신청하고 왔다. 다음 달 병원에 갈 때 가져가면 된다. 그동안 야금야금

서류 준비를 했었는데 한 달 반 정도 지나서야 다 모았다. 물론 크게 어려운 건 없었지만 병원을

여기저기 방문해서 서류를 떼야하고 병원 가는 날 맞춰서 떼려니 시간이 좀 걸렸다. 연금을 받게 되면

얼마를 받을지는 모르겠으나 환우 단톡방에서 받고 있는 사람을 예로 들면 80만 원 정도? 받는 듯싶다.

물론 심사에 따라 개인차가 있으니 저거보단 낮게 받을 수도 있다. 그래도 생활비에 보탬이 될 거 같고

안 그래도 마이너스였는데 조금 플러스로 채워질 것 같다.


어느덧 투병한 지 1년 6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주 외래 가기 전에 요양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항암제 약제비 문제로 늘 해오던 루틴) 가기 전부터 남편과 내내 싸웠다. 점심으로 카레를 먹고 갔는데

내가 카레에 있는 야채를 조금 남겼다. 그게 발작버튼이 되어서 남편을 화나게 만들었다.

나는 요새 밥을 남기는 나쁜 습관이 들어있었고 그걸 참고 참다가 폭발한 듯 보였다. 싸우면서 열심히

변명을 하고 (아파서 그랬다(식도염). 식욕이 없다(항암제부작용) 등등..) 한결같이 차가운 남편의 모습에

결국 울면서 앞으로 노력하겠다 하고 나서야 싸움이 끝났다. 싸우는 동안 남편이 한 말이 계속 생각이 난다.

"나는 너 진단받고 난 이후로 단 하루도 살고 싶지 않았어"

남편도 나처럼 하루하루 버티면서 살고 있구나. 아들 하나 보고 겨우 겨우 버티며 살고 있구나. 슬프고

미안했다. 아픈 것도 죄라는 게 와닿은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남편의 말을 듣고 공감했다.

내가 보호자였어도 살고 싶지 않았을 거 같다. 나는 세상 하직하면 그만이지만 남은 사람들은 그 고통을

견뎌야 하고 그리움도 견뎌야 하고 순간순간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다가 하늘나라로 올라올 것인가...

그래도 나는 남은 가족들이 미래를 그리며 살다가 편안히 올라오면 좋겠다. 살면 다 살아지기에.


내가 앞으로 남은 생이 언제까지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거기에 맞춰서 계획적으로 살 텐데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에 기약 없는 약속과 계획들을 세우고 산다. 나 역시도 진단받은 이후 삶에 대한 욕망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그나마 아들 하나 보고 살아야지 살아야지 스스로 채찍질하지만 그마저도 잘 안된다.

인간이란 얼마나 나약한지. 살고자 하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도 행해야 할 것을 잘 행하지 못한다.

하긴 모든 인간이 다 그렇게 산다면 세상엔 범죄도 어떤 문제도 없겠지. 그건 유토피아다.

자기 전에 기도하는 날에는 하느님께 딱 30년만 살게요라고 기도드린다. 그때즈음 되면 부모님은 90세가

넘고 아들도 성인이고 남편은 70세지만 지금처럼 운동하고 관리하고 산다면 정정하겠지 (ㅎㅎㅎ)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좋아하고 힘이 되는 대사가 있다. 오늘도 잠시 셀프 위로를 하며 글을 마친다.

"네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네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옛날 일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암 진단받은 거?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 그냥 주어진 상황에 맞춰서 잘 살면 돼. 어려울 거 없어.

힘들면 계속 넘어져도 괜찮아.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포기만 하지 말자. 아프면 아프다고 계속 어필해도 돼.

가족들이 힘닿는 데까지 지켜줄 거야. 그렇게 믿어. 같이 힘내서 살아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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