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빨리 커주라
남편의 생일을 맞이하여
인천에 있는 파라다이스시티 호텔로 여행을 갔다.
처음 간 곳은 아니라서 익숙하게 체크인하고
입실 전까지 광장에서 놀고 점심 먹고.. 했는데
방 문 따기도 전인데 하루가 끝난 느낌이 들었다.
저번에 쓴 글 중에 아들이 점점 힘들어진다고
썼었는데 어쩜.. 갈수록 심해진다. 통제가 잘 안 되고 원하는 걸 들어줄 때까지 떼쓰는 날이 많아졌다. 그리고 에너자이저라 미친 듯이 뛰 다니는데 나는 환자라 따라갈 수가 없고 그나마 남편이 간신히 따라다니는데 남편도 요새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우린 과연 호캉스를 다녀온 것이 맞을까 후후후...
작년 5월에 괌을 갔다가 급 뼈전이 통증이 와서
하루빨리 돌아온 적이 있다. 남편은 그때가 아쉬워서 올해 다시 도전하고 싶어 했으나 이번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는 올해는 안될 듯싶다고 한다. 아이가 좀 더 커서 말을 어느 정도 듣는 나이가 되면 다시 가자고 한다. 나도 동의했다.
아들의 행태(?)가 심했던 어느 날 나는 한동안 들어가지 않았던 맘카페를 들어갔다. 도와달라는 글도 쓸 겸사겸사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니 거기엔 우리 아들과 똑같은 애들이 널려있었다. 그리고 행동이 모두 같았고 엄마 아빠들이 힘들어하는 부분도 비슷했다. 무엇보다 웃겼던 건 이제 미운 네 살이 아니고 미친 네 살로 불린다는 것이다.
음... 5살도 6살도 미친 5살 미친 6살로 부르던데
눈앞이 캄캄.. 하고 어질어질하다. 그래도 애들마다 다르기에 6살 되니 편해졌어요 이런 댓글도 있다.
이렇게 우리와 같은 힘듦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위안이 되면서 역시 뭐든 버티는 게 답이구나 다시 깨달았다.
2박 3일의 훈련.. 음 아니 여행을 다녀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폐암 환우 단톡방에서 한 분이 돌아가셨다. 비교적 젊은 사람들만 모여있는 방이라 사망 소식은 드물었는데 (이번이 두 번째) 마음이 시렸다. 그 방에서는 버티자 힘내자 이런 긍정적인 말들이 많이 오가는데 오래 버텨서 신약을 노리고 임상을 노리고 5년이 넘어가길 노리고.. 각자 원하는 형태의 건강을 염원한다. 나는 아들이 더 크기를 바라고 내성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아빠가 건강히 오래 살기를 바라고.. 이 모든 것이 '존버'다. 인생은 존버다.
핸드폰으로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존버 중이다. 아들이 잠이 들 때까지...
어쩜 저리 안 자고 굴러다니는지 ㅎㅎㅎ
날씨가 많이 더워졌다. 집 앞 호수에는 연꽃이 피려고 준비 중이다. 아주 무더운 한여름에 피겠지만 빨리 보고 싶다. 오늘 문득 SES의 달리기 가사가 생각이 났다. 끝이 있음을 기약한다.
내 지병도 아빠의 지병도 아들의 성장도 모두 끝이 있고 힘든 시기는 무조건 지나가게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