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은 모르지만 작곡을 하고 싶은 당신에게
저는 취미라기엔 다소 진심으로 작곡을 배우고 있는 사람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나만의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요,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노래방에서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음색도 별로고 고음도 못 냅니다. 그런데도 노래 한 곡 잘 불러보겠다고 코인 노래방에서 플렉스하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맞춤 정장도 있고, 맞춤 식단도 있고, 웬만한 건 다 맞추는 시대에 맞춤 노래는 왜 없을까? 나처럼 노래를 못 하는 사람도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없나? 때마침 트위터를 기웃거리다, 저의 트친의 트친이 한 달짜리 취미 작곡반을 열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렇게 작곡에 입문했습니다. 지금은 유튜브와 원더월 클래스 등을 통해 독학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노래라고' 시리즈에는 작곡을 배우며 고군분투했던 경험을 담았습니다. 저는 현재 한 곡을 완성했으며, 두 번째 곡을 작업 중인 (개썅초보)입니다. 이런 제가 여러분에게 도대체 무슨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도 했습니다만. 작곡 초보자의 입장에서 어떤 것들이 필요했는지,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자세히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정말 기초가 없어서 아주 초보적인 것부터 막혔습니다. 그래서 그런 기초적인 정보가 절실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코드가 뭔지도 몰랐고, 아직도 코드를 다 외우지 못했으며, 박자도 강약중간약 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저 같은 분들이 저 말고도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계시죠?). 저는 돌아 돌아 공부했기에, 이런 번거로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먼저 준비물입니다.
작곡을 하려면 당신의 의지만 있으면 됩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사실 필요한 게 이것저것 많습니다. 장난하냐 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래에서 대안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필요한 장비들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1) 홈레코딩 장비
a) 컴퓨터, b) 작곡 프로그램(DAW), 그리고 c) 마스터 키보드가 필요합니다. 사실 컴퓨터와 작곡 프로그램만 있어도 작업할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마우스와 키패드만으로 일일이 음을 찍다 보면 머지않아 화병이 날 겁니다. 또 초보자 입장에선 건반을 직접 누르면서 코드나 멜로디를 익히는 게 훠어얼씬 효율적입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마스터 키보드를 꼭 사셨으면 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장비는 다음과 같습니다.
노트북은 LG 그램, DAW는 에이블톤 Live 10 standard, 마스터 키보드는 가성비 끝판왕 nextar impact GX 61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오디오 인터페이스도 있으면 좋습니다. 저는 입문자용으로 가장 많이 추천하는 포커스라이트 스칼렛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인페는 사실 당장 없어도 괜찮지만, 악기를 많이 쌓을수록 노트북 오디오 카드만으론 출력 한계가 있습니다. 버퍼링도 걸리고 매우 짜증 납니다. 나중에라도 구입하시면 좋습니다.
Ableton live 10 : 약 549,000원
Nextar impact GX 61 : 약 119,000원
Focusrite scarelett solo studio : 약 250~270,000원
자 이제 아마 여러분들의 머릿속엔 이런 의문이 들 겁니다. 첫 번째입니다.
Q1. 왜 이렇게 비싸죠? 취미로 작곡하려다가 거지되겠습니다...
장비 가격이 좀 사악합니다. 저도 한꺼번에 산 게 아니라 드래곤볼을 모으듯 하나씩 모았습니다.
1) 우선 저는 daw를 사기 전에 아이폰의 garage band 앱을 이용했습니다.
기본 앱이지만 아주 알찹니다. 악기도 제법 많고, 소리도 좋습니다. BPM 설정부터 리버브 등 효과 먹이는 것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밖에서 멜로디가 떠오르거나,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을 때(...) Garage band로 곡 스케치를 합니다. 따로 사용법을 배우지 않아도, garage band의 인터페이스는 직관적이기 때문에 쉽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갑자기 멜로디가 떠오른다 → 나는 아이폰 유저다 + 피아노는 조금 칠 줄 안다 → garage band를 통해 기록해보세요. 나중에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안드로이드는 찾아보니 soundcamp라는 앱이 있네요!)
2) 손가락을 뚱땅거리는 게 답답할 때쯤, 저는 마스터 키보드를 샀습니다.
마스터 키보드는 USB를 통해 노트북과 연결하는데요. 라이트닝 케이블을 사면, 아이폰과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저는 건반이 61개 있는 마스터 키보드를 샀는데요. 이 키보드를 통해, 좀 더 자유롭게 멜로디를 만들고, 코드를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3) 본격적으로 작곡을 배우려 했을 때 에이블톤 라이브 10 스탠다드를 샀습니다.
에이블톤을 산 건 제가 들은 수업이 에이블톤 강좌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에이블톤이 할인해서 정가보다 10만원 정도 싸게 줬던 것 같습니다. 현재 가격을 보니 549,000원 정도 하네요 흑흑...
다른 daw로는 큐베이스, 로직, fl studio 등이 있습니다. 어떤 걸 사용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본인이 배우려고 하는 유튜브/블로그/오프라인 강좌에서 사용하는 걸 따르길 추천드립니다.
4) 마지막으로 산 건 오디오 인터페이스입니다. 오디오 인터페이스만 사도 되지만, 저는 이왕 사는 거 마이크와 헤드셋까지 포함된 세트로 샀습니다. 어차피 홈레코딩하려면 마이크는 필수라 처음부터 제대로 된 걸 사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노트북 내장 마이크로 녹음하면, 소리도 너무 작고 딜레이도 심합니다. 제가 산 모델은 focusrite scarlett solo studio입니다.
Q2. 다 사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데요. 당장 장비를 이용해 공부할 방법은 없나요?
하지만 하나하나씩 산다고 해도 하나하나가 비싼 게 사실입니다. 저도 위의 장비들을 다 갖추는 데 1년 정도 걸렸습니다. 중고로 사는 방법도 있지만, 그래도 가격이 부담스러우시다면 녹음실이나 연습실을 대여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습니다. 스페이스 클라우드 같은 공간 대여 플랫폼에서 녹음실이나 연습실을 빌릴 수 있습니다. 보통 녹음실 컴퓨터에는 DAW도 깔려 있고, 오인페와 마스터 키보드도 다 갖춰져 있거나 추가로 빌릴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단, 녹음실마다 깔려있는 daw가 다르므로 어떤 프로그램이 깔려있는지 먼저 문의하셔야 합니다.
이번 편은 작곡을 하기 위한 준비물들을 간단히 알아보았습니다.
어디까지나 작곡을 막 배우기 시작한 초보자의 입장에서 필요했던 것들을 적었습니다.
이제 막 작곡에 입문하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편은 작곡을 공부할 수 있는 루트/참고한 유튜브 채널 및 사이트에 대해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