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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an 21. 2022

닫힌 문이 열리기까지,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영감이 되는 시간



교문을 담담히 지나게 되면서, 란이는 스스로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섣부른 기대나 희망 따위는 갖지 않는 어른이 된 거라고. 그런데 오늘 문득, 자신 안에 통과하지 못한 교문이 아직 남아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걸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있을까?


아마 엄마가 떠나기 전의 여섯 살로 돌아가는 방법 외에는 없을 것이다. 세상의 어떤 일은 그저 겪음으로써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기도 한다.


창밖의 아이들, 이선주






열일곱의 나는 병원 복도에 서있었다. 진료실이 한눈에 보이면서도 진료실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 긴 의자 여러 개에 제 각각의 사연을 담은 얼굴들이 앉아 있는 곳. 지방 어느 맛집 주인 할머니가 비법 재료를 최초 공개하는 생활 정보 프로가 의미 없이 되풀이되는 큰 텔레비전이 놓여 있는 곳. 나는 의자에 비스듬히 돌아 앉아 굳게 닫힌 진료실 문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거기에 풀리지 않던 문제의 해답이 있기라도 한 듯, 아주 오랫동안 그 문을 바라봤다.


열일곱에서 단 한 뼘도 자라지 못한 게 아닌가. 자정의 도로를 걸으면서 나는 그런 것들을 떠올렸다. 텅 빈 집안에서 식구들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먼지들, 병실의 소독약 냄새, 새벽안개가 낀 지하철 역 플랫폼.


우리는 아무것도 치유하지 못해서 인생의 어떤 순간에서 영원히 자라지 못하고 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 병원 복도로 돌아가 진료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거기에 우리의 해답이 있기를 바라면서 아주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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