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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06. 2022

너른마루 : 소통의 다른 이름, 마루

INTERVIEW


십여 년 전, 당시 마을 주택가는 자연스러운 소통 공간이었다. 누구나 집 대문을 열어 이야기를 나눴고, 아이들은 마을 골목골목을 뛰놀았다. 그러나 마을에서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되고 동 단위 대신 아파트 단지 단위가 익숙해지자 마을의 소통이 사라졌다. 이웃 간 유대관계 역시 서로 옆집 이웃이 누구인지도 모를 정도로 크게 약해졌다. 마을의 크고 작은 화젯거리며 친근한 이웃들, 골목을 제집 마루인 양 달리던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영영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마을 가족들이 창동역 고가 하부, 너른마루에서 다시 만났다. 손님으로 와서 가족으로 떠나는 마을 가족들의 카페 ‘너른마루’의 매니저분들을 만나 공간의 의미와 매력을 소개받았다.





“너른마루는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이기도 하면서, 일반 카페와 다르게 지역과 가까운 공간이 되려 하는 곳입니다. 카페 열 때부터 지금까지 지역 주민분들이 어떤 공간을 원하실까, 어떻게 하면 더 찾아주실까 고민하며 운영해왔고요.”     


너른마루가 있는 창동역 고가 하부는 몇 년 전만 해도 주민들의 발길이 드문 공간이었다. 각종 쓰레기와 어두운 분위기는 ‘흉물’이라는 인식을 낳았고, 활기를 띠어야 할 역 일대는 인적 드문 우범지대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그때, 보다 못한 주민들이 나서 공간과 인식을 바꾸고자 환경 개선을 건의하기 시작했다. 카페 너른마루는 그렇게 주민들의 힘으로부터 탄생했다.     


너른마루는 공간을 구성할 때도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받아들였다. ‘휴식 공간이 되길’, ‘차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문화 활동 공간이 되길’ 등등. 주민들의 바람은 넓은 마루 위 좌식 좌석, 일반 입식 좌석, 때때로 문화 강좌 등이 진행되는 다인용 좌석으로 실현됐다. 너른마루가 생긴 지도 벌써 6년, 주민들은 꾸준히 고가 하부와 너른마루를 즐겨 찾는다. 창동역 고가 하부 공간은 이제 소통이 오가는 따뜻한 공간이 됐다. 나아가 너른마루는 노트북 사용자가 늘었을 때 콘센트를 새로 달고,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 시설물을 재정비하는 등 늘 주민들, 손님들을 첫 번째로 고려하며 운영됐다.



너른마루는 도봉시민회의 활동가와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운영한다. 평균 3년 이상 근무한 매니저 세 분은 모두 너른마루를 여러모로 뜻깊은 공간이라 정의했다. 그중 문세정 매니저는 너른마루가 성장의 공간이라며 가정주부에서 너른마루의 매니저로 성장하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도 굉장히 신기하다고 말했다. 문세정 매니저는 또한, 이 공간에서 성장한 자신의 경험을 널리 나누고 싶다고도 말했다.     


“제가 사실 낯도 많이 가리고, 얼굴 알아보는 것도 힘들어했는데 일을 하다 보니 낯가림이 많이 나아진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제가 너른마루에서 성장한 것처럼, 저희도 지역이나 자기 계발에 관심 있으신 분들께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는 자리가 되어 드리고 싶어요. 강좌를 들으셔도 좋고, 자원봉사를 하셔도 좋아요. 어떤 형태로든 여기 오셨던 분들이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도우려 합니다.”     



너른마루는 꽃꽂이, 펠트, 영어, 캘리그래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중, 생활영어 프로그램에서 특히 뜻깊은 성장 사례가 있었다. 3년 이상 꾸준히 너른마루의 생활영어 프로그램을 수강한 60대, 70대 어르신들이 스터디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어 시험에도 도전한 어르신들은 영어와 더불어 한자 공부까지 자발적으로 이어갔다. 그 어르신들을 보면 기쁘고 반가운 마음이 든다는 조이전 매니저. 조이전 매니저는 ‘나눔 가게 씨감자’ 프로그램을 너른마루의 또 다른 매력으로 소개했다.     


“다음 농사를 위해 남겨놓는 감자를 씨감자라고 하잖아요. 씨감자 종이에 ‘공부로 지친 청소년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드시길.’이라고 적고 선결제를 하고 가시면 그게 저희의 씨감자가 돼요. 다음에 지친 청소년이 오면 맡겨진 음료를 마시고, 종이에 답장을 남겨요. 행복을 나누는 프로그램이에요.”     


조이전 매니저는 경력단절 여성이었다. 너른마루에 나와 일하기 시작한 덕에 커피 공부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에너지를 얻었다고 하는 조이전 매니저의 추천 메뉴는 물론 커피다. 너른마루는 바리스타 워크숍 등을 통해 자격증을 갖춘 직원들이 활동하며,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한다. 커피 외에는 별초로도 불리는 최상급 대추가 들어간 수제 대추차도 추천 메뉴다. 수제 꽃차와 쑥차처럼 다른 곳에서 접하기 어려운 메뉴도 있는데, 그중 꽃차는 너른마루 출신의 활동가가 직접 만들어 납품한다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쑥차 역시 분말 대신 제주도에서 공수한 잎 차를 사용해 정성스럽고 맛도 좋다.



“너른마루의 매니저로 일하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겁내지 않고 계속 시도하면 된다는 걸 알았고, 제가 많이 성장한 걸 느껴요. 남들도 저한테 전보다 좋아 보인다고 하고요. 이곳이 좋은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 아닐까요? 저는 나이 때문에도 그렇고, 새로운 사람 만나기 어려워하는 성격인데 개인적으로 너른마루는 사람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는 곳이었어요.”     


마루는 한옥에서도 외부의 신선한 힘을 집에 들이는 공간, 활력을 더하는 중요한 공간이었다. 조희정 매니저의 말처럼, 너른마루도 외부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남녀노소, 어른부터 시작해서 아이까지, 지역에 있는 모든 사람을 다 포용할 수 있는 ‘마을 가족’들의 신선한 힘은 공간 내외부 정답게 전시된 캘리그래피와 펠트, 꽃꽂이 작품 등에서도 느껴진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매니저 세 분은 손님들께 드리는 감사 말씀과 당부 말씀에 입을 모았다. 강좌를 배우러 오시든, 카페로 찾아오시든, 늘 친절한 마음으로 문을 열어둘 테니 서로서로 정다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창동역 고가 하부의 친절한 마음이 모인 공간, 너른마루의 내일이 앞으로도 몹시 기대된다.






 서유민

사진 김싱싱

인터뷰 정유진 서유민 천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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