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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여니맘 Mar 15. 2023

이 책, 함께 읽어볼까요?

23년 3월 현재 읽는 책들

오늘(3월 14일) 출근길에 두 권의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식물, 국가를 선언하다>-식물이 쓴 지구의 생명체를 위한 최초의 권리 장전'과  '<한눈에 알아보는 우리 나무 3>-차이점을 비교하는 신개념 나무 도감' 이렇게. 며칠 전에도 몇 권의 읽고 싶은 책들을 찜, 일단 장바구니에 담아뒀다. 하루도 쉴 새 없이 수백 권의 책이 쏟아진단다. 그중 용케 눈에 띈 책들이다.


여하간, 이렇게 읽고 싶은 책이 많아 마음 복잡해질 때가 종종이다. 읽고 싶은 만큼 다 읽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한 권 붙잡고 읽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2~3권 혹은 5~6권씩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23년 3월 현재 함께 읽는 책들. 오른쪽 표지 씌운 것은 김훈 <하얼빈>, 그 옆 <노파람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날>은 지난 2월에 읽은 청소년 소설이다.


평소에는 우리 집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책방(내방)에서 읽지만 거실에 엎드려 누워 읽을 때도 많은데, 여러 권을 함께 읽다 보니 여러 권을 들고 옮겨 다니곤 한다. 이렇게 옮겨 간 책을 한권 씩 읽다보면 주변에 나머지 책은 뒹군다. 이미 십수 년째 이러고 있어서 이제는 다들 그러려니 넘기는 눈치인데 예전에는 남편의 잔소리를  많이 들었다.


"한 권 다 읽고 또 읽지. 이렇게 몇 권씩 가지고 다니며 읽어야 해? 가는 데마다 늘어놓고. 하여간!('책 늘어놓는 것은 당신 방(책방)에만 하시지?',예전에는 이렇게 말하곤 했는데 말투가 기분 나쁘다고  했더니 이제는 하지 않는데, 이 말을 참고 있는 것이 느껴질 때가 많다)"


남편이 때때로 이런 잔소리를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책 읽는 맛을 젊은 시절에 잊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도 이처럼 여러 권을 함께 읽어나가는 맛과 재미를 알기도 전에 말이다.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 눈에 띈 몇권을 구입해 이 책 몇장 읽다가 다른 책 몇페이지, 이렇게 읽는다. 그런데 꼭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이렇게 몇권을 함께 읽어나가는 재미 때문이기도 하다.


한 권의 책이 지루해지기도 한다. 특히 한가지를 파고드는 책은 더욱 그렇다. 그럴 때 다소 가벼운 또 다른 책을 읽는다. 혹은 잡다한 것들을 모은 경우 몇 꼭지 읽고 다른 책 몇 꼭지 읽고.... 이렇게 두 권씩, 세 권씩 분야가 다른 책들을 함께 읽어나가면 훨씬 신선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한 권을 붙잡고 읽을 때보다 속도도 붙는다. 그만큼 다 읽지 못하고 놓아버릴 가능성도 줄어든다. 내 경우엔 그렇다. 그래서 여러 권의 책을 함께 읽곤 한다.





<화가가 사랑한 나무들>(오후의 서재 펴냄)


"이모님도 나무 좋아한다고 하셔서 제 책을 사면서 한 권 더 샀어요"


올 1월 중순부터 3월 2일까지 6주 동안 케어한 산모님이 어느날 내밀었다. 나도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 두고 있었다. 살까? 말까? 몇 번 망설였다. 그러다가 또 다른 책들이 장바구니에 추가됐고, 더 끌리는 책들이 있어서 그냥 두고 있었던 터라 반가웠다.


유명한 화가의 그림 101가지 나무에 대한 이야기로 보는 그 나무 그림을 그린 화가에 대한 설명과 함께 나무가 들어간 그림을 소개하는데, 책 양쪽에 걸쳐 있는 그림도 많아 보는 즐거움도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다 불현듯 생각했다.


'이제라도 다시 그림을 그려볼까?'


선물 준 이의 마음이 귀하게 와닿아 일단 모두 읽었다. 하지만 아직 더 보고 싶은 나무 그림들이 있어서 책 더미에 올려두지 않고 가까이에 두고 있다.


엊그제 일요일(3월 12일), 집안 경조사로 예산에 갔다. 대부분의 톨게이트들은 한 바퀴 둥글게 돈 후 직진하면 나오는데, 한 바퀴 둥글게 도는 부분 안쪽에 심어진 나무들을 보는 재미가 남달라 나름 즐기고 있다. 예산 톨케이트 둥글게 도는 부분에 심어진 메타세쿼이아? 낙엽송? 수십 그루를 보며 '우리가 후손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나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 덕분이기도 하다.



<조선미술관>(블랙피쉬 펴냄)

우리가 접하는 조선시대 기록물 대부분은 왕실과 내로라하는 벼슬아치나 학자들이 주인공이다. 한 저작자에 의하면 조선시대 양반 비율은 5% 남짓,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지처럼 스쳐 살다가는 것. 그렇다면 우리가 옛 기록을 통해 만나는 옛날 사람들과 그 삶은 어쩌면 1%도 안된다는 추정은 지나칠까?


역사가 미처 기록하지 못한 옛사람들의 생활을 풍속화와 궁중화로 추정해보는 책이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이 질문과 호기심으로 읽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책이란 표현도 좋겠다.


신윤복 '문종심사'(聞鐘尋寺·18세기 후반~19세기 전반), 종이에 채색, 28.2x35.6㎝, 간송미술관 소장.


'그렇다면 어떤 우환이 있어 여인이 절에 불공을 드리러 가는 걸까? 세 가지 정도로 추측이 가능하다. 첫째, 아이가 생기지 않아 산신에게 아기를 점지해 달라고 산신 기도를 드리러 가는 중이다. 둘째, 집에 병자가 있어 칠성여래에게 병이 낫게 해달라고 칠성 기도를 드리러 가는 중이다. 셋째, 남편이 계속 과거 시험에 떨어져 관세음보살에게 남편의 과거 급제를 이뤄달라고 관음 기도를 드리러 가는 중이다.'- 111쪽.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쳐 읽을 부분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보다 훨씬 섬세하고 흥미로운 부분이 이 책에 워낙 많으니 더더욱. 그런데 며칠 전 일요일 새벽에 이 그림 설명 중 이 부분을 읽으며 저자 프로필을 다시 볼 정도로 특별하게 와닿았다. 우리의 옛 풍습을 폭넓게 알지 못했다면 작가는 그냥 '불공을 드리러 간다' 정도로 썼을지도 모르겠다. 사찰마다 저마다 다른 현판이 달린 전각이 많은 이유는 위에 인용한 부분처럼 옛사람들은 자신의 처지에 맞게 기도했기 때문. 이 작가는 정말 해박한 것이다. 그것도 깊게. 이렇게 생각됐기 때문에 또 다른 어떤 책을 썼을까? 프로필을 다시 읽은 것이다.  


작가는 여인의 옷고름과 옷 색깔부터 그림 속 나무들까지 이야기한다. X자로 그려진 두 그루 나무가 느릅나무라고. 저 멀리 홍살문이 보인다. 홍살문이 있는 절은 왕실 누군가의 영혼을 추모하는 기능을 가진 절로 원찰이라고 부른다. 그림 속 절엔  홍살문 다음으로 일주문이 있었을 것이다. 그 일주문까지 마중도 흔하지 않은데 그보다 훨씬 속세 쪽에 있는 홍살문에서도 한참 걸어 나왔다면 시주를 많이 하는 집안의 며느리 정도 아닐까? 이렇게 작가의 그림 설명에 감동하며 책 읽는 맛을 충족하며 읽는 중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스치듯 봤던 그림들이 많이 나오길, 그래서 올봄 박물관 나들이가 남다를 수 있길 바라며.



<동물의 직업>(현암사 펴냄)

이 제목을 보는 순간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나 구조견을 떠올릴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혹은 의약품이나 화장품 개발 실험에 희생되는 동물 정도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혹은 상수도 시설에서 요긴하게 쓰인다는 물벼룩, 립스틱에 쓰이는 연지벌레, 피부 질환 치료에 쓰이는 거머리,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 사냥을 해온 매를 생각해 내는 사람들도 있겠다.


그런데 훨씬 다양하며 많단다. 이 책 부제는 '개부터 벼룩까지 인간의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동물들의 50가지 이야기'다. 제목대로라면 50가지나 된다는 것.


작고 가벼운 책이라 가방에 넣고 다니며 지하철에서 읽기에 좋다. 요즘 가지고 다니며 읽는 책이다.



<양말 신는 법>(참돌 펴냄)

자주 가는 온라인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 원가 3분의 1 정도인 3800원 더하기 몇백 원에 판매해서 선뜻 구입해 봤다. 양말의 역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맨날 신고 벗으면서. 소소한둣하나 실은 중요한 생필품인데도 말이다.


내용은 역시나 좀 허술하다. 제값 주고 샀다면 돈이 좀 아까울 것. 그런데 4000원을 웃도는 알 것들은 있다.  기원전 양말, 현존하는 양말 중 가장 오래된 양말, 양말 부분 명칭, 양말의 또 다른 활용 등을 즐겁게 읽었다.


2005년에 읽었던 <코파기의 즐거움>을 떠올리게 한 책이다. 한 줄 덧붙이면, 책과 어느 정도 원수진 듯 외면하고 살아갈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을 <양말 신는 법>이다.



<그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포레스트 북스 펴냄)


열흘 전쯤 퇴근길에 다음(Daum) 메인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글 제목을 접했다. 요즘 '노실버존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으로 시작되는 책 홍보 웹툰이었다. 솔직히 그 글을 읽기 전까지 노실버존이란 명칭조차 몰랐다. 여하간 그렇다면 왜? 나이 많은 사람들 출입을 금지하는 식당이나 카페가 많아진다는 것일까?


자신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무조건 반말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꼰대들이나,  "어이, 아가씨!" 종업원을 보고 이 따위로 부르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란다. 솔직히 이해된다.


지하철에서, 일하면서, 동네에서 나이 먹은 사람들의 그리 유쾌하지 못한 짓을 접할 때마다 '나는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선뜻 구입한 책이다. 도움 될 것 같아서.



<정원가의 열두 달>(펜연필독약 펴냄)

"요즘 지하철 어때요? 책 읽을 수 있어요? 이 책 들고 다니며 읽으시면 왜, 화분(식물)이나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은 혹시 집을 며칠씩 비워 물을 못줘 말라 죽이면 어떡하나? 그래서 긴 여행도 못한다잖아요.  잠깐 둘러보러 갔다가 풀 뽑는다고 몇 시간씩 매달리기도 하고. 정원을 가꾸며 설레고, 집착하고, 자랑하고 싶어 마음앓이하고... 그런 것들을 재미있게 쓴 책이거든요. 우리 엄마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고요"


지난 2월에 케어한 산모가 이렇게 말하며 이 책을 빌려주고 싶어했다. 스스로. 이런 말과 함께.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권해준 그이의 책 읽기에 믿음이 가서, 그래서 내 책으로 구입해 읽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을 언젠가 봤으나 장바구니에 담지 않았었다. 썩 끌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구입한 것은 권해준 이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이 책은 가지고 다니며 읽기 좋은 책으로 소개한 <동물의 직업>처럼 작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일이 많아지면서 선호하게 된 책이 있다. 작고 가벼운 책들이다. 이 책도 작고 가볍다. 책을 권해준 이도 나처럼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란, 당연히 그만큼 책 좋아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형제가 썼다. 한 사람은 글 쓰고 한 사람은 그림을 그렸다. 체코인들로 기억한다. 표현이 유머스럽다.



<나쁜 씨앗들>(돌배나무 펴냄)

시골에서 나고 자랐다. 어린 시절, 엄마 심부름으로 밭에 가서 늙은 호박을 따오거나, 깻잎을 따 집에 돌아와 보면 어느새 달라붙어 있는 도깨비바늘이나 우슬과 같은 풀씨들 때문에 투덜대곤 했었다. 떼어내기 귀찮아서다. 그래서 그렇게 조심하는데 붙었기 때문이다.


식물들은 종 보존과 번식을 위해 다양한 모양과 성질의 씨앗들을 준비했다. 도깨비바늘처럼 척 들러붙는 씨앗도 있고 신발에 묻어 이동하기 좋게 진화한 씨앗도 있다. 혹은 동물 몸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와야 발아에 유리하게 발달한 씨앗도 있다. 그 씨앗들에 관한 책이다. 사실 이 책은 기대가 컸다. 그런데 조금 아쉽다. 작가가 외국인이라 문화적 생태적 간극이 느껴지기도 해서,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좀 있어서다. 그래도 식물을 식물의 씨앗 측면에서 살필 수 있는 나름의 맛을 느끼며 읽는 책이다.



<이강의 호시절>(북드림 펴냄)


내용에 끌려 사는 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책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혹은 예쁘거나 해서 사는 책도 있다. 이 책은 표지 때문에 한눈에 꽂힌 책이다.


표지를 보는 순간 어렸을 때 흔히 보던 색동 이불과 커다란 꽃이 그려진 이불, 엄마가 수놓았다는 베갯잇, 동네 아줌마들끼리 계를 들어 장만한 반닫이와 자개 서랍장 등 어렸을 때 보고 자랐던 우리 집 살림살이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움과 함께.  


"할머니의 열무김치찌개는 젓가락이 가다가 되돌아올 것같이 맛대가리는 없어 보이지만 냄새는 사람의 애간장을 녹일 만큼 군침 돌게 한다. 이리저리 뒤적거려 봐도 돼지고기나 멸치 대가리 한쪽이 없는데도 끝장나게 맛있는 열무김치찌개는 저녁 시간을 알리는 할머니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272쪽에서.


지난주 수요일에 왔다. 아직 많이 읽지는 못했다. 5편 정도 읽었다. 그래서 이 정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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