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군생활.
교복을 벗어 던지자마자 군복이 입혀졌다. 그토록 바라던 스물이 되었지만, 그동안 하고픈 것들을 꾹꾹 누른 채 입대를 결정한 것이다. 훈련소를 거치고 자대에 오니 선임, 동기 그리고 후임까지도 나보다 나이가 많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이란 숫자에 불과할 뿐, 계급이 바깥사회에서의 나이를 대신한다. 그리고 그 계급은 내 이름 앞자리를 꿰차고 앉아 이름보다 먼저 불린다. 웃음과 함께 '안녕하세요'로 시작하던 인사는 절도 있는 모습과 함께 '필승'이 되었고 자유롭던 나의 시간 관리는 군 일정에 맞추어 움직이게 된다. 그 외에도 모든 행동엔 상관의 허락이 따라야 하며 어긋함이 없어야 한다. 이런 수많은 제약 속에서도 대부분 이들이 군 생활에 잘 적응한다. 이를 통해 사람은 적응에 굉장히 뛰어나다는 것과 적응이라는 것이 이렇게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큰 야망과 꿈을 가지고 그것들을 펼쳐나기기 위해 뭐든지 도전하려는 20대가 가장 폐쇄적인 집단에서 수동적이고 현실적인 계급사회에 적응한다는 것은 청춘의 심장을 빼앗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심장을 빼앗긴 청춘의 모습은 처참하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가슴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아니라 다들 미래를 걱정하고 두려워하며 한숨만 내쉰다. 그리고 모든 행동이 계산적으로 이루어지는 머리가 인생을 지배하는 삶이 되었다. 이런 사람들 속에서 나다움을 잃지 않고 내가 가신 소신과 열정을 지켜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나 또한 변할 수 있겠단 무서운 생각에.
심장은 빼앗기더라도 심장박동은 내가 제어한다. 그리고 온전히 나의 심장이 되는 날, 나만의 박자에 맞추어 미친 듯이 심장박동을 울리리라. 이것이 진정 삶이고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빌딩과 돈을 소유하고 엄청난 명예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다운 모습을 인생 전반에 녹여내는 삶.
군 생활을 어떻게 나답게 녹여 낼 수 있을까? 나에게 많은 걸 앗아갔지만 바쁜 패턴의 삶에서 벗어나 새로이 내 생각들을 정리하게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해준 것이 군 생활이기도 하다. 어떤 사건이든 불운이든 역할이 있기에 찾아온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그럼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이후 날아오를 나의 미래를 위해 날개를 단단히 만드는 것이 나답게 녹여내는 것이지 않을까.
지금 당장 날아오르지 못함에 슬퍼하지 말자. 이곳을 떠나면 그동안 키워온 날개를 펼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