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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금술사 Mar 02. 2016

여행하는 두 번째로 아름다운 방법

 시간과 돈 그리고 건강 문제로 여행을 주저하는 당신께 바칩니다.


아, 여행 가고 싶다


우리는 태어난 장소에서 멀지 않은 반경 내의 구역에서 대부분의 일생을 살아갑니다.

자아마다 부여받은 신체는 물리적으로는 한 날 한 시 한 공간에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좁은 공간 내에서 반복되는 일상을 꾸리기 마련입니다.

집과 학교, 집과 일터를 왕복하며 하루가 채워집니다.


늘 같은 곳에 있는 길거리, 건물,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익혀집니다. 이들의 냄새와 소리도 몸이 기억합니다.  

낯선 것은 적어지고  익숙해집니다.  편안해집니다.


편안함은 곧 지루함을 부르기도 합니다.

돌아갈 집이 있다는 안정감과 익숙한 동네 안이라는 소속감이 이따금 권태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과 공부, 놀이도 거의 같은 패턴을 반복합니다. 사회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 내게 주어진 역할과 부담, 사사로운 선택의 연속에서 고민하는 내 모습, 어제 느낀 것과 비슷한 감정 등은 사실 새로울 것이 없죠.


드라마로 비유하면, 일생동안 계속되는 100년분에 가까운 분량의 일일 연속극 주인공을 쉬지 않고 연기해 내는 것입니다. 가족이 원하는 나의 역할,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이 극본을 씁니다. 대본을 무시한 채, 속삭이듯 들려오는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솔직한 애드리브로 연기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급하게 수정된 쪽대본이든, 말없는 '행인 3'에 불과하든 극본대로 연기하는 것만 해도 벅찹니다. 이 세상의 드라마 70억 편이 그렇게 방영 중입니다.  

반복되는 드라마 배경과 사건들을 벗어나 새로운 드라마에 카메오로 출연할 기회들을 스스로 만들기도 합니다. 여행입니다. 짧으면 하루, 길면 일주일 정도 내 드라마를 결방시키고 낯선 사람과 풍경으로 가득한 극본 집필을 직접 시작합니다.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돌아와야 할 일정이지만 여행지에서만큼은 내가 극본을 쓰고 감독을 하며 연기까지 다 합니다. 일정과 예산 외에는 나를 억압할 그 무엇도 없습니다. 마음이 이끄는 곳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습니다. 내 연속 드라마에서는 본 적 없던 감성과 생각들이 이 특집 드라마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나'라는 역할의 주인공을 맡기 이전에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죠. 무리해서 설명하지 않아도 여행 그 자체가 주는 설렘과 짜릿한 일탈의 기분을 많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여행을 우리는 왜 그토록 바라는만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아무렇게나 정한 계획만큼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것일까요. 세가지만 뽑아 보았습니다.


첫째는 입니다.

여행 갈 돈이 없다는 것은 사실 두 가지로 해석됩니다.

1. 돈이 있긴 있지만 여행에 쓸만한 돈은 없다.

2. 돈이 진짜로 하나도 없다.

어느 쪽이라도 여행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신경 쓰이고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어디를 가든 며칠을 가든 교통비와 숙박비만 계산해도 벌써 큰  돈입니다. 여행정보를 찾다가 비싼 가격이 나가는 훨씬 좋아 보이는 선택지들을 알게 된 우리는(어차피 내 비행기와 호텔은 정해져 있지만, 호화스러워 보이는 5성급 호텔이나 한 번쯤 누워보고 싶은 비즈니스 좌석을 검색해 보며) 역시 돈이 많고 보아야 한다는 씁쓸한 결론을 내기도 합니다.  


둘째는 시간입니다.

돈은  많은 데 갈 시간이 없는 사람들, 내 시간은 되지만 친구들 일정과 가족 문제로 선뜻 떠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 여행은 여행하는 기간뿐만이 아니라 이를 준비하고(가장 싼 항공권 손 품 팔기, 여행정보 검색, 만료된 여권 다시 만들기, 환전하기 등) 떠나는 과정(집에서 공항까지 가기, 비행시간, 환승시 공항 대기시간 등)에서 생각보다 많은 부가 시간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셋째는 건강입니다.

젊고 튼튼한 분들은 공감하시기 어렵겠지만 돈과 시간이 충분해도 마음껏 여행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몸이 불편하시거나 병원에서 장기적 치료가 필요한 분들은 사실 여행은 둘째치고 두발로 직접 걸어서 집으로 먼저 가고 싶어 하실 것입니다.


이처럼 여행을 가지 못할 이유도 가야 할 이유만큼 많습니다.  


하지만 돈이 없다는 이유로, 남들보다 더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한 드라마의 주연만 평생 맡게 내버려두는 것은 너무 가혹합니다. 그 사람의 시야를 좁은 실내 촬영장 내부에만 가두어 두면 그는 그 공간의 언어와 공식만을 바탕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형성할 것입니다. 스스로도 갑갑해지고 그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답답해하는 순간들이 옵니다. 더 넓은 세계를 늦게 알게 될수록 지난 세월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제곱으로 커질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분들이 더욱 많아질 겁니다. 현대의학은 멋대로 내 드라마 연장방송을 결정했으니까요.



꽤 멋진 대안, 하지만..


인간의 한계는 기술의 발전에 의해 조금씩 극복되어 왔습니다. 전화의 발명으로 내 신체로부터 울려나온 목소리가 여기 이곳과 거기 그곳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무선인터넷과 스마트기기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며 지구 반 바퀴만큼 동떨어진 거리의 두 사람이 마치 옆에 앉아 있듯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은 내가 속한 물리적 현실을 초월해 전혀 다른 현실을 보여주거나 기존 현실에 덧입혀 보여주는 혁신적인 기술입니다.  IT기술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으신 분들은 Facebook이 재작년 가상현실 기기 업체인 Oculus를 23억 달러에 인수하고 삼성과 긴밀히 협업을 하고 있는 것도 알고 계실 것입니다. MicroSoft사가 올 3월 말 개발자 대상으로 3000달러에 우선 출시 예정인 HoloLense도 관련 영상을 보면 'Wow'가 절로 나옵니다. https://youtu.be/NwY-6 sQDYnk? t=2 m15 s


이런 가상현실 기기들을 얼굴에 착용하고 다른 나라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다면 비싼 비용을 치르지 않고 시간을 내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그와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찮으신 분들도 편히 누워 하얀색 병원 천장이 아닌 낯선 도시를 관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기술이 좋아지면서 기기 몸체는 점차 가벼워지고 더 저렴해질 것입니다. 더 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져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입니다. 도시뿐만이 아니라 게임, 스포츠, 비즈니스, 교육, 의학, 군사, 건축 등 많은 분야에서 활용될  것입니다. 많은 IT전문가들이 스마트폰 이후의 차세대 플랫폼으로 VRAR을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세계의 영역이 무한으로 넓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잠시만요, 이 사진을 한 번 보실까요?


source::www.facebook.com/zuck


지난 2월 2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개막 전 열린 갤럭시 S7공개 행사 때 찍힌 화제가 된 사진입니다. 행사에 참여한 관중들은 각자의 자리에 놓인 삼성전자의 Gear VR 제품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그 옆으로는 Facebook 창업자인 Mark Zuckerberg가 깜짝 등장을 위해 여유롭게 걸어가고 있군요. 하지만 VR기기를 쓴 사람들은 요리조리 두리번거려도 Mark가 자신들 옆을 지나가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합니다.

이 사진이 Mark의 Facebook피드에 올라오자 다양한 반응들이 있었습니다. 최첨단 미래기술에 대한 풍자라는 반응도 있었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두렵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얼굴 절반을 덮는 기기에 몰입한 사람들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트위터 글도 이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얼굴에 고글 형태로 착용하는 HMD(Head Mounted Display) 형 가상현실 제품을 체험하는 모습을 제삼자가 보기엔 썩 자연스러워 보이진 않습니다. 남에게 내색하지 않고 사색과 상상을 통해 나의 세계를 건설할 수 있었던 때보다는 티가 팍팍 납니다. 자신이 착용할 때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남이 기기를 착용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두발을 딛고 있는 실제 현실을 놓아버리고 나만의 황홀한 세계에 빠져 유영하는 듯한 모습에서 거부감이 약간 느껴지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느라 어딜 가나 고개를 푹 숙인 사람들의 모습에 익숙해졌듯이 얼굴 절반을 가린 사람들의 모습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러워 보일까요?


저는 또 다른 것이 보였습니다. 저들은(*HMD형 제품을 쓰고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불특정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이지 사진 속 인물들만을 타깃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상의 아름다운 현실을 '각자' 즐기고 있습니다. 현실 세계와 단절되어 Mark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점보다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앞뒤 양옆으로 뺵빽히 앉은 사람들 간에 관계에도 현실의 단절이 생기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들이 보는 영상이 설사 같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철저히 격리되어 혼자서 낯선 세상에 몰입되어 있는 것입니다.


얼굴을 마주하고도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일을 보느라 대강으로 눈을 마주치고 대강으로 듣고 대강으로 말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익숙합니다. 이젠 아예 기기를 얼굴에 밀착시켜 나의 시선주의를 심지어 나의 정신독점하려고 합니다. 그나마 스마트폰은 4인치 내외의 화면으로부터 눈을 떼고 고개만 살짝 들어 올리면 현실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사람 간에 시선이 닿았고 대화가 이어져 갔습니다. HMD는 기기를 벗어던지지 않는 한 내 고개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세상을 끈질기도록 책임져 보여줍니다. 가상의 현실에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효과적으로 몰입시켰고 실상의 현실은 기기를 경계로 완벽히 차단되었습니다.   




SO WHAT?


제 고민은 이겁니다.

인간이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여 경험을 무한대로 확장시키도록 돕는 가상현실을 활용하되, 좀 더 인간친화적이고 자연스러운 방식은 없을까. 모두가 HMD에 몰두할 때 생각지도 못한 다른 방향의 접근은 없을까.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가상, 증강현실 플랫폼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소개합니다.

인터버스텔라입니다.

인터버스텔라[InterBustellar]는 성간 이동을 뜻하는 'Interstellar'와 대중교통수단인 'Bus'를 합성해 만든  프로젝트명입니다. 우리가 늘 이용하는 버스를 타고 도시 간, 국가 간, 대륙간, 성간.. 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잘 모르시겠죠? 제 손을 잡고 한 걸음씩  따라와보시면서 상상해 보세요.


1. 인터버스텔라 전용터미널에서 자신이 가고 싶은 나라의 도시를 가는 버스에 탑승한다. 스위스를 가보자!

2. 가족, 연인, 친구들과 원하는 자리에 앉고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린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바깥 날씨가 유난히 맑다)

3. 버스가 출발하면서 버스 내부의 좌우, 전후의 유리창을 대신해서 설치된 UHD 디스플레이로부터 스위스 속 거리 모습이 영상으로 재생된다. (영상인지 유리창 너머의 풍경인지 구분이 안 된다)

4. 버스가 좌회전을 하면 영상 속에서도 좌측으로 길이 틀어져가고, 버스가 빨간불에 서면 영상 속에서도 멈춘 차량 외부로 보일 풍경이 보인다. (영상 속 스위스인들은 출근길인지 걸음을 재촉하고 스위스의 찬 봄바람에 나뭇잎은 세차게 흔들거린다)

5. 정해진 코스를 다 돌고 버스는 한 시간만에 터미널로 돌아온다. 버스에서 내려 일상으로 복귀한다.


제가 만족할만한 수준이자 핵심은 이겁니다.


버스 바퀴가 실제로 밟고 지나가는 도로의 흐름은
승객이 시청하고 있는 영상 속 도시의 길거리 흐름과 실시간으로 연동되어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마치 그 나라의 투어버스를 타고
유리창 너머의 풍경을 보는 듯한 사실적이고 상호적인 경험을 주는 것!

벌써부터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보이는 분들도 계시고, 어마어마한 파급력과 확장성이 읽히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저는 단언컨대, 이 서비스가  머지않은 미래에 세상에 나와 사람들의 여행하는 방식을 바꾸고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경험을 하며 그들의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무엇이 다른가?


몇몇 분들께서는 제가 이 이야기를 전해 드리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굳이??"

"그냥 오큘러스(*Facebook이 인수한 HMD 제품) 쓰고 보면 되지! 뭐하러 버스를 타, 가짠거 아는 거는 똑같은데.."


HMD형 제품과 비교해 볼 때 인터버스텔라만이 갖는 효용이 뭐가 있을까요?


첫째, 어떠한 기기 착용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HMD 제품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인지부조화가 유발하는 어지럼증이 많이 줄었다고는 합니다만은 사실 몰입감이 높은 콘텐츠를 장시간 착용한 채 보게 되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머리가 작은 아이들이 착용하려면 별도의 사이즈가 필요하며 시력도 걱정이 됩니다. 최첨단 기계에 낯선 어르신분들께 HMD기기를 씌워드리는 모양새도 영 이상합니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건강한 성인이라도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인터버스텔라는 신체에 아무런 기기도 걸치지 않고 우리 인간의 본연 모습 그대로(물론 옷은 입구요) 버스에 올라 바깥 경치를 감상합니다. 사람 수만큼의 기기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여든이 넘으신 할아버님, 할머님, 돌 맞은 조카, 3살 된 애완견까지 친숙한 버스에만 오르면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둘째, 함께 다 같이 즐깁니다.

앞의 관중들의 사진에서 제가 주목한 것처럼 HMD는 철저한 개인용 기기입니다. 추후에 콘텐츠가 발전되면 동일한 가상현실 속으로 입장해 다수가 만나는 상황을 어느 정도 예상해 볼 순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기기를 각자 내 얼굴에 쓰고 내가 원하는 영상을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일본 여행을 원하는 한 4인 가족이 있습니다.

보기 1번
HMD기기 4대를 각자 착용하게 하고 자리에 앉아 VR 콘텐츠 일본 여행 교토 편을 재생해 보게 하는 것 (동일한 경험을 따로 즐김)
보기 2번
 4인 식구가 함께 교토행 버스에 올라 길거리를 운행하며 창문 너머 같은 것을 가리키며 바라보고 서로의 행복한 표정을 확인하며 사진을 찍는 것 (동일한 경험 속에 함께 존재하며 다 같이 즐김)


여러분은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여행은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그 순간을 공유하고 서로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을 때 더욱 즐겁고 신이 납니다.  HMD로 당신이 어디를 가든 친구가 찍어준 사진 속 당신의 모습은 똑같습니다.


셋째, '차원'이 다른 현장감, 사실감을 제공합니다.

HMD를 착용한 친구를 바라본 적이 있으신가요. 약속이나 한 듯 고개는 좌우, 위아래로  두리번거리고 팔을 앞으로 뻗친 상태에서 손으로 허공을 훑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기기 속 가상현실에서는 눈을 떴지만 두발을 디디고 서 있는 현실세계에서는 눈을 감은 것과 같습니다.(VR에 한함) HMD를 착용하면 가만히 앉거나 누워서 보든지, 장애물이 없는 넓은 공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인터버스텔라 역시 3D 현실을 보여준다는 면에서는 동일하지만 가상현실을 경험하는 자아와 신체가 온전히 나의 제어 아래 있습니다. 버스의 바퀴가 아스팔트 도로 위를 굴러가며 만들어내는 소음이나 진동, 움직임 같은 물리적 법칙들을 체감합니다. 몸이 기억하는 실생활의 관성의 법칙, 작용과 반작용, 평형감각 등이 더욱 생생하고 사실적인 경험을 완성시켜 줍니다. 저는 감히 인터버스텔라를 궁극의 5D(5차원) 플랫폼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3D 실사 영상 + 움직임, 진동, 돌비 서라운드 사운드 + 시간의 흐름-실제 차량이 움직임)


인터버스텔라를 부각하다 보니 HMD의 단점이 강조된 측면이 있습니다. 저는 HMD의 효용성이나 성장성에 대해 비관적인 것이 결코 아닙니다. HMD도 퍼스널 가상현실 체험기기(Personal VR Device)라는 특색을 분명히 가지고 있고 게임처럼 HMD로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올해를 기점으로 HoloLense를 비롯한 보다 대중성 있는 가상, 증강현실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고 합니다. HMD자체가 가지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가상현실을 경험할 다른 방식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인터버스텔라를 제시한 것입니다. 인터버스텔라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에 없던 여러 산업이 융합되는 카테고리를 만들어내는 서비스인 만큼 문제점과 과제도 많습니다.  

1. 버스 각 자리의 위치에 따라 보이는 디스플레이 영상이 달라져야 함
(LightField Display 기술 활용 고려)

2. 예측이 어려운 실제 도로의 교통상황과 싱크로 하는 문제

3. 길거리 영상 콘텐츠를 제작
(360도 촬영 카메라로 동화상을 촬영, 정교한 스티칭 작업 필요, 사운드 채집, 촬영된 영상 속 시민들 초상권, 프라이버시권 보호)

4. 전례가 없던 서비스이므로 정부 규제/관련법 개정/관련 산업계 반응 이슈
(꼭 한국시장일 필요는 없음, 여행업, 각 국 관광청, 항공업계와 상생 가능성 모색)

5. 대기업의 견제 (순화된 표현)

6. 프로토타입(시제품) 제작
(우선, 통제 가능한 전용 코스를 건설해 정해진 속도로 단독 운행)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전부


버스만 탈 필요 있나요? 한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센 강의 반짝거림을 느껴보아요. 청량리에서 열차를 타고 유럽 5개국을 건너 다녀 볼까요?  남산의 케이블카를 타고 호주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를  내려다보시죠.


다른 나라, 도시에만 그칠 것이 아닙니다. 과거 로마시대, 조선시대, 공룡시대로 돌아가 버스를 타고 다녀봐요.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기 위해 인체 혈관 속, 우주, 심해저, 고래 뱃속을 보여줍시다. 해외 K-POP팬들을 위해 가수들의 콘서트 공연장 내부를 달리며 버스에서 관람하는 건 어떨까요? 잦은 교전이 벌어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지역으로 달려가 세계시민에게 평화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평양 정기노선을 만들고 싶어요. 낯설게만 느껴지는 북한의 일상을 많은 젊은이들에게 보여주어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도록 돕고 싶어요.  평양노선버스에 설치한 디스플레이를 떼어내어도 될 날을 평화적으로 앞당길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그려내는 수준만큼의 퀄리티가 나온다면 가장 먼저 태우러 가고 싶은 분들이 계십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아병동에서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고 있을 선천적 질병, 난치병으로 투병 중인 아이들을 태우고 싶습니다. 차가운 회색 벽 바깥의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꿈을 갖게 해주고 싶습니다. 꿈이 생기면 끔찍한 주사가 조금은 견딜만하지 않을까요.


또 가족이 없거나 사회적으로 소외되신 어르신분들을 꼭 모시고 싶습니다. 자기 삶에 대한 연민과 후회로 고독한 분들께 눈을 감으시는 마지막 순간에 떠올리실 수 있는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드리는 겁니다.

"그래도 그 청년 덕에 버슨지 뭔지 타고 구경 한번 잘하다가네.."하면서요.

수십 년을 열심히 사신 분들의 쓸쓸하고 허무한 마지막 순간들에 가슴이 너무 아팠었습니다.



버스는 부릉부릉


실컷 적었지만 많은 분들께 저 혼자만의 공상에 가까운 이야기로 들리실 줄 압니다.

작년 초가을, 핵심이 되는 디스플레이 기술과 관련해 모대학 공대 교수님을 찾아뵈어 상담을 드렸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아직 상업화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며 불가능하다고 못 박으셨습니다. 저도 간단하게 가까운 시간 안에 될 일이었으면 여기에 적지도 않았고 애초에 그런 제품과 서비스에는 체질적으로 관심이 가질 않습니다.

다만, 상상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확신했습니다. 인터버스텔라가 우리 주변을 돌아다닐 일은 시간이 걸릴 뿐이란 걸.


저와 함께 자유롭게 고민하고 꿈에 근접해 갈 분들을 찾고 있습니다.  

제 이야기를 읽으시고 피드백 주실만한 내용이 있으시다면 아래 이메일이나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이지수 jsle27@gmail.com

혹은 이 주제에 관심 있어 하실만한 분들께 글을 공유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세상 물정 한참 모르는 친구의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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