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오빠에게

25년 전의 나의 '최애'오빠에게

by 최안나

안녕하세요. 시국도 어수선한데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저는 오빠가 데뷔했던 세기말의 오래된 팬입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방에 포스터 붙여놓던 ‘찐팬’이었습니다.


국회 앞에 자유의 가치를 위해 10대, 20대, 30대 여성들이, 특히 그중 많은 분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응원봉을 들고 나와 흔들고 있는 모습을 봤어요. 그들에 대한 사회문화적 분석 기사까지 나오고 있잖아요. 그들에게는 응원봉이 깃발이라고, 같은 대상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라고(물론 지금은 심지어 서로 다른 팬덤끼리도 연대하고 있지만요!). 그리고 좋아하는 대상을 내세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주 순수하게 누군가를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그들이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나타난 행위라고요.


누군가를 정말 순수하게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게 어떤 느낌이었더라. 행복을 지켜줘야 할 것 만 같은 대상이 누구였더라. 나한테도 그런 게 있었나. 생각하다 보니 꽤 오랜 시간 잊고 있었던 ‘내가 좋아했던 오빠들’이 누구였는지 떠올랐어요. 네. 오빠들. 그리고 그 중 ‘최애’는 오빠여서 일단 오빠한테 말하고 싶었어요.


유투브에 오빠들 이름을 넣어서 데뷔곡부터 영상을 봤어요. 다른 1세대 아이돌이 대다수 그렇듯 이런 저런 일이 있었고 저도 그 와중에 마음이 멀어져서 잊고있었는데 아직도 가사를 기억하고 있었던 몇 곡을 듣다 보니



그 때 기분들이 되살아나더라고요. 아마 나이 들면서 ‘철딱서니 없어’ 보여서 봉인해 왔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때는 오빠가, 오빠들이 전부였네요. 그냥 그렇게밖에 표현이 안 되는 그런 순간들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어왔을 거예요.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건 다른 말로 설명되지 않는, 그냥 ‘좋아한다’는 말의 의미 그 자체였어요.


오빠. 잘 지내고있는 것처럼 보이긴 하는데 계속 오빠가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오빠들은 제가 그 시절의 다른 대부분의 기억들은 거의 다 잊어버렸어도, 노래 어느 부분에서 어떤 안무를 하는지는 기억하는, 그런 존재이고 아마 잊어버리고 있었을 때도 제 일부에 포함되어 있었을 거예요.


지난 시절 생각하면서 ‘그런 일도 있었지’, ‘앞으로도 오빠가 잘 지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평화가 어쩌면 깨질 뻔한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지금 이 순간 각자의 ‘오빠들’을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이 주는 작고 큰 행복이 지켜질 수 있기를, 그리고 이렇게 저처럼 한 25년 정도 지나서 문득 떠올라서, 자유로웠던 그 시간을 여전히 자유로운 미래에서 추억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잘 지내세요 오빠. 우리 모두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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