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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안나 Mar 14. 2022

외국어로 아재 개그하다가 실패한 이야기

국제결혼 해외 생활 이야기7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저녁을 준비하면서 냉장고에서 재료들을 꺼내고 있었다.

생강이 필요했는데 냉장고에 항상 구비해두는 생강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남편을 보면서 '생강이 없네'라고, 일본어로 '쇼-가 나이'라고 말했다.


생강이 없어

生姜ない(쇼-가 나이)


그러다 문득 '쇼-가나이'와 발음이 같은 단어가 머리 속에 떠올랐다.

그건 바로 '어쩔 수 없다'라는 의미의 '仕様がない(쇼-가 나이)'였다.


나는 바로 남편한테 '쇼-가 나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내 예상과 다르게 남편은 크게 웃지 않았다.

개그를 쳤는데 웃지 않는다니.

못 알아들었나 싶어서 다시 한번 말한다.


어쩔 수 없네

仕様がない(쇼-가 나이)




그래도 별 반응이 없어서 나는 자기의 개그를 다시 한번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생강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고!"

生姜ないから仕様がないよ!

쇼-가 나이카라 쇼-가 나이요!


"그거 지금 개그라고 하는 거야?"

"응! 지금 처음 알았어! 둘 다 같은 발음이잖아!"

"처음 알았어?"


그렇다.

이걸 나는 지금 처음 알았는데, 마치 어린아이가 이미 세상 어른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처음 알고 자기만 아는 건 줄 아는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말할 때와 똑같은 감정으로 말한 것이다. 너 이거 몰랐지? 라는 식으로.


생강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는 건 아재 개그 중에서도 가장 초급 난이도였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일본에 산 지 10년이 안 되었을 때였으니 아마 일본어 경험치로만 치면 열 살짜리 아이와 같았을거다.


남편한테 한 아재 개그는 그 순간은 실패했지만 나중에 생각하니 그 상황이 웃겼는지 다음날 회사 사람들한테 이 에피소드를 말하고 말았다고 한다.


'와이프가 처음으로 외국어로 아재 개그를 쳤는데, 아니, 세기의 대 발견을 한 것처럼 눈을 반짝거리면서 그러더라'  


나는 흔해빠진 아재 개그를 새기의 대 발견을 한 것처럼 눈을 반짝거리면서 하는 일본 생활 어린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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