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3.3세라고 한다. 절대 짧다고는 할 수 없는 시간이다. 게다가 최근엔 70대에도 활발하게 삶을 향유하는 어르신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있다는데, 단순히 수명만 길어지고 있는 게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는 기간도 함께 길어지고 있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경제력만 충분하다면, 예전에 비해 행복한 노년생활을 길게 보낼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이 갖춰지고 있는 듯하다.
그에 비해 한국인의 평균 퇴직 연령은 2023년 기준 49.3세라고 한다. 50이 채 되지 않는다. 퇴직 이후 삶이 무려 34년이 남아있는 것이다. 50세 즈음에, 34년의 여생을 넉넉히 보낼 자금이 확보되어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그 말은, 대부분 준비가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자발적으로 퇴직을 한다는 뜻이다. 남은 기간을 생각하면 경제활동을 멈출 수 있을 리 없다. 어떤 식으로는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50세가 될 때까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한 직장을 떠나 새로 찾은 직장이, 더 좋은 금전적 조건을 갖추고 있기란 쉽지 않다. 더 낮은 수준의 대우를 받으며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직장인이 아닌 사업자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언제까지나 사업이 번창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시기나 금액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원치 않는 시기에 준비가 덜 된 채로 경제활동이 끝나버릴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비를 해야 한다. 경제활동을 하는 동안 수입의 일부를 미래로 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래야 50세가 넘어 뒤늦게 새로운 직장을 구하고 적은 급여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을 면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이 작업은 불가능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빨라야 20대 중반, 보통은 30세 전후가 되어야 경제활동을 시작한다. 현명하게도 경제활동을 시작하자마자 미래의 자신에게 수입을 보내기로 결심한다고 하더라도, 50세에 퇴직하게 된다면 주어진 시간은 20년 남짓이다. 20년간 벌어들인 소득의 일부를 떼어서 34년의 생활을 준비해야 한다. 더군다나 취업 초기에는 급여가 낮다. 생활하기에도 넉넉지 않은 급여를 아끼고 아껴 주거, 결혼을 해결하기에도 벅찬데 미래로 보낸다는 선택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다행히 퇴직이 조금 늦어진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300번 남짓한 월급을 받는 것으로 경제활동을 마무리하게 된다. 단순화하면, 300번의 월급으로 은퇴 이후의 삶 30년을 대비해야 한다.
더 단순하게 계산해 보면, 10번의 월급으로 은퇴 이후 1년을 살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10개월치 월급으로 현재의 삶 1년을 살아보라고 해도 기함할 판에 은퇴 이후까지 대비하라니,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비를 해야 한다. 대비하지 않으면 힘든 시기가 찾아올 것은 자명하므로. 그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답은 '투자'에 있다.
지금의 100만 원을 100만 원 그대로 미래로 보내선 승산이 없다. 하지만 미래로 보낼 자금을 적절한 자산으로 바꿔서 보낸다면, 그리고 그 자산이 시간을 자양분 삼아 꾸준히 불어난다면?
가장 접근성이 좋은 투자자산인 주식,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ETF인 S&P500의 최근 2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9퍼센트 내외이다. 100만 원을 S&P500 ETF에 투자하여 20년간 연간 수익률 9퍼센트를 얻는다면, 이 100만 원은 약 560만 원이 된다. 무려 5.6배의 금액이 되는 것이다.
9퍼센트의 수익이 누적되어 5.6배를 만드는 이 기적, 이것이 바로 '복리'이다.
복리의 힘을 잘 이용한다면 월급의 일부를 미래로 보내 은퇴 이후의 30년을 대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