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털어내기
내가 아름답게 보는 세상과 다른 사람들이 아름답게 보는 세상은 같지 않을 수 있다
필자는 하루에 서너 편 정도의 글을 쓴다. 주로 에세이를 쓰지만, 분석적인 관점에서 리포트를 쓰기도 한다. 대부분 자산 투자를 위해 공부하지만, 필자의 경우엔 글을 쓰기 위해 공부한 셈이다. 필자는 주식이나 코인의 전문가가 아니다. 투자 경험 또한 많지 않다. 그렇다고 금융이나 투자 관련 공부를 한 적도 없다. 단지, 사안을 분석하고 생각하며 꿰뚫어 보는 통찰력은 있는 편이다. 쉽게 표현하면 눈치가 좀 있고, 기류를 감지하는 능력이 좀 예민한 편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코인 시장의 출렁임을 전문용어로 ‘조정’이라 한다. 그런데, 이 조정은 누구를 위한 조정일까? 과연 조정은 맞는 것일까? 너무 비틀어 본다는 비판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촉이다. 심각하게 읽지 않았으면 한다. 여담 정도로 가볍게 읽을 것을 추천한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출렁임은 ‘개미 털어내기’라는 입장이 필자의 소견이다. 주식시장이나 코인 시장에서 "개미 털어내기"는 개인 투자자(소위 개미)들이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매도하게끔 만드는 시장 조작 또는 거래 패턴을 말한다. 이는 시장의 큰 세력(기관, 고래 투자자 등)이 주도하여 자신들의 포지션을 강화하거나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전형적인 개미 털어내기 모습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급락 후 급등 내지 반등
특정 자산의 가격이 갑자기 급락한 뒤 다시 급등 내지 반등한다. 이 과정에서 손실을 견디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이 매도하고 나가지만, 세력은 저점에서 물량을 매집하게 된다. 이 거래의 특징은 급락이 거래량 급증과 함께 이루어지며, 이후 빠르게 가격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의도적인 변동성 증가
시장이 일정 구간에서 큰 폭으로 흔들리며, 방향성을 명확히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손절매를 실행하거나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매수하게 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이 거래의 특징은 저항선과 지지선 사이에서 급등락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마구 흔들어 대는 셈이다.
허위 매물과 가격 조작
오더북(매수·매도 주문장)에 허위 매물을 쌓아 놓거나, 대량 매수·매도 주문을 통해 시장 심리를 조작하는 경우다. 이 거래의 특징은 큰 세력이 매수/매도 물량을 갑자기 제거하거나 반대 방향으로 매매하며 일반 투자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악재 뉴스 활용
특정 자산에 대한 악재가 퍼질 때 이를 활용해 가격을 의도적으로 하락시키고 개인 투자자들이 손절하도록 만든다. 이 거래의 특징은 악재 뉴스가 실제보다 과장되거나 가공되는 경우가 많다. 뉴스를 뉴스로 보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악재가 해소된 후에 가격이 단기간에 빠르게 반등하는 것은 이 거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가짜 상승세(펌프 앤드 덤프)
돈이 모이는 곳은 결국 인간의 온갖 욕망이 모이는 곳이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상승시켜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에 뛰어들게 한 뒤, 세력은 보유 자산을 매도하며 시장을 하락세로 전환시킨다. 흔히들 ‘물린다’라고 표현하는데, 의도를 갖고 이루어지는 이 거래의 특징은 상승세 초기에 거래량이 급증하지만, 갑작스러운 하락으로 이어져 손절도 어렵게 만든다. 결국 크게 물리거나 손해를 감수하고 매도하여 탈출하는 방법 밖에 없다.
롱/숏 포지션 강제 청산 (레버리지 청산 유도)
선물 시장에서 고 레버리지 포지션을 가진 투자자들의 청산을 유도하기 위해, 특정 가격대까지 급격히 움직인다. 이 거래의 특징은 청산이 발생하며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이후 가격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심리적 중요 구간에서의 흔들기
심리적 저항선이나 지지선(예: 주요 이동평균선 근처)에서 의도적으로 가격을 무너뜨려 투자자들이 손절하게 만든다. 이 거래의 특징은 저항선을 돌파한 직후 하락하거나, 지지선이 깨졌다고 생각될 때 반등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대략 일곱 가지 패턴으로 개미 털어내기 유형을 정리해 보았다. 그렇다면 대응 방법은 없을까?
지표를 활용하라. 온체인 데이터, 거래량, 매도·매수 비율 등을 분석해 세력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도움이 된다.
분할 매매하라. 한 번에 전부 매수하거나 매도하지 않고 분할해서 대응한다.
감정 제어를 하고 냉정해라. 시장의 단기 변동성에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명확한 투자 계획을 따르는 투자자세가 유효하다.
롱텀 뷰의 관점으로 시장을 봐라. 개미 털어내기를 무시하고 장기적으로 우량 자산을 보유하려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유효한 전략이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 끝없는 욕망과 내 자산의 방어
세상을 아름답게만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필자도 세상을 아름답게만 보고 싶은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러나 60년을 넘게 살아본 경험으로는, 세상이 그렇게 단순히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제가 보는 아름다운 세상과 다른 이들이 보는 아름다운 세상이 다를 수 있다는 걸 깨닫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렸음을 인정한다. 부정적으로 세상을 보거나 받아들이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세상은 다채롭다. 때론 세렝게티 같은 정글이 되기도 한다. 그 안에는 우리가 경계해야 할 복잡한 이면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며칠 전, 12월 17일, 필자는 매일경제 2024년 12월 16일 자 기사를 인용하여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그 기사에서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산 규모가 사상 최초로 100조 원을 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것은 기쁜 일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경각심을 일깨워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규모가 커질수록 개미 털어내기 같은 시장 왜곡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한 가지는, 인간의 욕망에는 끝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 끝없는 욕망이 바로 편법, 탈법, 그리고 개미 털어내기 같은 거래 패턴을 낳는 근원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소중한 내 자산을 지키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철저히 자신을 무장하고, 시장을 냉철히 바라보는 것이다.
시장은 결코 우리의 자비심이나 이상주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내 자산을 지키려면 끊임없이 공부하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며,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욕망의 바다에서 나침반 없이 떠다니는 배가 되지 마십시오. 스스로를 단련하고 준비한 자만이 끝없는 욕망의 파도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thebc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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