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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미즈데라로 오르는 몬젠마치, 산도(參道)

by 조영환

기요미즈데라로 오르는 몬젠마치, 산도(參道)

금각사에서 30분 정도 버스로 이동하여 기요미즈데라에 도착한다. 기요미즈데라는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천년고도 교토 문화재의 일부이다.


기요미즈데라(清水寺, きよみずでら)로 오르는 입구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상의에 '京'자가 새겨진, 교토(京都)시에서 허가받은 것을 나타내는 상의를 입은 인력거꾼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기모노를 입고 나들이 나온 내국인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니, 관광객 보다 내국인 방문객들이 더 많아 보인다. 식당, 카페, 상점이 늘어선 골목길에 사람들로 가득하다. 지극히 일본적인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볼거리 가득한 전형적인 골목상가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러한 옛 모습을 간직한 곳을 좋아한다. 개발은 최소화하고 옛 모습을 거의 원형대로 보존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치 있고 품격 있는 관광자원이다. 그런 곳에서 관광객은 지갑을 열며 즐기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필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여행하며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300~400년 된 집들에서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외벽과 형태는 옛 모습을 유지하되, 내부는 개조하거나 수선해 생활하는 방식이었다. 민속촌처럼 박제된 공간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는 주택가 골목이었다. 그곳에는 옷가게, 기념품점, 카페, 식당 등 다양한 상점들이 상권을 이루고, 문화유적과 조화를 이루며 잘 보존된 구도심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모습은 필자가 어렸을 적 자랐던 마을의 기억과도 겹쳐져,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또 한편으로는 부러움이 밀려왔다. 그리고 그런 마을을 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로 가득한 골목을 거닐며 받았던 인상은, 지금도 그 어떤 유명 관광지보다 더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필자의 짧은 생각이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관광지는 정비사업을 통해 기존의 구 상가지역을 헐어내고 새로운 신단지를 조성해 왔다. 구획은 반듯하고 정비가 잘 되어 편리해졌을지 몰라도, 옛 모습을 잃어버린 사례가 대부분이다. 원래 그 지역만의 특징적이고 특별했던 '무언가 다운' 정체성은 사라지고, 차별화되지 않은 평범한 장소로 개발된 셈이다.


보존의 가치는 정비라는 이름 아래 희생되었고, 누군가의 추억이 깃든 이야기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러다 보니 머물고 즐기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고, 자연히 상권도 예전 같지 않아 진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편, 교토의 골목길에서는 그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골목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진풍경을 즐기며, 제법 가파른 경사를 따라 걷다 보면 입구에 줄지어 서 있던 인력거꾼들의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단순히 여행의 재미를 위해 인력거를 타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경사진 길을 걷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인력거가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런 세세한 부분들까지 여행에서 느끼는 재미를 더해준다.


결코 화려하거나 과하게 치장하지 않은 무채색에 가까운 옛 모습을 간직한 목조 건축물, 반성을 모르는 일본의 민낯을 드러내며 군국주의 일본을 상징하는 욱일기를 일장기와 함께 걸어놓은 상점, 염주 등 불교용품을 팔고 있음을 알리는 깃발이 나부끼는 상점, 도자기를 굽고 판매하는 공방, 화지(和紙)를 붙여 만든 대나무 부채와 우산을 비롯해 더없이 일본 스러운 작고 예쁜 잡화, 교토 특산품, 기념품, 인형공방, 과자류와 군것질거리, 가락국수, 소바, 꼬치, 커피와 일본 전통 차, 기모노 등 수 없이 많은 물건을 진열해 놓은 상점 앞에 발걸음을 멈춘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기요미즈데라로 향한다. 엄마 손을 꼭 잡고 오르는 아이, 아기를 품에 안고 힘겹게 올라가는 아빠,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고 나들이 나온 여성들, 상점마다 물건을 구경하며 흥정을 즐기는 사람들. 경전을 외우며 오르내리는 이들로부터 시주를 받는 승려, 그리고 지슈 신사 덕분인지 손을 꼭 잡고 다정하게 걷는 젊은 연인들까지, 골목은 다양한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이 활기찬 골목상점가(몬젠마치, 門前町)를 지나면, 눈길을 사로잡는 장면들이 곳곳에 펼쳐진다. ‘萬年修行’이라는 휘호가 적힌 안내판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소나무 한 그루가 마치 인사를 건네듯 기울어져 있다. 이 소나무조차 발길을 멈추게 하며, 이 골목길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인상을 남긴다.


기요미즈데라로 오르는 이 골목길은 단순히 길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 그리고 고유한 정서가 녹아든 하나의 풍경이다.

@thebc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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