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v맨시티에서의 판정에 관한 이야기
2026년 2월 9일,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 맨시티의 프리미어리그 경기 종료 직전. 축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가장 잔인하고도 정교한 알고리즘이 발동된 순간이 있었다.
경기 종료 직전 동점을 만들기 위해 리버풀 골키퍼까지 상대 진영에 올라와 있는 가운데, 맨시티 선수들이 기회를 살려 찬 공이 리버풀의 빈 골문을 향해 굴러갔다. 이대로라면 공은 미끄러져 골대 안으로 들어가려던 차, 이를 막으려던 리버풀의 도미니크 소보슬라이와 확실히 공을 차 넣으려던 맨시티의 엘링 홀란이 뒤엉켰다. 소보슬라이가 먼저 홀란의 옷을 잡아챘고, 붙잡히면서 뒤쳐진 홀란도 앞서 나간 소보슬라이를 붙잡았다. 결국 둘은 함께 넘어졌고 공은 골라인을 통과했다. (영상 1:25부터)
복잡한 상황 속에서 직관적으로 골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수비가 반칙했지만 어쨌든 들어갔으니 어드밴티지 적용으로 골을 인정해줘도 된다는 직관이었다. 하지만 주심의 판정은 팬들의 상식과 직관을 철저히 배신했다.
VAR 온필드 리뷰 후 주심은 이렇게 판정했다. 득점 취소. 소보슬라이에게 레드카드. 맨시티, 소보슬라이의 파울 지점에서 직접 프리킥.
이 경기를 지켜보던 맨유의 레전드인게리 네빌 역시 격분했다. 그는 "팬들은 즐거움을 위해 축구를 본다. VAR이 축구의 재미를 죽여버렸다"며 골이 인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맨시티는 다 잡은 골을 날렸고, 리버풀은 퇴장으로 향후 3경기 동안 핵심 선수를 잃었다. 모두가 불만인 이 상황. 하지만 규정집을 펼쳐보면 이것은 토시 하나 틀리지 않은 정심(正審)이었다. 이 불편한 진실 속에는 우리가 축구장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와 조직 생활이라는 거대한 필드에서 놓치고 있는 시스템의 작동 원리가 숨어 있다.
이 판정이 억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결과만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판은 과정과 조건을 보고 처벌과 경기 재개 방법을 결정한다. 모든 것은 국제축구평의회(IFAB)의 경기규칙서에 명문화되어 있다. 그에 근거해 하나씩 뜯어보자.
첫째, 깨끗한 손(Clean Hands)의 원칙과 어드밴티지의 실패다. 심판은 소보슬라이의 첫 파울 시점에 어드밴티지(골 인정 가능성)를 염두에 두고 수 초간 상황을 지켜봤다. 하지만 그 짧은 찰나, 홀란 역시 소보슬라이의 옷을 잡는 행위가 있었다. 규칙은 냉정하다. 공격자가 반칙을 범하거나 상황이 엉켜 이득이 즉시 실현되지 않으면, 심판은 최초의 위반 시점으로 시간을 되돌린다. 즉, 골이 터지기 전 이미 경기는 멈춘 것으로 간주된 것이다. 어드밴티지는 공격자가 이득을 실현받지 못하는 모든 상황에서 적용되지 않는다. 파울당한 공격자가 수초내에 파울을 저지르면 어드밴티지가 취소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축구 팬들이 낯선 판정으로 느끼는 것이다.
둘째, 축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 바로 잡아당기는(Holding) 파울에 대한 가혹한 처벌이다. 팬들은 묻는다. 페널티 부근에서 일어난 파울인데, 너무 가혹하지 않나? 혹은 골이 들어갈 뻔했으니 적당히 경고로 끝내면 안 되나?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독소(DOGSO)다. 이는 명백한 득점 기회 저지(Denying an Obvious Goal-Scoring Opportunity)의 약자로, 수비수가 공격수의 확실한 골 찬스를 반칙으로 끊었을 때 적용된다. 독소 상황에서는 기본적으로 퇴장(레드카드)이 원칙이다.
하지만 축구에는 수비수를 위한 자비도 존재한다. 만약 수비수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을 뺏기 위해 태클을 시도하다가(도전하다가) 발이 늦어 파울이 된 경우라면,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하되 퇴장 대신 경고(옐로카드)만 준다. 페널티킥이라는 확실한 벌칙을 줬으니, 선수까지 쫓아내는 이중 처벌은 하지 않겠다는 배려다.
그러나 소보슬라이가 범한 홀딩, 즉 옷을 잡아당기는 행위는 이야기가 다르다. 축구 규칙은 옷을 잡거나, 밀거나, 잡아당기는 행위를 공을 향한 정당한 도전으로 보지 않는다. 공을 찰 의도 없이 오직 사람을 방해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간주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태클은 공을 건드리려다 실패한 기술적 실수지만, 홀딩은 아예 공을 찰 생각이 없는 반칙 그 자체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 경우엔 자비란 없다. 박스 안이든 밖이든, 명백한 득점 기회를 옷을 잡아 저지했다면 무조건 레드카드다.
결국 감정적으로는 골 같지만, 시스템(규칙) 상으로는 골 취소에 이은 무조건 퇴장이 유일한 정답인 셈이다.
이 복잡한 법리적 해석 끝에, 당사자인 엘링 홀란은 경기 후 현실적인 인터뷰를 남겼다.
"차라리 그냥 골을 주고 퇴장을 안 당했어야 했다. 그게 팀에겐 이득이다. 소보슬라이는 이제 3경기를 못 뛴다. 심판은 규정을 따랐을 뿐이지만, 나는 소보슬라이가 안타깝다."
이 말은 행동 편향(Action Bias)의 오류를 꼬집는다. 소보슬라이는 눈앞의 실점을 막아야 한다는 본능, 즉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옷을 잡았다. 그 결과는 1골 저지가 아니라 3경기 출전 정지라는 중한 선고였다.
우리는 종종 가만히 있는 것을 무능력으로, 뭐라도 저지르는 것을 열정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고도로 설계된 시스템 안에서는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실(-1)을 확정 짓는 것이, 무리하게 개입하다 판 전체를 엎는 것(-100)보다 훨씬 현명한 전략이 된다.
게리 네빌의 말처럼 축구는 즐거움을 주어야 하지만, 그 즐거움을 지탱하는 뼈대는 원칙이다. 규칙을 모르면 심판이 경기를 망쳤다고 욕을 하고 끝난다. 하지만 규칙을 아는 선수는 그 순간 계산기를 두드린다. 여기서 옷을 잡으면 무조건 퇴장이다. 공을 뺏을 수 없다면 차라리 골을 내주고 남은 시간과 다음 경기를 도모하자.
이것이 우리가 국가, 사회, 경제가 굴러가는 원리, 즉 세상의 규정집을 치열하게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금리가 오르고 시장이 요동칠 때, 혹은 조직 내 정치적 위기가 닥칠 때, 직관만 믿고 덤비는 사람들은 소보슬라이처럼 본능적인 방어를 하려다 퇴장을 당한다. 반면, 시스템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사람은 최적의 실점을 선택한다.
물론 규칙을 안다고 해서 닥쳐오는 불행이 행운으로 바뀌진 않는다. 경제 지식이 있다고 폭락장에서 돈을 버는 기적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혜택은 반전(Reversal)이 아니라 방어(Defense)다.
규칙을 아는 자는 1골을 내주는 대신, 선수가 퇴장당해 시즌 전체를 망치는 최악의 부정만큼은 확실하게 막아낸다.
당신이 지금 마주한 그 문제 앞에서, 직관으로 들이받아 레드카드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냉철하게 규칙을 읽어내어 최적의 패배를 선택하고 다음 기회를 노릴 것인가?
현명한 플레이어는 이기는 법보다 잘 지는 법을 먼저 계산한다. 부정을 긍정으로 바꿀 순 없어도, 치명상을 찰과상으로 줄여주는 유일한 방패. 그것이 바로 우리가 시스템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