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마음으로 환대하리라>
내리는 소나기에 온몸이 젖은 어느 날.
비가 거세게 내린 탓일까 몸에는 빗발이 스쳐 지나간 자국들이 선명했고, 마음에는 빗물이 가득 찼다.
빗물이 넘쳐흐르도록 상처가 아프도록 먼 산을 바라보듯 스스로를 관망했다.
변화가 두렵고 무서웠다.
또다시 쓰라림을 맛볼까 봐, 마음에 슬픔이 고여 우물이 될까 봐 불안했다.
숨 가쁘게 변해가는 세상에 나만 뒤처지는 거 같아 조바심이 밀려들면서도 점점 뒤로 숨고 싶어 하는 자신이 싫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그냥 그 자리에 안주하려 했고,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다그치며 외면받지 않을까 가슴앓이를 했다.
숨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스스로 초라해져만 갔고, 나의 세상 또한 작아져 갔다.
영원한 건 없는 세상이다.
그 속에서 나는 언제까지 변화를 외면할 수 있을까?
나는 도태를 원하지 않는다.
포기와 망설임으로 점철된 인생이 되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니 도태가 내 세상의 기쁨을 갉아먹지 못하도록, 포기와 망설임이 나의 희망을 사그라트리지 못하도록 나는 두려움을 마주하기로 했다.
두려움이라는 존재와 평생 함께 걸어가야 한다면, 차라리 나의 우군으로 만들리라. 인생의 방해꾼으로 여기고 홀대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우군이 찾아올 때마다 기쁜 마음으로 환대하리라. 나의 무거운 짊을 솜털처럼 가볍게 만드는 무기로 삼으리라. 다짐했다.
하늘도 이런 내 마음을 안 걸까.
드디어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
내가 알고 있던 소나기는 알고 보니 영롱하게 빛나는 빗방울이었고, 빗물로 가득 찼다고 느꼈던 마음은 사실 메말라서 거칠어진 감정을 촉촉하게 적셔주기 위함이었다는 걸 알려줬다.
하늘도 먹구름도 비도 겁내지 않는다.
이젠 당당하고 담담하게 담아내는 나를 경험한다. 구름의 감정을 차분히 읽어내고, 바람이 보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하늘의 색깔을 느낀다. 때로는 떨어지는 빗물을 한 발짝 물러서서 지긋이 바라보는 여유를 몸에 새긴다. 안주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면, 마음의 소리를 도외시하지 않으려 한다. 이때만큼은 무슨 상관이냐는 세상에 잠시 들어가 멋대로의 호사를 누린다. 그러고는 다시 그 속에서 나와 하늘과 구름, 그리고 바람에게 인사한다. 나 잘 다녀왔다고.
1년, 5년, 10년.. 후에 내가 선택한 삶이 후회 없길 바라는 마음이다.
안락함을 누리려는 마음의 쇠사슬을 끊어낼 용기 있는 나를, 새로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열린 가슴으로 살아낼 나를 믿는다.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나를 응원하고, 도전하는 삶의 기쁨을 누릴 줄 아는 내게 박수를 보낸다.
노년이 되더라도 무기력이 일상을 지배하지 않길 바라며, 정체를 단호히 거부하는 내가 되고 싶다.
세상을 등지는 날까지 열린 가슴이 닫히지 않길.
항상 변화를 추구하고 주도하는 삶이 되길.
"위대한 사람은 평론가가 아니다. 영광은 관중석에 앉아 선수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것이라며 지적하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피와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된 채 경기장을 뛰고 있는 사람의 몫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