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새벽. 드디어 내 시간이 되다!>
나는 아침을 어떻게 시작하고 있을까?
매일 목줄에 끌려가듯 시작되던 아침은 무기력과 조급함으로 나의 하루를 물들였다.
그 안에서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잘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하며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과거의 나는 기상 알람이 울리면 절로 한숨이 나왔었다.
나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일들,
싫은 사람과 마주해야만 하는 시간,
하루를 버텨낼 생각,
내 삶에 내 일상은 전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나의 아침은 눈을 뜨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오고 숨이 막혀왔다.
크게 한숨을 쉬고 나서야 답답한 가슴이 조금이나마 뚫리면, 방바닥에 오래도록 붙어 있던 끈끈한 테이프를 힘겹게 벗겨내 듯, 무거운 몸을 팔의 힘으로 끙끙거리며 겨우 밀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다시 웅크린 자세로 한참을 버텨내고 나서야 이불속에서 무거운 몸을 꺼낼 수 있었다. 그러고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확인하며 허둥지둥 욕실로 향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오늘 해야 할 일부터 어제 있었던 일, 그리고, 과거 잡일까지.. 과거를 후회하며 자책하며 걱정의 늪으로 점점 빠져들어갔다. 나는 늪의 바닥을 찾아 더 깊숙이 들어가려고 애썼던 거 같다. 늪에는 바닥이 있기는 했던 걸까?
나는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지쳐갔다. 그렇게 무거운 몸과 지친 마음, 답답한 가슴으로 아슬아슬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은 하루를 그렇게 물들여갔다.
그러던 어느 날 잠시 멈춰 서는 때가 왔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른 채, 매일을 허둥지둥 보낸 지난날들이, 비로소 내 삶에 무의미했다는 걸 깨달은 순간, 나는 과거를 보상받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나는 나를 위한 하루를 살고 싶었고, 나에 의한 하루가 되었으면 했고, 내가 정의하는 하루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자고 다짐했지만, 그건 욕심이었다. 알람이 울리면 몸과 마음은 거세게 반항했다. 어쩌다 알람 시간에 맞춰 일찍 일어나면 무얼 해야 할지 몰라, 다시 눕기를 반복했다. 결국 실패를 거듭하고 나서야, 나와의 타협점을 찾아갈 수 있었다. 다시 타협했던 건 ‘30분만 일찍 일어나자’였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뭘 하고 싶은지, 나를 위해 필요한 건 뭔지, 뭘 해야 할지조차 몰랐으니 일찍 일어나야 할 동기가 없었다. 그저 멀뚱멀뚱 창밖만 바라보며 우두커니 잠시 앉아 있는 정도였다. 초반에는 그랬다. 그러면서, 나의 시간을 찾아 정착해갈 때가 돼서야 내가 하고 싶은 소중한 보물들이 하나둘씩 계속 나를 찾아와 쌓여갔다. 그렇게 새벽 3시 15분은 내 삶에 천천히 조용히 스며들어 왔고, 점점 큰 부메랑이 되어 나의 하루와 일상을 변화시켜 갔다.
이제는 과거를 곱씹으며 걱정하지도 않고, 미래를 상상하며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저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정성스럽게 살아갈 생각만으로도 매일이 설렌다. 답답했던 과거의 아침은 이제 더 이상 내 일상에 비집고 들어올 틈조차 없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과거의 내 귀도 참 고생이 많았다. 아침에 깨면 내 한숨 소리부터 받아내느라 귀 따가웠을 테니 말이다. 내 소리를 제일 많이 듣고 있을 내 귀에게 못 할 짓을 했다. 미안하다.
그래서, 지금은 기상하면 내 귀에 다정하게 속삭인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잘 부탁해. 고맙다. 사랑해’라고 고운 인사와 따스하게 어깨를 포옹하며 부탁한다.
지금도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 가끔은 알람을 들었어도 못 일어날 때도 있고, 일부러 ‘스위치 오프데이’를 정하고 내 마음 가는 대로 하는 날도 있다. 주말이나 공휴일은 9시 기상으로 시간을 느슨하게 정한다. 이런 나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 하는 소중한 날에도, 일과 집안일로 힘들고 지친 어느 날도,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은 그렇고 그런 날에도, 나는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하루 중에 약간의 틈새를 벌려서라도 그 시간을 만든다. 시간이 안 나는 날은 전철 안, 버스정류장, 공원 어디든 한적하고 조용한 의자만 있다면, 그곳에 앉아 하루를 돌아보는 잠깐의 호사를 누리는 시간을 갖는다. 길지 않은 시간이어도 괜찮다. 단 30분이라도 좋다. 하루 중에 나를 위한 시간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그 하루는 내게 큰 의미가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고, 배우고 싶은 것이 있고, 내게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 멋지고 감사한 인생이다. 나는 어떻게 나이 들어가고 싶은지 가끔 나의 노년을 그려본다. 60,70,80.. 넘어서도 꿈이 있고 배움을 꾸준히 한다는 건 얼마나 근사한 일일까. 그런 분들을 뵐 때면 난 큰 울림을 받는다.
나의 아침은 나의 하루를 만들고, 내 삶을 변화시키고, 내 인생을 찬란하게 만든다.
반복되는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 일깨워 주고,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하고, 또 새로운 내일의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기쁨을 준다. 나의 아침은 그렇게 매일 시작된다.
3시 15분.
고용함만이 나를 맞이하는 새벽.
오로지 가로등 불빛과 하늘의 별빛만이 빛나는 시간.
나는 이 시간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