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루의 주관자가 된다!>
나는 어떻게 나이 들어가고 싶을까?
아직도 뚜렷하지 않다. 뿌연 안개를 스케치북 삼아 그저 손으로 휘휘 저어가며 어렴풋이 그릴뿐이다.
다만, 나는 내 노년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고 싶다.
“나는 멋지게 나이 들어가고 있다.”
나이 마흔이면 자신의 얼굴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자신이 세월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아왔는지가 얼굴에 고스란히 남는다는 말이다. 반면,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마주하며 살아갈지 스스로 깊이 있게 생각하고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인생의 조언으로 들리기도 한다.
왜 얼굴뿐이랴. 몸도 신체의 일부인데 내가 살아온 세월이 몸에 새겨지는 건 매한가지 아닐까? 그럼, 내 몸에도 평생 나와 잘 살아가주길 바라야 도리라는 생각이 든다.
원래 걷기도 싫어했던 나는 꾸준히 헬스장에 헬스비를 헌납했다. 운동에 대한 나의 생각만은 365일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 주변 환경이 급변하는 때가 왔다.
환경에 적응하기도 바쁜 나날이 계속되었고, 운동을 위한 시간조차 확보하기 버거웠다. 점점 내 몸은 지쳐갔고, 자연스럽게 마음도 움츠러들었다. 여유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어느덧 무기력해진 나는 에너지를 충전한다는 핑계로 주말이면 몸이 축 늘어진 채 나무늘보로 변해버렸다. 모든 게 귀찮아졌고, 먹는 거 또한 대충 아무거나 아무 때나 간편식을 선호하게 되었다. 1년 후 나는 18킬로가 불어났다.
내가 러닝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내 몸에서 이상신호를 감지한 어느 날.
내 몸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를 무시해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자신을 소홀히 대했다고 내 몸이 화를 내고 있으니, 미안하다고 잘 달래 가며, 잘 보살피겠다고 선언했다.
첫 번째, 식단을 바꿨다.
주로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나는 약속이 없는 날이면 도시락을 먹는다.
집에서는 야채와 채소 등 자연이 주는 선물들로 소박하지만 정성스럽게 준비한다. 형형색색의 선물들을 예쁜 그릇에 담아내며, 신선함과 건강함으로 식탁이 채워져 가는 과정을 즐긴다. 마치 꽃다발을 한 아름 사 온 날이면 예쁜 꽃병을 찾아 꽃꽂이하듯 식탁을 선물들로 장식한다. 식사를 준비하는 건, 단순히 먹기 위함만이 아니다. 그 과정 속에서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비워내며, 평안을 찾는 작은 명상의 시간이기도 하다.
두 번째, 헬스장을 중단했다.
내가 운동할 마음이 있다면 헬스장이 아니어도 할 테니 말이다. 이런 마음을 먹고 나니, 곳곳이 헬스장이고, 장소 제한이 없으니 언제든 할 수도 있었다. 아침과 저녁에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루틴으로 만들어 시작했고, 하루 한 번 이상은 계단을 오른다. 서울에는 건물도 전철도 많으니, 계단 오르기에도 최적의 환경이다. 초반에는 욕심내지 않고, 꾸준히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습관화시켰다. 작은 실천들이 내게 복근을 선물해 주는 놀라운 경험도 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어떻게든! 할 수 있다는 경험은 내 삶에 큰 수확이다.
세 번째, 새벽 러닝을 시작했다.
처음은 출근길 30분 걷기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러닝으로 발전했다.
나는 러닝 크루를 선호하지 않는다. 혼자 고요 속에서 뛰는 게 좋다. 혼자여야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벽을 선택했다. 날씨에 따라 바뀌는 새벽 공기,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바람의 기운, 해님의 기상시간에 따라 옷을 바꿔가는 하늘, 꽃과 나무의 향기, 온 세상이 내 머릿속 생각을 비워내고, 무상무념으로 만든다. 그뿐이랴, 무심코 지나다니기만 했던 길들이 이 순간만큼은 하나하나 내게 새겨진다. 계절마다 분위기가 바뀌는 가로수길은 멋진 작품이 되어 주고, 새소리는 나에게 평온을 준다.
언제나 온 세상은 아무 말 없이 나를 품에 안아, 자신들의 기운을 내게 불어넣어 준다.
나는 그 기운을 감사히 받는다.
그리고, 오늘도 하루의 주관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