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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효진 Oct 20. 2016

윤계상이 ‘늙음’과 마주한 순간

영화 ‘죽여주는 여자’ 윤계상

‘국민 그룹’ god의 멤버와 어엿한 12년차 배우라는 두 가지 수식의 소유자 윤계상이 전에 없는 파격적 변신을 꾀했습니다. 바로 대선배 윤여정 주연 영화 ‘죽여주는 여자’를 통해서인데요. 그는 이 작품에서 다리 한 쪽을 잃은 장애인으로 등장합니다. 종일 방에 틀어 박혀서 무언가를 만드는 것 같기는 한데, 돈벌이는 되지 않는 모양인지 담배 두 갑에도 기꺼이 하루 탁아에 나섭니다. 여태까지 말끔한 완벽남을 주로 연기했던 윤계상이었기에, 다소 어색하지는 않을까 우려되기도 했죠.


최근 열린 ‘죽여주는 여자’의 기자간담회에서 이재용 감독은 윤계상을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잘생긴 배우라고들 생각하겠지만, 이웃집 청년 같은 느낌도 있죠. 극 중 도훈이라는 인물은 자기가 가진 장애 등에 굴하지 않고 밝고 소탈하게 살아가는데, 윤계상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스타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고민하기도 했고, 무명 배우를 기용할까도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는 백번 잘 한 선택이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윤계상은 이번 영화를 통해 대배우 윤여정과 함께 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는데요. 이날 그는 “이재용 감독님, 윤여정 선생님과 함께 작업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영광이죠”라며 감회에 젖었습니다. 그 감격적인 경험 앞에서는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떠오르지 않을 법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윤계상은 한참 말을 고르다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지?”라고 말해 웃음을 줬습니다.


그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작품을 처음 봤다면서 현장에서의 긴장감도 전했습니다. 윤계상은 “말로만 듣던 국제영화제를 직접 경험했을 때의 심정은… ‘얼마나 대단한 거야?’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정말 좋더라고요. 국가대표가 된 느낌이었어요”라며 들뜬 모습을 보였습니다. 상영이 끝나고 무대인사를 하러 나가는데 기립박수를 받았던 경험은 그의 뇌리에 지울 수 없는 일로 기억된 듯합니다.


“배우로서 꿈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아요. 저 자리(국제영화제)에 어울리는 영화를 죽기 전에 꼭 찍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광스러웠습니다.”



형편이 좋지 않아 스무 살 때까지 할아버지와 한 방을 썼던 윤계상은 노인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는데요. “할아버지께서 재작년에 돌아가셨거든요. 할아버지와 한 방을 쓰면 본의 아니게 할아버지의 외로움을 볼 수밖에 없잖아요. 나이가 들면 어떤 모습이 되는지도 알 수 있고요. 어렸을 때는 굉장히 친했는데, 성인이 되면서 거리가 벌어진 후 돌아가셨단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라며 작고한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현존하는 노인 문제가 있잖아요. 누구나 젊을 때가 있었고, 또 누구나 나이 들고 죽는 상황에서 한 사람이 살아가며 겪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마무리가 어떻든 외롭고 혼자 있을 수밖에 없는 시간들을 배우로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윤계상이 할아버지에게 가졌던 마음이 극 중 도훈이 소영에게 갖는 마음과 같다는 것이 제 스스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인생을 통해서도, 작품 속에서도 늙음과 죽음이라는 생애사적 사건과 제대로 마주하게 윤계상의 진심이 담긴 영화 ‘죽여주는 여자’는 현재 극장가에서 절찬 상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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