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퓨쳐스 최성욱 대표 & X the blank
로칼 퓨쳐스 최성욱 대표 X the blank_ 편집팀
Q. 먼저 1유로 프로젝트를 기획한 ‘오래된 미래 공간 연구소 - 로칼 퓨처스’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건축가이자 로칼 퓨처스 대표 최성욱입니다. 로칼 퓨처스는 오래된 도시를 활성화시키는데 진심인 ‘소셜 디벨로퍼 아키텍트 그룹’이에요. ‘나와 우리는 내일,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도시-사회적 이슈의 균형 잡힌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전 지구적 역량(자원)을 조화롭게 연결하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실제로 작동시키는 민간 기업이죠. 크고 작은 공간의 가치와 역할을 찾고, 살고 싶은 현실 도시와 건축 공간을 합리적으로 디자인하여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요.
Q. 어떻게 로칼 퓨처스를 설립하게 되셨나요? 도시 재생과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있나요?
저는 2013년 전까지는 주로 한옥을 설계하는 곳에서 일을 했었고, 사촌이랑 북촌에서 살았는데요. 그 때 제가 살았던 한옥이 한 80년 정도 된 오래된 한옥이었어요. 들어가서 여름을 날 때는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10월쯤 되니까 점점 추워지기 시작해서 겨울이 너무 힘든 거예요. 방풍 비닐을 치고 에어캡을 붙여가며 추위와 싸우고 있는데 옆집 할머니가 그거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 때 생각이 들었어요. ‘나야 젊으니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해결해보려고 하지만, 이 분들은 평생 이렇게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고생하며 사셨겠구나’ 하고요. 당시 그 지역에 재개발 이슈가 있었는데, 저는 전통적인 가치가 있는 한옥을 없애버리는 건 너무 미개한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쪽이었고요. 그런데 그 일을 겪고 나니 문화 유산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편한 것을 마냥 참고 살라고 하는 건 폭력이라고 느껴지더라고요. ‘지키고자 하는 것들을 발전시키면서도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야겠다’ 는 생각에서 도시재생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Q. 로칼 퓨처스 설립 이전 해외 경험도 있으시다고 들었어요. 그간의 족적에 대해서도 들려주세요.
도시 재생을 좀 더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경험해보고 싶어서 네덜란드로 갔어요. 관련 석사를 마치고 네덜란드 건축 사무소에서 일하다가 2016년도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고, 우연한 계기로 서울시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지원센터 초기 세팅부터 6년간의 재생사업 과정을 거쳐 사업 마무리까지 함께 했어요. 5~6년 가량 서울역 주변 도시재생 활성화 프로젝트에서 건축 총괄을 맡았고, 마지막 근무지로 2021년 5월까지 송정동에서 일했죠.
그러면서 오래된 공간 연구소를 설립했고요. 재생 건축이나 도시 재생 컨설팅 관련된 일들을 사이드 잡처럼 했어요. 그 기간동안 정말 많이 배우고 성장했지만, 종종 공공의 입장에서 도시재생을 하다보니 행정이나 법, 제도의 한계 같은 것들이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것들에서 벗어나서 좀 더 자유롭게, 나만의 방식으로 도시재생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공공조직인 도시재생센터를 그만두고, 오래된 공간 연구소에 ‘미래’를 집어넣어 ‘오래된 미래 공간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했죠. 건축설계의 업무범위에서 벗어나, 사회적이고 도시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수익 구조도 안정화를 시켜보는 동시에, 착한 브랜드 디벨로퍼로도 역할을 해보자는 포부가 있었어요.
Q. 오래된 공간 연구소에 ‘미래’가 포함되면서 추구하는 역할의 범위가 많이 확장된 느낌이네요.
맞아요. 아무래도 ‘재생’의 관점에서는 미래지향적 사고가 필연적이라 ‘미래’를 같이 생각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최종적으로 ‘오래된 미래 공간 연구소’로 이름을 확정하면서 비전 같은 것들이 좀 더 명확해졌죠. 1유로 프로젝트는 로칼 퓨처스의 첫 번째 기획 프로젝트예요. 방치된 건물을 저희가 건물주에게 임대 받아서 테넌트 선정부터 건축/시공/디자인, 프로그램 및 콘텐츠, 운영 관리 등 A-Z 를 모두 총괄하죠. 일반적인 건축사무소나 부동산 디벨로퍼보다 업무 범위가 훨씬 넓다고 볼 수 있어요.
Q. 그럼 1유로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사실 제가 도시재생센터 퇴직 전 송정동에서 일하면서 추진해보려고 얘기가 진행되고 있던 프로젝트였어요. 그런데 당시 공공조직이 가지고 있던 몇 가지 내부 이슈로 인해, 사업이 힘을 잃고 표류하기 시작했어요. 그냥 지나가기엔 아까워서 제가 직접 민간 주도 프로젝트로 진행해보려고 재생센터를 그만두고 판을 벌렸고요.
거의 3년을 버려져 방치됐던 건물이니 처음 이 공간을 마주했을 땐 노숙자들도 살고 있고 우범지대 같은 느낌이었어요. 보자마자 네덜란드에서 봤던 로테르담의 ‘발리스블록’ 사례가 떠오르더라고요. 발리스블록은 시가 매입했지만 사실상 방치돼 마약거래상과 마약 중독자, 노숙인들이 살던 곳 공동주택인데, 2004년에 민간 디벨로퍼가 건물을 넘겨받아 주택 1채를 1유로씩 받고 팔았어요. 1년 이내에 직접 리모델링 공사를 마쳐야 하고, 2년 이상의 의무 거주기간이 정해져 있죠. 뜨거운 관심 끝에 최종적으로 40여가구가 집을 수리해 살게 됐고, 이후 자연스럽게 사업이 확산되어 현재 500여 가구가 주택을 개선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이와 유사한 몇몇 사례들을 알고 있었고, 한국에서도 그런 걸 해보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이 건물이 보니까 딱 적합해 보였어요. 낙후된 지역 한가운데 위치해 있고, 건물의 규모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실험해보기 좋다는 판단을 했죠.
Q. 분명한 성공 사례지만, 한국에서 시도해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일단 건물주를 설득하는 것부터 과제였어요. 그런데 마침 앞 건물도 재건축을 시도하려고 하고, 근처에 성동구민들을 위한 복합센터를 짓고 있는 등 다행히도 여러 조건들이 잘 맞아떨어져서 시너지가 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성공 사례들을 계속 보여드리고, 제가 디자인 컨설팅도 해드리면서 열심히 설득했어요. 결국 작년 6월에 3년 계약을 따냈죠. 100% 순수 민간으로 진행한 덕분에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
Q. 왜 송정동이었나요?
현재의 송정동 상태와 미래 가능성에 주목했어요. 성동구가 몇 년째 아주 핫한데, 지역 주민들은 스스로 이 곳을 그 안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든요. 송정동은 여전히 시골 같은 느낌의 커뮤니티 문화가 살아있으면서, 주변 성수동이나 근처 4개의 대학교 등이 위치한 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1인 가구부터 다양한 세대, 계층의 사람들이 혼재되어 살고 있죠. 다만 이곳이 주거기능 외에는 아직 아무런 도시적 프로그램이 없다 보니, 사람들은 잠만 자고 나가는 동네가 되어가고 있었고요.
도시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정주율을 높여줘야 한다고 봐요. 정주율을 높이는 방법은, 결국 내가 이 동네에 앞으로도 계속 살고 싶고, 그럴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인데, 여기 주민들은 전면 철거 아파트 재개발에 대한 니즈보다는 대안적인 정주 환경 개선에 대한 니즈가 큰 것도 특이점이었고요. 위치적으론 뚝방이나 중랑천이라는 좋은 자연 유산을 가지고 있고, 평지라는 조건도 편안한데, 상대적으로 건물 자체도 동네 한 가운데 위치해서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도 용이하고요. 이런 여러 조건들이 실험적인 프로젝트의 취지에 굉장히 잘 맞는다고 판단했어요.
Q. 상업적인 측면에서 성수/서울숲/뚝섬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네요.
저희 프로젝트는 분명 상업 공간이지만, 주요 타겟은 지역 주민들이에요.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양방향 플랫폼인데, 멀리 사는 사람들이 대상이기 보다는 가까이 살면서 프로젝트와 유기적으로 참여가 용이한 내부 지역 주민이 60~70%, 그런 안정된 분위기속에서 나머지 30~40% 정도의 외부 방문객이 저희 공간을 활용하게 하는 것이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예요.
Q. 올바른 도시재생의 형태를 갖출 수 있는 밸런스가 그쯤이라고 보시는 건가요?
그것도 맞지만, 일단 전략적으로도 외부에 기대는 건 변수가 많아요. 그리고 저희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플랫폼이니까 저희가 소개하는 브랜드를 통해서 지역 주민들의 삶의 방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해가면서 이 공간이 차세대 방앗간처럼 되길 바라는 거죠. 외부 유입은 그 다음이고요. 그래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통해 지속가능한 작동이 가능하다고 봐요.
Q. 경쟁이 무척 치열했다고 들었어요. 어떤 브랜드들이 모였나요?
모집 공고를 내고 3주만에 76개 브랜드가 입주 신청을 했어요. 엄격한 내부 기준을 가지고 최종 17개 브랜드를 선정했고요. 철저하게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제대로 작동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저희가 정한 룰을 잘 따라와줄 브랜드들이 필요했어요.
저희가 내세우는 슬로건이 ‘우리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서 좋은 세상을 만든다. 좋은 세상은 좋은 도시들로 이루어져 있고, 좋은 도시는 좋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고, 좋은 사람들은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만들어진다’ 거든요.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내리는 건강한 결정들이 좋은 공간, 좋은 도시,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거죠. 여기에 입각해서 사람들에게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브랜드를 위주로 선정했어요.
Q. 로칼 퓨처스가 생각하는 좋은 라이프스타일이란 뭔가요?
저는 한때 암으로 의심받았던 적이 있었고, 그 때 의사 선생님의 판결을 기다리는 한달동안, 제 삶을 되돌아 본적이 있었어요. ‘나는 어떻게 살아왔지? 앞으로는 나는 어떻게 살아야 되지?’ 이런 질문들을 던지다가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가 궁금해지더니, 다양한 루트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사는 모습에 관심 갖기 시작했고요. 잘 사는 사람이 있으면 따라서 잘 살고 싶었거든요. 그리고는 생각했죠. ‘내가 어떻게 살면 좋은 지 다양한 방법을 누가 좀 알려주면 좋겠다.’
저는 참 각박하게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늘 화가나 있었고, 종종 아주 우울했어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냥 그렇게 산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부정적인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건 당연한 건가? 이게 정상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각박하게 살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살아도 됩니다.’ 라는 대안적이고도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한 예시들을 언제든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영감을 주고받는 플랫폼이 있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만들고 싶은 1유로프로젝트는 그런 유무형의 플랫폼이 되고자 시작했습니다. 좋은 라이프스타일이란, 내가 더욱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게 영감을 주는 대안적 삶의 방식을 뜻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저희 프로젝트안에서, 좋은 라이프스타일 제안과 체험 프로그램 운영은, 단순한 재화 판매보다 더욱 큰 의미를 가지고 중요시됩니다. 1유로프로젝트의 정체성이자, 지속가능한 선한 프로젝트의 유지 발전을 위한 생존 전략 키워드이기도 하고요. 우리는 상업대로에 위치하지 않았고, 주거 지역 한가운데 있다 보니, 이 곳에 찾아올 정확한 목적을 만들어 주는 일이 필요합니다.
Q. 구체적으로 입점 브랜드가 가져가는 베네핏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일단 월세, 보증금이 없습니다. 건축설계비나 감리비도 없고요. 백화점과 같은 구조이지만, 입점 수수료도 없기에, 수익은 온전히 브랜드 몫이고요. 다만,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관점에서, 전체 공사비 중 공용면적에 대한 공사비와 운영관리비 중, 일부 프로젝트 운영 인건비를 분담합니다. 그래도 3년 총운영비를 혼자 공간을 오픈 했을 때와 비교해본다면, 적지 않은 돈이 세이브 될 수밖에 없어요.
더불어, 공동성장을 전제로, 브랜드 홍보 및 다양한 내부 브랜들간의 콜라보 기회, 좋은 투자자들과의 멘토링 및 투자 연결기회까지 다양한 베네핏이 있습니다. 다만, 프로젝트의 지속성과 높은 퀄리티를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이런 베네핏은 상호 약속을 잘 지켜주시는 브랜드들을 위한 포지티브 정책 중 하나입니다. 절대평가로서, 성실한 활동을 보여주는 브랜드는 운영 관리비 절감, 재계약 연장, 파트너 포지션 혜택 등이 있고, 성실 운영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브랜드는 페널티를 받는 구조입니다. 당초 계약 시 이에 대해 충분히 고지하고, 이해한 브랜드들과 우선적으로 함께 하고 있고요.
Q. 잘 된다면 브랜드 입장에서도, 로컬과 건물주도, 그리고 로칼 퓨처스도 모두 다 함께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는 구조네요. 브랜드 입장에서는 특히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맞아요. 저희가 추구하는 모두가 윈-윈하는 공동 성장 방식이죠. 브랜드는 초기 투자 비용을 절감하고 실력을 갖춘 선한 브랜드로의 성장에 전력 집중할 수 있고, 로컬과 건물주 입장에서는 도시가 살아나고, 다양한 측면에서의 새로운 가치를 되찾게 되니까요. 저희는 이상과 현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실험의 성공을 통해, 착한 부자들을 사회적으로 많이 만들고 싶어요.
다만 목표가 이상적이라고 해서, 과정을 느슨하게 할 수는 없어요. 치밀하게 생각하고 악착같이 퀄리티 체크를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근래 다양한 분야에서 저희에게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계신데, 그럴수록 저희도 심혈을 기울여서 브랜드들을 선발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운영 관리, 수익모델, 콘텐츠와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부분에서 퀄리티 컨트롤도 철저히 할 수밖에 없고요. 불성실하다든가 프로젝트 결에 맞지 않게 행동하는 등 공동성장을 저해하고 퀄리티를 떨어뜨리는 브랜드는 원칙적으로 페널티를 받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일반 임대로 단독 매장을 운영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부담을 느낄 수 있기에, 애초에 이 구조를 잘 이해하는 브랜드를 우선으로 선발했어요. 함께 하기로 한 약속을 상호 잘 지켜 나간다면, 공동 성장이라는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거예요.
Q. 이번 첫 번째 1유로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자리잡는다면,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1유로 프로젝트는 건물주 입장에서도 무척 매력적인 제안이 될 것 같아요.
실제로 근래 전국의 빈 건물주분들에게 문의가 오고 있어요. 대부분 본인의 빈건물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으로 시작하시고요. 물론 첫 번째가 성공했다고 해서 이후도 모두 성공하란 보장은 없으니 투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가 되겠지만, 그 이상의 프로젝트 이면에 취지까지 모두 이해하는 현명한 건물주를 찾느라 저희는 건물주도 심사를 합니다.
1유로 프로젝트는 건물주, 디벨로퍼, 테넌트 그룹 크게 세 주체로 구성이 되는데요. 구조적으로 모두 윈윈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그 중 건물주가 가져갈 베네핏은 크게 세 가지고요.
첫 번째는 본인의 빈집을 빌려주어서, 사회환원적 프로그램에 동참한다는 자부심이에요. 내가 가지고 있는 빈 건물을 활용해서 청년들과 젊은 브랜드를 인큐베이팅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낙후된 주변 지역의 활성화를 돕는데 이바지하는 일은 충분히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일이죠.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착한 도시재생 사업 구조에 나도 참여할 수 있겠다 라는.
그리고 두 번째는 한국과 네덜란드에서 활동한 건축가이자 덴마크 공인건축사 자격을 갖춘 전문가를 통해, 공간이 가지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들을 무료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거예요. 단순히 미적으로 예쁜 공간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확실한 개선 및 시공이 이뤄지는 건데, 그 건축 과정에서의 문제 상황이나 스트레스도 온전히 저희 몫이거든요. 그러니까 건물주 입장에서는 저희에게 임대하는 기간 동안은 신경 쓸 일이 전혀 없는 거예요.
그리고 건물주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오래된 건물을 어떻게 가치 있게 활용하는지입니다. 저희는 그 지역의 상황에 맞는 운영방안을 계획하고, 실제 안착될 때까지 활용토대 구조까지 만들어, 지역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랑받는 공간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측면에서의 건물 가치 상승이 따라오죠. 좋은 일을 했는데,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다양한 이득이 오는 사례가 계속된다면, 여기에 참여하고 싶은 착한 부자들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건물주분들도 인터뷰를 통해서 선정해요. 저희의 비전이나, 프로젝트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콘셉트나 공공적인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계신 지 확인하는 과정이에요. 그런 합의가 없이는 진행이 어려운 프로젝트니까요.
Q. 어려운 관문을 뚫고 합류한 좋은 브랜드들이 많이 모여 있는 덕분에 오프닝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아요.
2월 중순에 이틀동안 오프닝 행사를 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약 2천명 정도가 1유로 프로젝트를 찾아 주셨어요. 이후에도 꾸준히 관심을 보여주고 계시고요. 저희가 이 프로젝트의 한 사이클을 1단계에서 7단계까지로 설계를 했는데, 현 시점은 약 4단계 완료정도로 볼 수 있어요. 앞으로 5,6,7단계까지 잘 밟아 나갈 수 있도록 더 신경써야죠. 이제 시작이니까요.
Q. 1단계부터 7단계까지 각 단계별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간단히 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요?
1단계는 사업 타당성에 대한 자체 검토, 2단계는 건물주를 설득하고 공간을 확보하는 것, 3단계는 브랜드를 선정하는 것, 4단계가 공간을 셋팅하고 오픈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 그리고 5단계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브랜드 디벨로핑과 내부 시스템 안정화인데요. 플랫폼 차원에서 1유로 프로젝트에 입점한 브랜드들의 성장을 돕는 거예요. 브랜드 전체의 퀄리티를 높이면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면서 최대한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거죠. 경쟁을 통해서 우수한 브랜드를 선정하고 컨설팅, 멘토링 같은 프로그램들을 지원해주고 있어요. 그 이후에 6단계는 지역 네트워킹이에요. 1유로 프로젝트가 가지고 있는 가치 철학을 주변 지역으로 확산 및 안착 시키려고 해요. 이 공간을 유지시키는 시스템을 지역적인 시스템으로 확장 시켜서 혹시라도 계약 종료 후에 이 공간이 사라진다고 해도 지역에 1유로프로젝트 시스템이 잘 남아있도록. 마지막으로 7단계는 마무리를 잘 하는 거에요. 다음 기수에도 계속 함께할 브랜드 선정부터, 지역에 1유로프로젝트를 남기는 것 등 다양한 측면에서 프로젝트가 그냥 빠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후 지역에 남길 영향을 세세하게 체크하는 과정이 되겠죠.
Q. 17개 브랜드를 총괄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일 것 같아요. 일반적인 임대 사업이었대도 힘들텐데,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것들을 관리해야 하는 거잖아요.
너무 힘들어요. 고생도 많이 했어요. 물론 다들 잘 따라와주고 계시지만 간혹 요구사항에 대한 반발이라든지 트러블이 생길 때가 있거든요. 저희는 이런 프로젝트를 계속 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일들을 하나의 케이스로 보고 있어요. 감정 소모를 하고 힘들어하기보다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쪽이죠. 단단하고 강력한 제어장치를 가진 시스템을 통해 운영될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매달 한 번씩 여는 반상회가 그 방식 중 하나예요. 모든 브랜드가 참석하고, 이슈가 되는 모든 것들을 빠짐없이 오픈해서 공유해요. 집단 지성을 활용해서 결정도 같이 하고요. 무슨 일이든 철저히 프로젝트와 공동체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인지 아닌지 함께 판단하는 거죠. 물론 프로젝트의 특성상, 탑다운과 바텀업 방식의 의사결정체계가 혼재합니다.
Q. 그럼 이번엔 프로젝트의 끝을 이야기해볼까요? 핫플이 많고, 활성화됐던 다양한 지역들도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해갈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연장 여부는 열려있지만, 3년 후 혹은 재계약 만료 후 등 프로젝트가 종료되었을 때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셨나요? 혹시 이걸 막을 수 있는 장치는 없을까요?
글쎄요. 전 세계 어디를 가나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니까요. 선과 악의 관점에서 볼게 어니라, 어떤 한 지역이 관심을 받고 활성화되면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현상’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모르겠어요. 다만 너무 심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서울시에서 일할 때도 늘 고민하던 지점이라 협약도 맺어보고 했지만 사실 소용이 없더라고요.
사실 어느 지역이 흥했다고 해서 그게 영원하지 않죠. 망하고 쇠하는 때가 분명히 온다면 흥하는 좋은 기회들을 골고루 가져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어쨋거나 사회가 돌아가는 데에 필요한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인구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다 같이 흥하기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이왕이면 어떤 지역이든 한 번씩 흥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 부분은 계속해서 정의부터 해결 접근방식까지 연구 중입니다.
Q. 철저한 민간 주도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신데, 공공에도 종사하셨던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나 행정 쪽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지금 정부나 각 지자체에서 가지고 있는 공간들이 되게 많고, 앞으로 더 많아질 거예요. 그런 자산들을 좀 더 유연하게 민간한테 풀어줬으면 좋겠어요. 기획자나 디벨로퍼 같은 플레이어들의 긍정적 역량이 검증됐다는 전제 하에 그 공간들을 자율성 있게 쓸 수 있게 풀어주면 공간과 콘텐츠가 훨씬 더 풍성해질 것 같아요.
Q. 송정동에서 시작한 첫번째 1유로 프로젝트가 순항 중이니, 후속 프로젝트들도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을 것 같아요. 다음 스텝은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열심히 준비하고 모두 함께 고생해서 뜻을 모은 만큼 좋은 결과물이 나온 덕분에 다른 지방 도시 지자체에서도 연락이 오고, 제주와 서울 다른 지역과도 이야기 중이에요. 아마 올해 안으로 1~2개 프로젝트를 더 하게 될 것 같고요. 스마트팜 시티 프로젝트도 기획 단계에 있어요. 아무래도 커뮤니티와 지역 공생에 관심이 많다 보니, 커뮤니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만드는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실현시켜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지역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좋은 유산과 스마트팜 같은 새로운 것들을 조화롭게 접목시킨 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1유로 프로젝트를 찾아 주시는 분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남겨주세요!
좋은 라이프스타일 제안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한 영감을 얻어갈 수 있는 양방향 플랫폼으로 계속 발전될 수 있도록,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현재 17개 브랜드 뿐 아니라, 외부의 좋은 브랜드들 또는 개인자격까지도,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 문의와 참여 부탁드리고요. 앞으로 전국의 혹은, 아시아의 다른 도시에서도 1유로 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애요. 그래서 우리가 함께 만들고 발전시킬 가치가,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많은 사람들의 건강한 결정들로부터 시작해 좋은 공간, 좋은 도시,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작동시킬 예정입니다.
- 인터뷰/공간 사진 the blank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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